전해주고 싶던 지식과 주장하고 싶던 논지는 지난 세 회차에서 9할 정도 풀어낸 것 같다. 정론의 권위가 강해보이는 이슬람이지만 다른 유일신 계열 종교에 비해서는 약했고, 거기에 주관적으로 서러운 역사가 끼어들어 원리주의로, 다시 원리주의에서 함정에 빠져 극단주의로 치달아갔던 오늘날의 이슬람 교인들의 이야기였다.
제대로 정권을 잡은 경우도 많지 않은 이런 사람들이 미국이나 상대 종파와 같이 증오하는 대상에게 공격을 하려 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테러 정도였고, 그 정점은 9.11 테러였다. 어디선가 9.11 테러 이후에 미국에서 이슬람에 대한 인식을 여론 조사한 결과를 본 기억이 있다. 결과는 매우 의외였다. '이슬람은 평화를 중요시하는 종교'라는 결과가 과반수를 넘었던 것이다. 만약 이 결과를 신뢰한다면, 미국 대중은 9.11을 겪은 후에도 미쳐날뛰는 이슬람과 온건하고 조용해서 잘 안 보이는 이슬람을 분리해서 인지할 줄 알았단 의미다. 하지만 IS가 벌이는 깽판에 대해 다른 이슬람교 국가들조차 일제히 비난하는 지금... 기억이 불확실한 옛날의 그 여론 조사 결과를 다시 떠올릴 필요는 없게 되었다. 현재 이슬람에 대한 이미지는 사상 최악이다.
2014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한 소녀가 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라는 이 소녀는 아프가니스탄 옆동네인 파키스탄 사람으로, 탈레반이 '여자가 어디 학교를!'이라며 교육의 기회를 막았을 때 적극 저항한 탓에 총에 피격 당해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이후 교육 운동에 투신한 이 소녀가 금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중 하나가 되어,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 그녀의 생일인 7월 12일은 말랄라 데이다.
UN에서 연설 중인 말랄라.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같은 비극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리주의와 극단주의를 구별해서 사용해온 이유는, 원리주의에 대해 어떤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나도 그냥 다른 게으른 언론처럼 두 용어를 섞어서 쓰고 싶고, 또 그래도 별 문제는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말랄라의 이웃나라 아프가니스탄에는, 모든 원리주의자가 극단주의로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수의 반례가 존재한다. 신나게 극단주의의 코스로 봅슬레이를 타고 달려간 탈레반 같은 놈들이 대다수인 반면에 말이다.
유명한 극단주의 단체, 탈레반. 이 탈레반이 주로 활동해온 아프가니스탄. 그 아프가니스탄에서 극단주의자가 되지 않은 원리주의자...라는 매우 드문 타이틀을 달성한 한 남자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결코 게으르지도 멍청하지도 않았던 사람이, 지난 편에서 예고했던 한 사람과 한 단체 중에서 '한 사람'이다.
1. 수니파의 한 사람, 아흐마드 샤 마수드
9.11 테러로 인해 빡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침공 전쟁을 개시하여 탈레반이 쪼그라들기 전, 탈레반은 미국과 파키스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아프가니스탄의 3/4을 장악하고 있었다. 나머지 1/4은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은 아프간 정통 정부와 비 탈레반 군벌들이었다. 공산 정권을 붕괴시키는 쿠데타 봉기에 성공했던 군벌들이 소속되어 있었고, 이 세력 저 세력 섞여 있다보니 통일성이 떨어졌고, 그 결과 탈레반의 무장봉기에 밀려버렸던 세력이다. 그래도 한때 소련과 그 위성 정권을 박살냈던 전적이 있는 사람들이 끼어서인지, 영향권이 축소되자 오히려 짐을 덜어 홀가분하다는 듯 전투에서는 탈레반을 사정없이 관광보내기 바빴다.
정통 정부와 베테랑 군벌들이 모였던 이 세력은 흔히 '북부 동맹'이라 불렸는데, 9.11 이후 미국이 탈레반을 직접 까기 시작하자 그 시국을 탔고, 현재는 탈레반을 제대로 털어버리고 아프간 영토 대다수를 되찾아 대통령제를 운영 중이다. (아프간 전통의 문제인 양귀비 재배 농가 기반의 경제 상황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 또한 양귀비로 돈 번 군벌이라...)
그리고 북부동맹 중에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라는 사람이 있다. 이 남자의 어록에는 이런 말이 있다.
"여자와 아이를 죽이는 것이 어떻게 지하드냐?"
모든 원리주의자가 극단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대표적인 반증 사례다. 마수드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출신이고, 게릴라전에 능한 군사지도자였기에 별명 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의 체 게바라'였다. 그리고 행적을 보면 체 게바라에 비교될 만하다. 그만큼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자꾸 마수드를 만수르로 오타내고 있다. 만약 내가 잡지 못한 오타를 발견하면 그러려니 해라.)
70년대 초, 쿠데타로 인한 독재정권이 이슬람을 탄압하자 20대의 마수드가 처음 역사에 등장한다. 그와 함께 등장한 이름인 랍바니, 헤크마티야르 두 사람도 아프간의 현대사에 깊게 남은 이름이다. 이 사람들은 이슬람 봉기를 시도했으나 아쉽게도 실패했다.(헤크마티야르가 자기 역할에 실패했다고 한다.) 셋 모두 이슬람 원리주의자였고, 헤크마티야르는 조금씩 극단주의로 넘어가는 사람이었다. 봉기 실패 후 아프간의 이슬람 세력은 랍바니+마수드와 헤크마티야르로 갈라졌다.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는, 아니 그 이전부터 주욱, 대제국이 이 땅에 들어오면 꼭 안 좋게 끝내주는 알흠다훈 전통이 있었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의 별칭이 '제국의 무덤'이었는데, 70년대에도 그 전통이 이어졌다. 아프간 공산 정부를 지원하려고 침공전을 벌인 소련군은 목놓고 울어도 누가 뭐라 안 할 정도로 괴로운 전황에 시달렸다. 그 가장 큰 원인이 마수드다.
나는 적에게 냉정한 산악 남자. 하지만 내 국민에겐 따뜻하겠지.
소련군이 아프간 국내에서 진공 작전을 펴기 위해선 북부의 페샤와르 지역을 지나는 보급선이 중요했고, 마수드는 북부에서 유명한 무장투쟁 지도자였다. 마수드는 자신의 홈그라운드를 지나는 보급선을 공격했고, 그의 유능함은 소련군의 지옥이 되어 돌아왔다. 얼마나 유능했냐면, 봉기를 시작한 80년에는 천 명 가량의 병력이었는데 9년 뒤에는 13배의 병력으로 커졌을 정도였다. 페샤와르를 통과해야만 하는 소련군의 보급선은 늘 너덜너덜해졌고, 이놈의 게릴라들을 잡아내려고 공격을 시도하면 늘 실패하는 식이었다.
마수드의 게릴라군은 험준한 판지시르 계곡이 근거지였는데, 소련군은 여기에 9년 동안 공습 부대를 9번 투입했고... 모조리 다 패배했다. 특히 82년에 감행한 5차와 6차 공습에는 총 3만의 소련-공산아프간 병력과 헬기 200대가 투입되었으나, 성과도 하나 없이 전사자만 3천이 나왔다. 오히려 아프간 공산군의 병력들이 소련군의 물자를 들고 상당수 마수드에게 전향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상군 투입이 안 되면 공중 폭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나마도 마수드는 이미 소련군과 공산 정부에 충분한 첩자를 투입해, 모조리 다 피해버렸다.
Pain in the ASS!
지친 소련군은 결국 83년에 정전을 요청한다. "ㅅㅂ 야 잠깐만. 아, 젠장할 명치 맞았어." 사실은 치명타인 척하고서는 숨 좀 고르려는 의도였지만, 정작 제대로 숨을 고른 쪽은 마수드였다. 정전 기간 동안 마수드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7개 주의 무장투쟁 지도자들을 죄다 불러모아서는, 인종-정파를 초월하는 연합을 만들어버렸다. 소련과 아프간 공산 정부에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그의 전략은 '지역 사회가 키워내는 게릴라'로 요약 가능했다.
지역 사회 지지를 얻은 게릴라 부대는 험한 아프간의 지형을 이용해 움직임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보급이 가능하다.
→ 이렇게 성장하는 부대로 판지시르 지방의 전투 주도권을 잡고 있다가...
→ 기나긴 보급 불량으로 소련군이 한계에 이르면 총공세를 펼쳐 쩌리로 만들어버린다.
→ 이걸 모든 지역으로 확장해 적용한다.
따라서 정전 기간은 마수드에게 자기 전략을 다른 지방에 확장 적용할 시간만 벌어준 것이다. 게다가 지역 사회 지지를 얻기 위해서, 마수드는 경제-법률-복지를 확충하는 행정도 펼쳤다. 게릴라 무장단체에서는 근거지의 생산력이 곧 군대의 강함을 결정한다는 상식을 탑재한 유닛을 유난히 만나기 힘든데, 마수드는 그런 유닛이었다. 정책의 실행이야 랍바니가 더 주도적이었다지만, 즉 무력과 통솔력에만 출중한 것이 아니라 지력과 정치력도 높은 캐릭터인 것이다. 게다가 얼굴도 좀 잘생긴 것 같지 않나.
역사적 사실에 약간의 빠심을 섞어 만든 삼국지 10 신무장 마수드 되겠다.
미칠 듯한 먼치킨인 마수드는 아예 소련군 장성까지 포섭했다고 한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은 명분이 거의 없는 전쟁이었고, 이 때문에 양심의 가책에 흔들리는 장성들을 마수드가 잘 꼬드긴 것이다. 이런 식이니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북부의 게릴라전이 이렇게 잘 돌아가니 다른 지역에서의 저항도 어려울 리가 없다. 88년에는 결국 소련군이 판지시르에서 철수했고, 89년에는 아예 아프간 전역에서 철수해버린다. 소련이 패배한 것이다. 아프간에서 겪은 기나긴 패배로 인한 반전 정서는, 이후 소련 해체의 요인 중 하나가 된다.
독립을 쟁취한 아프가니스탄. 그러나 오랜 전쟁 중에 성장한 군벌들은 이제 분열 반목을 시작했다. 물론 가장 유력한 세력은 랍바니-마수드의 세력이었지만, 과거 동지였던 헤크마티야르도 만만치는 않았다. 특히 헤크마티야르는 아프간을 자기네 위성 국가로 만들고 싶어하는 파키스탄의 지원을 얻어냈고, 그에 더하여 미국의 지원까지 얻어냈다.
엄밀히 따지면 미국과 더 잘 맞는 쪽은 랍바니-마수드였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주의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었고, 철저한 반공주의자였으며, 소련군과 싸우는 중에도 지역의 행정을 경영했을 정도로 능력도 증명했으니까. 하지만 파키스탄 정보부가 중간에서 농간을 친데다가, 군사 방면의 수장인 마수드가 하필이면 영어를 못했다. 때문에 미국은 '마수드? 그게 누군가염? 영어하는 사람 없음?'이라고 말하며 극단주의자인 헤크마티야르와 손을 잡는다.
형이 5개 국어를 하지만, 영어는 못해...
랍바니-마수드는 3년 간 각 지역의 군벌과의 정치적 합종연횡을 진행하며, 92년에는 수도 카불에 입성하여 공산 정권의 마지막 숨을 끊는다. 하지만 랍바니와 마수드가 조직하고 있는 연합 세력에 헤크마티야르가 강짜를 놓는다. 헤크마티야르는 카불을 공격해 점령했고, 마수드가 카불을 탈환하는 과정에서는 후퇴하는 헤크마티야르가 카불에 폭격을 퍼부어 주민 1만 명이 사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근접 취재를 통해 마수드의 일대기를 쓴 프랑스 작가 크리스토프 드 퐁피이에 따르면, "그가 우는 것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랍바니가 대통령, 마수드가 국방장관인 정권이 발족한다. 마수드는 군벌 전국 시대에 염증을 느껴 사임하려 했지만 헤크마티야르가 호시탐탐 정권을 노리고 있어 그조차 불가능했다. 이들의 내전은 96년까지 이어졌다. 결정적인 전투에서는 늘 마수드에게 지고 있었지만 헤크마티야르도 소련군과 치고 박은 역전의 장수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프간 국방장관 마수드가 내전을 유리하게 풀어가고 있는 동안, 남부에선 극단주의자들의 단체가 무섭게 성장했으니 그 이름은 탈레반.
안녕하슈, 선배님들.
얘들의 세력이 너무 강해지자 "헐퀴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네?" 깜짝 놀란 내전 양측은 황급히 화해를 해버렸다. 96년 6월 25일, 헤크마티야르는 국무총리 직을 약속 받고는 아프간 정부로 이적했다. 그러나 아프간의 여포스러운 헤크마티야르는 1년 뒤, 탈레반이 총 공세로 나오자 탈레반으로 이적해버린다.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현재, 헤크마티야르는 원래 전공인 게릴라 무장단체로 돌아가 CIA를 힘들게 하는 중이다.
굴부딘 헤크마티야르. 아프간 독립 투쟁 군벌 중 기회주의로 짱먹음.
탈레반 총사령관인 물라 오마르도 랍바니, 마수드, 헤크마티야르 등등처럼 소련에 대항한 독립투사 출신이다. 연합정부 구상에서 자기가 홀대받은 것이 맘에 안 들었는지, 파키스탄과 미국에게 손을 뻗쳐 지원을 얻었다. 싸워볼 만한 힘을 기르자마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연합 정부의 군벌들을 각개격파하는 강력한 공세를 폈고, 이내 아프간의 3/4를 점령하여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다. 기존 정권의 핵심들은 북부로 밀려나 '북부동맹'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북부로 밀려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총사령관부터 중간급 장교까지 모두가, 소련군과의 최고 격전지인 북부 판지시르에서 9년 동안의 게릴라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 총사령관 외에는 그 시절 경험이 없는 탈레반에 비해 보면 깡패 레벨의 정예들이다. 방어 지역이 줄어들고 각개격파 당하지 않을 정도로 세력이 압축되자, 탈레반이 쳐들어오는 족족 갈아버리며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상대가 미국과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고 있으니 이쪽도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란과 러시아가 비밀리에 북부동맹을 지원했다. 당연히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마수드가 있었다.
그리고 2001년, 9.11 테러가 벌어진다. 빡친 미국은 탈레반에 대한 지원을 끊고 역으로 탈레반을 직접 침공한다. 반격의 때가 왔으니 북부동맹은 강력한 대반격을 펼쳤고, 그 결과 현재의 탈레반은 아프간 일부 지역에서나 힘쓰는 지방 군벌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마수드가 없었다.
아흐마드 샤 마수드는 2001년 9월 9일, 9.11 테러 이틀 전에 48세의 나이로 암살 당했다.
9.11 테러 공격을 계획하던 알 카에다는 공격 후에 어디로 숨을까를 고민했고, 이라크와 아프간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이 정권을 잡고 통치중이었으니 이쪽이 좀 더 적합한 동맹 상대였다. 때문에 탈레반의 골칫거리인 마수드를 암살하고, 그 대가로 9.11 이후의 은신을 약속 받은 것이다. 마수드의 평생 동지였던 랍바니 전 대통령 역시 9.11에서 9일 뒤인 9월 20일에 파키스탄 테러리스트에게 암살 당했다. (후임은 양귀비 재벌 출신의 카르자이였다. 오늘 이야기에선 안 중요함.) 그리고 찌그러든 탈레반은, IS와는 물리적 거리가 멀어서 당장은 별 상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지지난 주인 10월 2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지도자가 IS에 합류할 것임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이 테러리스트들은 조만간 유럽이나 미국을 직접 공격할 겁니다."
마수드는 죽기 며칠 전까지도 9.11 테러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자신의 적을 지원하는 국가임에도, 미국을 걱정해주기까지 했다. (미국의 지원을 자기 쪽으로 돌리고 싶은 의도일 수도 있겠으나) 또한 그가 점유하고 있던 북부 지역에서는, 탈레반 지역에서는 일상처럼 있는 인권 탄압이나 문화재 파괴 등의 사례가 전혀 없었다.
이것이 원리주의자와, 원리주의에서 극단주의로 빠진 자들의 차이다. 원리주의에서 극단주의로 빠지는 함정은, 과거의 초심을 되돌리려다 과거의 악습만 되돌리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껍데기와 알맹이를 분리해내고, 그 알맹이인 '최초 정신'은 무엇이었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적으로 게으르면 불가능하고, 게으르지 않아도 멍청하면 불가능한 프로세스다. 마수드는 이 프로세스를 극복해낸 좋은 예다.
여성 인권부터 예로 들어보자. 쿠란과 하디스에서 여성을 거론하는 구절들을 비교하다 보면, 여성을 탄압하는 구절은 일시적이거나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통하는 내용이다. 역으로 여성에게 강간 등의 부당한 폭력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이 더 많다. 그렇다면 이슬람의 초기 정신은 서서히 여성 인권을 상승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결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IS나 탈레반은 여성이 학교 교육만 받아도 강간 살인으로 처벌한다. 북부 동맹 치하에서는 반대로 "조국을 재건하려면 여성도 배워야 하는 거 아냐?"(마수드) 여성의 교육을 적극 권장했다. 또한 헤크마티야르나 탈레반이 카불 시민들을 인질로 하여 협박할 때는 "무고한 생명을 해칠 수 없어" 후퇴했다. 게다가 타 종파와 종교를 증오하는 극단주의자들과 달리 마수드는 "이런 경우에 시아파는 뭐라고 해석해? 기독교는? 유대교는?" 다른 종파와 종교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래도 마수드의 기본 사상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라서, 그가 지지하는 법률은 쿠란의 원리에서 출발하곤 했다. 그런데 그 종착이 민주주의 체제와의 결합이라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시아파 원리주의인 이란의 민주주의가 일부분 취약한 상태인 것에 비해 보면 더욱 그렇다.
이슬람은 신정일치 체제에서 출발한 종교이고, 때문에 정교분리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 체계였다. 이슬람은 완벽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지침이 이미 쿠란에 다 있다고 믿고, 최초로 이에 가장 근접했던 체제가 초기 이슬람 제국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 시기는 군주제와 여성차별의 시대인 중세다. 때문에 원리주의자는 필연적으로 극단주의의 함정에 빠지곤 했다. 이란의 호메이니는 이 함정에 한 발만 빠진 것이고 이 정도도 매우 흥미로운 케이스인데, 마수드는 함정을 피한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당연히 마수드와 그 동지들의 신학적 배경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마수드와 헤크마티야르, 함정에 빠지지 않은 자와 함정에 빠진 자.
그는 어떻게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며,
함정을 피한 후에 도달한 사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였을까?
문제는 내가 아랍어도 프랑스어도 못하는 한국인이라서 퐁피이가 쓴 마수드 전기를 읽어볼 수가 없다. 또한 현대인이었고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아직도 좋지 않은지라 마수드를 연구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당분간 얻기 힘들 것 같다. 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아흐마드 샤 마수드는 수니파 원리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연구해야 하는 사람이다. 마수드를 분석하여 그보다 더 앞으로 가는 게 수니파 이슬람이 가야 할 올바른 길일 것이다.
2. 시아파의 한 단체, 헤즈볼라
반면 시아파에서 소개할 한 단체는 원리주의 단체가 아니라 그 반대인 세속주의가 강한 단체다. 단체 내에 원리주의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의 경향은 현실 상황을 고려하는 세속주의를 더 중시하고, 그래서 같은 종파이지만 원리주의 국가인 이란에게서는 싫은 소리를 가끔 듣기도 한다.
또한 이 단체의 특이한 점은, 테러 무장단체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그 이름은 헤즈볼라다. (에볼라와 관계 없다. '신의 정당'이라는 의미의 히즈브 알라의 발음이 축약된 이름이다.)
헤즈볼라의 깃발.
시아파 무장단체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다. 시아파에 제대로 된 무장단체가 별로 없기 때문도 있고, 헤즈볼라의 주적이 미국 강경파와 이스라엘인 이유도 크다. 그래서 헤즈볼라의 시작은 대충 82~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바논은 이스라엘 독립 전쟁의 여파로 인해 국가 꼴이 엉망이었다. 이스라엘 vs 시리아의 한 판 승부의 전장이 되어버린 터라 무기는 많고 치안/행정은 엉망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전도 일어나고, 팔레스타인 난민들도 상당수 레바논으로 넘어가면서 영 흉흉한 정세가 이어지자 이스라엘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저러면 무장단체가 출현할 거고 걔들은 우릴 적대할 텐데...?' 결국 82년에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해 남부를 점령해버린다. 그러나 이는 병크였다. 오히려 반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의 성장을 가속화했고,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을 등에 업은 기독교 민병대인 팔랑헤가 팔레스타인 난민과 레바논 민간인을 학살했다. 샤브라 샤틸라 학살이라고 하는 사건이다. 이 학살 때문에 가깝게는 이스라엘 국민들도 "ㅅㅂ 지금 뭐하는 거냐"고 반발했고, 멀게는 오사마 빈 라덴이 9.11 테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바로 이 샤브라 샤틸라 학살을 다룬 이스라엘 애니메이션이다.
제목의 '바시르'는 당시 팔랑헤 소속으로 레바논 대통령이 되었으나
암살로 사망한 바시르 제마엘의 이름이다.
학살을 실행한 팔랑헤 당이 대통령의 암살범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바논 남부에서는 18년 간의 기나긴 무장 투쟁이 이어졌다. 특히 이 시기의 헤즈볼라는,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주둔해있던 미군과 프랑스군 막사에 자살 테러 공격을 감행해 300여 명에 달하는 피해를 안겨, 강경파인 레이건 정부마저 고개를 젓고 철군하게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극도의 약체였던 레바논 정부군은 이스라엘이 침공한 남부는 손댈 수가 없었다. 해가 지날 수록 국제 여론이 악화되고 국내 여론도 계속 질타하자, 이스라엘은 결국 2000년에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한다. 이스라엘이 그냥 빠진 건 아니었다. 그 동안 이스라엘의 지원을 충분히 받은, 팔랑헤를 비롯한 기독교인들은 이슬람에 대한 탄압을 이어갔고 이게 이스라엘이 남겨둔 빅엿이었으나...
헤즈볼라는 이에 대해 '용서'로 응수했다. "솔까말 팔랑헤 기독교도 애들이 꼴통짓을 한 진짜 이유는 이스라엘 때문이잖아? 그럼 우리가 적대해야 하는 건 같은 땅에 사는 기독교인들이 아니라 쟤들한테 바람 넣은 이스라엘이고."
그리고 이 말이 기독교도들에게도 먹혀들어갔다. 공존을 택한 헤즈볼라의 행보에서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마수드처럼 지역 사회 재건을 우선하는 선택을 한 거다. 때문에 헤즈볼라는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근거지의 이웃들에게는 잘해주는 행보가 계속되자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의 실점유 정부 수준으로까지 성장해갔다. 일개 무장단체가 말이다.
우린 이스라엘에게 냉정한 무장단체. 그러나 내 국민들에겐 따뜻하겠지.
당연히 이스라엘은 이게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자꾸 자기들을 공격하는 테러 단체인데, 자기들이 남겨둔 빅엿마저 잘 소화하고 있으니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2006년에 일이 터진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포로로 잡아간 자국 병사 2명을 구출한다는 명분으로 헤즈볼라가 도사리고 있는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다. (무시당한 레바논 정부 지못미)
그리고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린다. 아랍권 최강국인 이스라엘을 상대로 헤즈볼라는 그간 쌓아왔던 군사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스라엘 육군은 보병 전투에서 지형을 활용하는 헤즈볼라에게 연전연패했다. 공군에 의한 공중 지원이야 헤즈볼라가 갖지 못한 것이니 어쩔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어이없게도 헤즈볼라의 대공포가 이스라엘 전투기를 격추하는 상황까지 나왔다. 해군? 헤즈볼라의 지대함미사일이 이스라엘 초계함을 박살내버리는 장면이 나왔다. 이미 지역 주민의 지지를 확실하게 얻어낸 헤즈볼라는 외부에서 지원 받은 무기를 너무도 잘 활용하면서 전쟁을 주도적으로 끌어갔다. 심지어 텔 아비브(모르면 알아둬라. 이스라엘 제2도시다.)에 로켓탄 공격까지 할 정도로 여유로웠단 말이다. 이게 어딜 봐서 국가와 무장 단체의 전쟁이란 말인가.
당연히 이스라엘군은 빡쳤다. 너무 빡친 나머지 백린탄에 화학무기까지 사용해버렸다. 하지만 이런 대량살상무기는 민간인 피해를 크게 유발하는 법, 결국 이스라엘 국내 여론도 어이를 상실했다. "헐, 니네들 지금 뭐한 거냐? 무장 단체따위한테 밀리는 주제에 너무 막간다?"
물론 군이 하도 백린탄을 자주 쓰다 보니까 요즘 이스라엘 여론은 그러려니 하는 수준이다.
백린탄 피해 결과 사진은 끔찍해서 올리지 않는다.
막나간 이스라엘군은 중립적 스탠스의 알 자지라 중계팀도 공격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졌다. 알 자지라도 빡쳤고, 여기에 더하여 헤즈볼라는 프로파간다 능력도 국가급이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무장 단체가 군사 전술과 선전에서 국가급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 이스라엘은 처절한 패전을 겪었고, 이 책임을 진 국방장관과 참모총장이 동반 사퇴하기에 이른다.
프로파간다 능력은 헤즈볼라의 특기 중 하나다. 이미 일반적인 프로파간다의 수준을 넘어서, 한국의 종편보다 나은 방송국 하나를 자체적으로 꾸려낼 정도다. 헤즈볼라 방송에는 자체 제작한 뉴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도 있고, 심지어는 FPS 게임도 제작해 배포할 정도다. ('스페셜 포스'라는 제목인데, 현재는 2편까지 발매되었다. 아랍어 기반이라 우리가 해보기엔 무리가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동명의 FPS와는 다른 게임이다.)
정규전 전술, 게릴라 전술, 문화 사업, 행정 집행에 모두 유능한 단체가 출현한 것이다. 게다가 성향이 비교적 온건하다. 당연히 레바논 정부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헤즈볼라도 국가 체제 자체를 전복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리하여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정식 정당으로 인정 받게 되고, 이스라엘에 대한 승리 덕에 잠시지만 정부 여당도 경험한다.
미국의 시각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은 잘 모르는 측면이지만, 테러 단체이면서도 헤즈볼라는 상당히 개념있는 편이다. 이들은 증오의 발현으로서의 테러 공격보다는, '테러 공격은 게릴라 전술의 하나일 뿐이다'라는 테러의 기본에 집중한다. 때문에 테러 공격의 목표는 무조건 군인 혹은 정부 소속 민간인이다. 그래서 9.11 테러 때는 희생자를 애도하고 알 카에다를 극렬히 비난했다.
"펜타곤 공격은 군사 공격이라 쳐도 쌍둥이 빌딩엔 왜 갖다박아?
거기 있던 민간인들이 미국 정부 소속이냐?
20년 전 우리 동네에서 있었던 학살 때문에 이걸 기획했다고?
...아놔 이런 미친 색히들!"
헤즈볼라는 자기들 작전에 일반 민간인이 휘말려들면 어김없이 사과 성명을 낸다. 물론 그 사과의 뉘앙스가 "민간인이 죽어서 죄송함다! 다음엔 민간인 피해 없도록 테러 좀 잘 해보겠슴다!"여서 약간 당혹스럽지만 말이다.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자살 테러 대원은 물론이고 전사자가 발생하면 그 유가족에게는 상당한 복지 보상을 지불하고 유공자 가족으로 예우한다. 그 형태가 선진국에는 하는 것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그리고 무장 단체답지 않게, 자살 테러는 꽤 자제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테러 조직'이라는 출신 성분은 헤즈볼라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계이기도 하다. 이 성격 때문에 헤즈볼라 군사 부문은 레바논 정규군에 편입되지 못한 상태로 아직도 이스라엘과 투닥투닥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2013년에는 EU에 의해 테러단체로 공식 지정 당했다. 당연히 레바논 정부는 이에 대해 비난으로 응수했다. 그래도 헤즈볼라의 작전 때문에 민간인이 죽는다는 부정적인 면은 외면할 수 없다.
레바논 정부 입장에서는, 영향력도 군사력도 약한 자기들을 대신해서 레바논 남부의 행정/복지/안보/재건 사업을 책임지는 게 헤즈볼라다. 군사력이 있는데도 쿠데타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기존 정치 체제에 편입해 들어왔으니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는 세력이다. 원리주의 세력도 아니라서 극단주의로 빠질 염려도 거의 없다. 오히려 헤즈볼라에서 쫓겨난 강경파들이 난장을 피우면 헤즈볼라가 직접 진압하기도 한다. 이러는 동안 초약체였던 레바논 정부군은 조금씩 힘을 키워 실제적인 치안/안보 유지에 투입될 정도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 얼마나 편한가.
세속주의에 가까운 단체인 헤즈볼라의 신학적 배경은, 아직 제대로 분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사상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 척도는 역시나 여성 인권이다.
같은 시아파인 이란과 정반대로 여권 신장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때문에 헤즈볼라의 장교급 간부 중에는 여성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헤즈볼라 여군들이 부르카를 쓰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며, 헤즈볼라 소속의 여성 정치인도 있는 판이다. 이 때문에 IS는 헤즈볼라를 극렬히 증오한다. IS의 사상 체계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인간이며 따라서 여성에게 죽는 것은 천국에 갈 수 없는 죽음이다. 그래서 미국이 주도한 폭격 작전에 아랍 에미리트가 여성 파일럿을 파견한 것은 IS에 대한 빅엿이며, 헤즈볼라의 여군 또한 그런 빅엿의 일종이다. 이런데다가 종파까지 달라 현재 헤즈볼라 군인들은 IS에 사로잡히는 즉시 참수 당하고 있다.
미스 레바논 출신의 연예인 하이파 웨흐베. 종교는 시아파다.
남부 출신이고 그녀의 오빠가 24세의 나이로 이스라엘군과 싸우다 전사하여
당연히 헤즈볼라에 우호적이다. 가수이며 배우이며 모델이다.
헤즈볼라와 레바논의 이슬람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는 표본이다.
(헤즈볼라 당수가 아저씨 외모라서 이 짤을 골랐다.)
IS를 낳은 배경 중 하나인 시리아 내전 당시, 헤즈볼라가 독재자 아사드의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했다고 1편에서 설명했다. 1편의 설명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 때문에 헤즈볼라의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것도 기억할 것이다. 헤즈볼라의 지지 기반은 레바논 남부, 특히 남부의 시아파와 기독교인이다. 같은 구성의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했지만, 아사드가 화학 무기를 쓸 정도로 막장인 탓에 지지율을 까먹고 정치적 위기에 처했지만... 상대가 IS로 진화하더니 최악의 꼴통짓을 보여준 덕에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어쩌면 만인의 공적인 IS 덕에 이스라엘과 화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격 IS 요정설...일 리가 없잖아!;;)
물론 마수드와 달리 헤즈볼라에서는 한계점을 찾기가 비교적 쉽다. 테러 단체로 출발했기에 갖는 한계점을 앞에서 설명했다. 하지만 원리주의자인 마수드가 원리주의도 제대로 갈 수 있다는 반례가 된다면, 헤즈볼라는 세속주의가 이슬람 본연의 정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례가 된다. 세속주의자가 많은 헤즈볼라의 정책은 오히려 이상적인 원리주의자인 마수드의 정책과 유사하며, 따라서 이 두 가지 길이 겹치는 부분에서 이슬람이 도달해야 할 지점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마수드와 헤즈볼라의 교집합. 이슬람은 이 지점을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IS가 보여주는 모습과 완벽하게 정반대다. 누가 이슬람의 최초 정신을 실현하고 있는지 답이 딱 나오는 것이다.
3. 마지막 한계
물론 마수드와 헤즈볼라처럼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테크트리를 선택해서 발전한다 해도, 끝내는 이슬람교 자체에 존재하는 한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아직 이슬람이 도달하지 못한 지점이지만 분명히 보이는 한계점이다.
이슬람이 신정일치로 시작했다는 것이 이슬람의 한계다. 이런 특성의 종교다 보니 여기에 정교분리의 원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신학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을 해낼 정도로 유능한 신학자 혹은 학파가 등장해야만 극단주의에 대한 궁극적인 백신이 개발된다.
신정일치, 정교일치의 체제는 과거에나 좀 통했을 뿐,
현대에는 사실상 실패한 정치 모델이다.
IS가 칼리파를 내세우기까지의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해보자. 원리주의에 의해 과거로 돌아갔다. 과거의 정치체제는 신정일치의 이슬람 제국이다. 이들은 신학적으로는 바보인 '위선자'이기에 당시 이슬람의 정수는 가져오지 못하고 껍데기만 가져온다. 이 껍데기에는 여성 차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정일치 체제도 있다. 전자를 까는 이슬람 신학자도 후자에는 목소리가 낮아진다. 쿠란에 적힌 사회 체제가 인간 사회 궁극의 목표라고 믿는 신앙 체계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무함마드 시절의 체제를 그대로 가져오고 싶어하는데, 이러면 당연히 현대의 트렌드와 충돌한다. 이란은 이 충돌을 어떻게든 봉합하려는 중인 것이고, 그래서 절차적으로는 꽤 훌륭한 민주주의를 실현했음에도 여성 인권은 그 모양인 부조화가 생기는 것이다.
다른 부분은 현대적 재해석을 한 학파가 많지만, 신정일치 부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 이슬람 신학은 많지 않다. 마수드의 예를 보면 있긴 한 것 같은데 이슬람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 한계점을 극복하는 이슬람 신학자야 말로 시아파에서 그리워하는 마흐디에 걸맞는 인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재까지 등장한 두 종파의 결과물들을 보면 아직은 멀어 보인다.
유대교는 메시아가 정치적 독립과 부국강병을 이뤄줄 거라 기대했지만,
정작 메시아라고 하는 예수는 종교 혁명을 들고 온 메시아였다.
마흐디가 실제 도래한다면, 정복자가 아닌 종교 개혁자일 것이다.
시아파는 기독교의 교황 혹은 과거의 칼리파가 했던 역할을 할 계층이 있다. 최고위 이맘인 아야톨라들이고 이 때문에 시아파의 극단주의가 많이 크지 않았다고 유추해볼 수는 있다. 그런데 아야톨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탄생한 예가 여성 인권이 시망인 이란이라서 불안해진다. 진보적인 아야톨라가 탄생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 반면 다른 테크를 탄 헤즈볼라에 영향을 줬을 아야톨라는 어떤 사람들인지 아직 노출되지 않았거나 연구되지 않았다.(내가 아랍어를 못하는 탓이다.) 원리주의 테크에서는 이란이, 세속주의 테크에서는 헤즈볼라가 나왔으니 두 경우의 아야톨라들을 신학적으로 비교해야 할 텐데, 한쪽은 아직 확실치 않다.
수니파는 정론의 권위가 경전들에 가있는 대신, 지역색에 의한 차별화가 강하다. 같은 교리 해석을 한다 해도, 세속주의가 강한 지역에서는 꽤 자유로운 이슬람이 되고 원리주의가 강한 지역에서는 엄한 이슬람이 되는 식이다. IS의 경우엔 매우 엄한 극단주의가 생긴 지역이다 보니 담배까지 금지하는 식이다. 지역색이 강하다 보니 새로운 신학적 해석이라는 것도 지역색에 기댈 때가 많다. 당연히 이슬람의 정수에까지 가닿아야 하는 거국적인 신학 프로젝트는 등장하기 힘들다. 시아파에서는 간간이 등장하는 신(新)학파가, 수니파에서는 2백여 년째 등장하지 않았다.
신학적인 해석에 따라 정치적인 형태가 결정되는 이런 구도에서 신정일치에 얽매인 이슬람의 현 상태를 읽어낼 수 있다. 이슬람의 주류 정치는 아직도 종교에 강하게 종속되어 있다. 기독교도 어느 정도 정치를 종속시키는 경향은 있지만, 최소한 이 정도로 꽉 물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이런 종속 상태 때문에 원리주의자들은 오늘도 함정에 빠져 중세 시대의 체제를 현대에 소환하는 병크를 저지르고 있다.
때문에 IS만 종교적 공룡인 것은 아닐 수도 있다. IS는 어떻게든, 반드시, 이슬람 내에서 나올 수밖에 없던 집단이다. 이슬람교가 현대의 발전에 맞추어 진화하는 것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이슬람이 과거의 유산을 재해석하여 현대적으로 다시 내놓지 않는 한은, 원리주의의 함정은 계속해서 극단주의자를 생산해낼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이슬람의 이미지가 낙후된 이미지인 채로는, 그 극단주의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때문에 원리주의 테크에서 기적적으로 등장한 마수드나, 세속주의 테크에서 태어난 헤즈볼라의 예를 탐구하는 것은 이슬람이 취해야 할 첫 번째 걸음일 뿐이다. 이슬람이 이슬람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감행해야 할 진화 과정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이게 될 때까지 IS와 같은, 탈레반과 같은, 헤즈볼라에서 쫓겨나는 놈들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꼴통들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꼭 이슬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시리즈 내내 모두가 떠올리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주제와 관련이 많음. 진짜 많음.
예전 딴지에 기독교 칼럼을 연재했던 미쉬파트 님은, '한국 기독교는 신학 기반이 취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 정확히는, 한국 기독교는 미국의 신학을 똥오줌 안 가리고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미국 기독교 신학의 문제점을 그대로 계승한 후 더 키워버렸다고 지적했다. 내가 얼마 전에 만났던 목사님은 '한국 기독교는 미신으로 퇴화하고 있다'고 하더라. 모두 맞는 말이다. 그리고 난 이런 평가에 하나를 더 하고 싶다. '한국 기독교는 공룡이 되어가고 있다.' 비대하다는 의미로도 그렇고, 적응을 거부한다는 의미로도 그렇다. 무식해도 너무 무식하고 멍청해도 너무 멍청하다. 한국 기독교는 어쩌다 이리 되었는가.
현재 기독교 신학의 첨단 트렌드는 유럽과 남미다. 유럽의 자유주의 신학과 남미의 해방주의 신학은 구교와 신교를 막론하고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전 교황과 현직 교황, 두 분 모두 신학적으로는 보수적이라고 평가된다지만 이 기준은 유럽과 남미의 기준으로 그런 것이다. 미국의 신학 조류인 복음주의는, 이미 극단주의 함정에 상당 부분 빠진 상태의 원리주의 신학이다. 자유주의에서 봐도, 해방주의에서 봐도, 온건 복음주의에서 봐도, 이상한 헛소리인 주장과 해석을 내놓는 수준으로 변질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 기독교도 미국 기독교와 똑같은 테크 트리를 밟았다. 현실감각과 균형감각이 훨씬 나은 종파는 소수로 전락하고, 독재 정권에 협력했던 종파들은 번창하다가, 슬슬 기득권을 잃을 것 같자 사정없이 극단주의화 되면서 그 무식을 뽐내고 있다. 워낙 불공정한 경쟁에서 이득을 보다 보니 신학적인 발전은 쌈싸먹은 지 오래 되었다. 대신 성적소수자와 같은 소수에 대한 증오는 하늘을 찌른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과거와 너무나 닮아 있다.
이슬람이 극복하지 못한 후진성이 극단주의를, 극단주의가 IS를 탄생시킨 수순을 생각한다면, 과연 '개독'이 되어버린 미국/한국의 기독교가 어떻게 될지 두려워진다. 이슬람 꼴통들이 뭉쳐 IS가 되었고, 비주류이던 일베는 광화문에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가 되었다. 양식 있는 기독교인들이 소수가 되어 저들을 제지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재는, 마수드나 헤즈볼라 정도만 배출하고 그 이상을 하지 못한 채 IS의 극단주의를 잉태했던 이슬람의 과거와 뭐가 다를까?
그래서 다시 이 짤을 소환한다.
게으름이 부적응을 낳고 부적응이 멍청함을 낳고
멍청함이 꼴통을 낳고 꼴통이 사람들을 죽이더라.
저들에게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진리가 남아있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
타산지석은 중요하다. IS는 물론 먼 나라 다른 종교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미래도 그렇게 밝지 않다. IS가 설사 시리아와 이라크를 접수한다 해도, 그 다음 상대는 아랍 지역 최강국인 이스라엘, 그 이스라엘을 물먹였던 헤즈볼라, 시아파 큰형님인 이란 등이다. 그 다음은 사우디, 아랍 에미리트 같은 오일머니로 번 돈을 군사력에 제대로 투자한 강국들이며, 그 다음은 미국-러시아-중국-EU 등의 진짜 세계구급 강자들이다. IS는 조만간 퇴장하여 사라질 것이지만... 절대 마지막이 아닐 거다. 이슬람이 미뤄둔 진화를 재개하지 않는 한 IS는 분명히 또 나온다.
그리고 IS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간을 팔아치워 버리고 정신줄을 놓으면 모든 걸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실제 사례를 생생히 전달해주었다. 덕분에 이슬람 극단주의는 둘로 나뉘었다. 최소한의 개념은 있는 소수는 IS를 비난한다. 반면 최소 개념조차 없는 대다수 IS 스타일의 꼴통들은, IS에 합류하거나 IS를 따라서 우리도 칼리파 국가라고 설레발을 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전자 노선을 탔고, 세력을 넓히고 있는 알 카에다는 후자 노선을 따르려는 모양이다. 그리고... IS의 사례에 감명 받는 극단주의자가 꼭 이슬람에만 있으란 법은 없다.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우리의 미래 모습일 가능성이 너무 높다. 먼 훗날 또 한 번의 IS가 재현되는 곳이 우리 주변이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끝을 맺어야 하지만, 끝내기가 힘이 든다. 어쩌면 당신이, 저들의 증오와 상처에 대한 대응책이랍시고 똑같은 증오를 떠올릴 수도 있어서 그렇다. 우리도 그들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이 글을 읽은 당신들의 생각 속에, 혹은 이 글의 댓글란에, "하여튼 개독들은 여차저차 해버려야..."라는 내용이 "개독과 이슬람 꼴통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는 고민보다 많을 것을 예상한다.
그리고 우울하게 술을 먹으러 가겠지. 지금까지 읽어주어 고맙다. 니덜도 술 한 잔씩 드시라.
근데 아무래도 니네 일부 남자들 머리 속 번역기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드는 건 왜 일까?
작은 글씨의 부연 설명을 봤다면, 무슨 말인지 대충 알았을거다. 그러니까 '예스' 라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면 나머지는 '강간(Only Yes means Yes, The Rest is Rape)' 이란 말이 되겠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그러게. 당연한 건데 난 왜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는걸까?
기존에는 'No means No'가 기본 룰이었다. 아. 과거형처럼 말했는데, 쏴리. 사회 정서상이든 법률적으로든 저 기본 룰은 현재진행형이지.
아니오는 아니오를 의미해(No means No)
그래는 그래를 의미해(Yes means Yes)
이 두 문장에 솔직히 큰 차이 못 느끼겠지?
최근 '아내의 유혹' 패러디로 빵 터진 화제의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 나오는 연민정이 얼굴에 점 하나 찍고 새로운 사람인냥 나타난 것처럼 그게 그거 같지? (한 회도 안 본 드라마인데 기사와 SNS에서 하두 난리길래...)
2. YES 라고 말하지 않으면 NO 다
싫으면 '분명히' 싫다고 말하라 (No means No) VS
명백하게 '예스'라고 말해야 '합의'다 (Yes means Yes)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찌질한 남자 캐릭터의 전형이라며 지탄받는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
"저기... 키스 해도 돼?"
물론 나도 저런 남자 별로고 심지어 여자들 사이에선 흉 보기도 한다.(쿨럭)
지금까지 살면서 딱 한번 저 질문을 받았다. 아. 정확하게는
"키스.. 해줄래요?"
였지. 뭐가 다르냐고? 아니, 이것도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론 "키스 해도 돼?" 보다 "키스 해줄래요?" 가 훨씬 더 도발적이었고, 대답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오늘 나랑 같이 있을래?" "너 보내주기 싫은데" "오빠 믿지?" 의 고전 멘트부터 "나랑 잘래?" "나랑 할래?" "너랑 하고 싶은데" "한번 하자" "니껄 느껴보고 싶어" 같은 멘트는 처음 섹스를 '트는' 관계에서의 의사 타진을 위한 필수 과정이지만 트고 난 이후엔 그냥 '암묵적인 합의'가 보통이다.
아니 그럼 이미 방구도 트고, 말도 트고, 지갑도 트고, 섹스도 텄는데, 할 때 마다 물어봐? 설마. 그렇게까지야... 귀찮다. 귀찮아서 안 하고 만다.
그러니까 적어도 시도하다가 또는 실제로 하는 중이었더라도 "NO"란 말을 상대가 한다면, 멈추란 얘기다.
여기, 한 여대생이 있다.
섹스 트고 잘 지낸 남친이 있고, 그 남친과 섹스를 하다 어느 날 남친이 변태(그 여대생이 판단하기에) 행위를 하려고 했고, 싫다고 얘기했지만 남친은 그냥 무시하고 해버렸다.
그러자 성폭행을 당한 그 매트리스와 똑같은 걸 구입해서 그걸 떠메고 다니며 한 달 쯤 캠퍼스에서 시위를 했다. 그리고 결국 그녀가 재학중인 대학이 소재한 캘리포니아주는 전국(미국)최초로 대학가에 'Yes means Yes'라고 불리는 법안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 법안은 대학가에서 성폭행 사건을 조사할 때 명백하게 '예스'를 했을 시에만 성관계에 합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그럼 그동안엔 어땠냐고?
피해자가 강력한 저항, 즉 명백한 거부를 하지 않으면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 술에 취했건, 약물을 복용했건, 의식이 현저히 떨어졌거나 아예 없건 혹은 잠들고 있는 상태건 어떤 상태든 '명백' 하게 '거부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다면 합의한거란 얘기지.
그래서 저 'Yes means Yes'는 침묵이나 저항의 결여(라고 남들이 판단하는 행위) 같은 일련의 행동도 성관계에 합의한 걸로 안 본단 얘기다.
이제 좀 이해 돼?
3. 나의 경험
자, 이제 내 이야기를 해야지. 얼마 전 해외 토픽으로 저 뉴스를 접한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Yes means Yes' 라고 이 개자식아!"
구구절절한 앞 뒤 상황은 다 생략하고, 본론만 얘기하겠다.
(앞 뒤 상황 얘기하면,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볼 사람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고, 보통 평범한 사람들의 인식상 성폭행 피해자에게 가지는 '니가 조심했어야지' 식의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에게 내 몸을 더듬을 때, '하지마' 라고 얘기했고, 치마를 들출 때 '싫어' 라며 치마를 내렸고, 삽입하려 할 때 '그만해' 라고 했고, 억지로 넣은 순간에도 '이러지마' 라며 몸을 돌렸다.
'하지마?' 라고 묻는 상대에게 나는 '응' 이라고 얘기했고, 내가 잠든 틈을 타 다시 시도하는 상대에게 똑같이 '싫어' 라고 또 얘기했고, '혼자 해결' 하라고도 얘기했다.
아침이 될 때까지 몇 번의 시도를 했으나 실패한 상대는 결국 다시 억지로 내 몸 위로 올라와 집어넣었고 비몽사몽이던 나는 결국 그의 뜻대로 되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 와중에 상대는 자기 맘대로 안에다 사정했다.
기분이 정말이지
ㅈ 같았다.
(태어나 처음 써본다. 이 욕.)
이 일이 있은 후 남자 선배 한 명과, 여자 친구 단 두 명에게 얘기했다. 도저히 소화가 안되서. 남자 선배는 자기 기분 개떡 같은 거에 집중했고(적어도 그 날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여자 친구는 나에게 스스로 자책하지 말라며 마음 아파 어쩔 줄 몰라했다.
"흥분했잖아. 이렇게 물이 많이 나오는데?", "남자는 여자가 자기 때문에 흥분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분 좋거든", "내가 밤에는 어떻게든 참았는데, 아침에 못 참았네. 역시 남자는 꼬추가 문제야"
지 꼴리는 대로 내게 휘두른 상대가 나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다. 내 물리적인 신체 반응에 대해 자책감과 무력감이 들었으며, 그 상대가 앞으로도 저런 생각을 갖고 싫다고 해도 결국 너도 좋았던 거잖아 식의 결론을 내린 후 다른 여자에게 또 저런 짓을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까지.
그래서 쓴다.
너 때문에 흥분한게 아니야. 그건 물리적인 신체 반응이자, 내 소중한 기관이 마찰에 의해 피해를 받을까봐 보호하기 위해 조치한 눈물겨운 자구책이지.
너 그거 강간이야.
남자는 꼬추가 문제라고? 아니, 그건 니 문제지. 니 몸의 일부 조차 제어가 안되는 (혹은 하기 싫은) 니 문제라구.
4. 결론 가자
할 때 마다 물어봐서 분위기 깨고 눈치 없는 인간 되라는 거 아니다. 설사 명백한 'Yes'로 하건, 암묵적 합의로 하건, 무턱대고 시작하는 단계였건, 하던 중이었건 상대가 '싫다'고 하면 멈추는 거다.
지난 연재에 질문 주신 '이보디보'님의 궁금증은 많은 분들이 아셔야 할 내용이고 관련 사례도 많아서 먼저 답변 드리고 난 뒤 오늘의 주제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질문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질문 1. 우리 회사는 개인 기업인데 오너가 주식회사로 전향할 의사가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주주의 기회를 줄까요? 아니면 이거 직원으로서 요구할 수도 있는 건지?
질문 2. 개인기업 Vs. 주식회사의 장단점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질문 3.(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수정 안함)“회사의 회계담당이 아니라, 잘 모르는데, 이번에 보니, 세금이 40%대에 육박해서, 사쵸도 법인전환 고려중인것 같은데요, 울회사 평균임금이 낮은편이라고 세무사가 말하는데, 그럼 직원들 월급을 좀 올려주등가,, 진짜 쥐꼬랑지만큼 -십년만에- 올해 두번째로 올려준거라는데, 왜 기업가들은 직원월급 올려주기도 싫어하고, 그렇다고 세금 많이 내는것도 싫어하는 걸까요? 나같으면 세금 많이 낼바에야, 직원들 월급 좀 더 올려줘서 사기진작+애사심같은거도 한번 심어보고 하겠고만~ 쩝…”
읭?
답변 1.직원의 주주 참여
일반적으로 개인기업이 주식회사 법인으로 전환하는 절차는, '신규 법인 설립 → 포괄적 양도 양수 → 개인기업의 폐업' 순으로 이어집니다.
이때 신규 법인의 설립을 위해 자본금을 납입하는 경우에 개인기업의 사장이 주주 참여의 기회를 준다면 가능하겠으나 그렇지 않다면(자기 혼자 자본금을 전액 납부하거나, 개인기업의 순자산 가치평가를 통해 현물출자로 현금이 자본금으로 들어가지 않는 법인을 설립하면) 기회는 없겠죠.
두 번째의 질문으로 유추하건데 사장님께서 스크루지의 8대 손이 병인양요 등으로 우연히 한국에 정착하셔서 이어진 후손으로 추측되는 상황입니다. 주주 참여는 어렵겠네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보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자신의 국민으로 맞아들이지 않잖아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선거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계급적 평등으로 자신의 지배적 위치를 스스로 포기하기 싫은 것과 같은 이치죠. 직원이 갑자기 주주가 되면 사장(대표 이사)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고, 회사의 모든 문서를 조회 요구할 수 있고, 나아가 사장의 월급까지 정할 테니까요.
답변 2.직원의 입장에서 개인기업과 주식회사 법인 기업의 장단점
질문하신 분이 회사 사장님이 아니라 직원이니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보죠. 개인기업과 주식회사의 차이는 많습니다. 인터넷 검색해 보셔도 여러 자료가 나올 텐데요. 그러나 주식회사라도 법인의 주식을 다량 소유한 오너가 사장으로 떡하니 앉아 있다면 개인기업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입장에는 법인기업 관리 및 운영에 대한 일만 늘어나겠죠. 사장이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잔소리만 늘어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소리죠.
법인기업의 경우 등기사항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면 법원에서 과태료도 부과하거든요. 예를 들어 사장님이 이사하시고 법인등기 상에 주소를 변경 안한다던지 하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특히 본 사례의 법인 전환 목적이 미래성장을 위한 자금 유치, 기업의 개방을 통한 인재영입이 아니라 단지 절세만이 목적이라면 직원들은 개인회사에서 법인이 되었다고 좋아질 것은 없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답변 3. 사장들은 왜 직원 월급은 쪼금 주면서 세금은 안내려 할까요?
이보디보님이 말씀하신 '세금을 많이 낼 바에야 직원들 월급을 올려줘서 사기진작과 애사심을 키우는 게 좋다'는 말씀은 매우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사장들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함정. 직원의 월급을 올려줘봐야 언젠가는 더 많이 월급을 주는 회사로 가 버릴 거라는 불신, 겉으론 애사심과 충성을 외치지만 안 보이는 곳에선 영업하러 간답시고 남산 어귀 주차장에 차 세우고 낮잠 자고, 틈나면 사장 뒷담화 까는 것들이라는 자기 경험적 편견 등이 사장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죠.
어! 써놓고 보니 사장님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보통의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쌓여 사장의 내공으로 치환되어 있지 않고, 누구라도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훈련을 통해 프로페셔널로 키워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지 않는 한, 평범한 사장님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이 불신과 편견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금 내는 것도 싫고 비용을 늘여 세금을 줄이기 위한 직원 급여 인상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세금을 내기 아깝다면 탈세를 하지 말고 절세의 방법을 배우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머리 아프게 그런 것까지는 하기 싫고 그저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한다면 결국 탈세를 하게 됩니다. 국세청에서도 절세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를 내놓고 있고요. 탈세에 대해선 국세청은 물론 공무원, 검찰, 경찰이 친절하게 은팔찌를 준비하고 있죠. -_-;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은 많습니다.
- 직원들 월급을 올려준다.
-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컴퓨터를 새로 산다. 업무용 차량을 리스 한다. 등)
- 기업의 혁신을 꾀하는 투자를 한다. (경영분석 시스템을 도입, 특허 출원 등)
이런 말씀을 드리면 ‘아. 그렇군요. 당장 해야겠네요’ 라고 말하는 사장님은 열에 하나 정도가 있을까말까 합니다.
그런데 아래 내용처럼 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고맙다면서 바로 하시는데요.
정부지원정책을 통해 회사의 자기자금 만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보세요. 그리고 그 많은 비용의 대부분은 정부가 내주고 부가세는 사장님이 환급받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정부에서 특허 출원을 하는 경우 보조금을 100만 원을 주는 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회사는 121만 원(110만 원의 공급가액, 11만 원의 부가세)의 세금계산서를 특허사무소로부터 받았습니다. 결국 기업은 단돈 10만 원만 써서 특허를 출원했고(정부가 지원금을 100만 원 줬으니까요), 무려 11만 원의 부가세를 환급 받게 됩니다.
대단하죠? 이런 식으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돈 아까워하지 못했으나 언젠가는 해야 할 일들을 찾아내고 자금 운용의 묘를 찾는 사람이 사장인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금은 내기 싫다는 사장과 이런 머리를 쓸 줄 아는 사장을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머리를 써 머리를
이보디보님께 답변이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연재 글에 댓글 주시면, 성심껏 답변 올려드리겠습니다. ^^;
* * * * *
오늘의 주제는 예고해 드린 대로 '사장의 월급'입니다.
사장의 월급은 사실 법에 명시되어 있지도 않고, 세상 사람들이 오랜 기간 지켜온 약속된 금액도 없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백인백색 다 다릅니다. 경영이라는 것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데요.
사장의 월급은 얼마여야 할까요? 그리고 금액이 정해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도 쉬이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 속으로 또 뛰어 들어가 봅니다.
최소한 오너이며 대표이사인 사람은 최저임금 대상자가 아닙니다. 더 풀어서 쓰면, 기업의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고 법인 등기에 올라 있는 임원(이사, 감사)은 노동자로 보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도 임원들은 주주들로부터 회상의 경영을 위임받아 이사회를 통해 중요한 사안을 지들끼리 의결하고 직원들을 갈구고 짜내는 일을 하기에 당연히 노동자로 볼 수 없죠.
이쯤에서 개인기업 사장의 월급은 얼마여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는데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기업은 그저 사장 개인과 같습니다. 자기 맘대로 하면 됩니다. ^_^ 그러나 이 후 나올 사장의 월급이 갖는 상징성과 실용성을 감안하여 책정해야 함은 법인기업의 대표이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법인의 경우에는 임원의 보수는 주주총회를 통해서 결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주주총회를 통해 임원의 보수총액을 결정하고 이사회를 통해 의결합니다. 하지만 임원의 보수에 대해 회사 자체적으로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통해 결정할 뿐이지 '얼마로 해라'라고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실은 더 재미있는 게, 법인기업이라고 주주총회를 FM대로 하는 회사는 사장이 정말 대단한 기업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코스닥 진입 전단계의 기업 수준이거나 자산이 많아 외부회계감사를 받는 기업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중소법인들의 사장님들은 주주총회에 참석해본 경험보다는 아파트 동대표 회의에 참석한 경험이 더 많을 겁니다.
미쿡의 어느 슈퍼 업체 주주총회
결국 사장의 급여는 사장 자신이 결정합니다. -_-; 이 셀프책정(?)은 사장의 경영철학과 경영전략을 시험하는 어마무시한 상황입니다만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책정합니다. ㅜ.ㅜ
왜 그런지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닥치고 사장이니까 많은 급여가 필요해
제가 지경부의 출연자금 현장실사에 동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SW개발을 하는 회사였는데 연 매출액은 4억 원 수준이었고, 정부에 연구개발계획서를 내고 요청했던 출연자금은 2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영세한 SW기업에서 2억 원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정부에서 지원받게 된다면, 돈 걱정하지 않고 맘껏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사업계획서 심사와 발표평가를 통해 10: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왔기에 어쩌면 형식상의 심사단계로 치는 기업실사에서 큰 문제가 없는 한 자금지원은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회사를 방문해 이것저것 보다 보니 급여대장에 사장님의 월급은 월 650만 원, 직원들의 월급은 월 1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사장님, 경영하시려면 때론 접대도 하셔야 하고 사람 상대하기 참 힘드시죠?”
라고 묻자
“아닙니다. 저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서요. 그냥 퇴근하면 제 개인생활을 즐기며 휴식하고 뭐 그럽니다.”
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사실 의도가 깔려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회사의 매출액이나 재무 상태를 볼 때 사장이 너무 많은 급여를 가져가고 있기에, 혹시 세법 상 인정하기 어려운 접대나 불가피한 현금성 지출을 자신의 월급으로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겁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다들 아시다시피 인건비 빼고 딱히 많은 원재료비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업계의 특성상 사장과 직원들의 유대는 대단히 끈끈한데 대부분 그 유대감은 '우리 다 같이 합심해서 죽도록 일해도 언젠가는 함께 성공의 과실을 공유하자'로 정리되죠. 사장과 직원 간의 급여차이로 봤을 때 이런 무형의 저력이 숨어있다고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결국 이 SW기업은 이례적으로 현장실사 단계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이유는 사장의 월급 책정과 기업의 자금 관리 수준을 볼 때 국가가 지원하는 출연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죠.
뭐, 이런 일도...
사례 2. 공금횡령이라니...
제가 수차례 보아온 B사장님은 딱히 나무랄 데가 없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정말 성실하고 견실한 경영인의 본보기가 된다고 소개를 해 드리는 분입니다.
얼마 전 B사장님을 만났는데 활기 넘치던 얼굴이 초췌해진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속으로는 ‘요즘 신제품을 워낙 여러 개를 동시에 런칭하려고 하시니 몸이 버텨나지 못했나 보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의 얘기는 영 다릅니다.
최근 원산지 관리에 대한 일제 단속을 하는데 경찰의 수사가 워낙 꼼꼼하고 무슨 이유에선지 물고 늘어지는 게 끝이 없어서 거기에 대응하느라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장이 회사 돈을 유용했다고 이건 엄연한 공금횡령이고 배임이라고 윽박지르는데 본인은 너무나 억울하답니다.
억울한 사연인즉, 식품업체를 하고 있는 B사장님은 원재료로 쓸 수산물을 살 때 지역의 주민들에게 현금을 주고 사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무슨 세금계산서를 끊어주냐는 거죠. 또한 지역인심을 잃고서는 질 좋은 국산 수산물을 얻을 수 없기에 갖가지 경조사며, 심지어는 선주(배주인)들 노름 돈도 대주는 형편이랍니다.
“여어~ B사장 여기 어디어디인데 돈 천만 원만 갖고 와. 내가 낼 모레 꽃게 들어오면 줄 팅께.”
뭐, 이러기까지 한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중요한 건 어느 회사든 사정없는 회사 없고, 어떤 사장님이든 억울한 일 하나 쯤은 가슴 속에 백만 개 정도는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_-;
어떤 사장님들은 회사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적자상태이다 보니 내가 무슨 월급을 많이 가져가겠냐고 끽해야 돈 백만 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아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좋은 자세입니다.
그러나! 월급 이외의 경비로 경영대학원 등록금 낸다고 5백만 원, 골프접대 하러 간다고 백만 원, 초상집 가서 분위기상 밤새며 놀아줘야 한다고 백만 원... 뭐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회사 돈 가져가시는 건 대단히 문제가 큰 겁니다. 네. 공금 횡령이죠.
사업을 하다보면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가 모르나요. 법인카드로 결재 할 수 없어서 현금을 써야 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시면, 차라리 월급을 더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그 월급에서 그 비용들을 처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경영대학원 등록금 얘기가 나왔네요. '사장이 경영 공부 한다는데 그것마저 하지 말라는 거냐?!'라고 하실 분이 있을까 싶어 말씀드리고 넘어가야겠네요.
정 회사에서 교육비 받고 싶으시면, 회사에 취업규칙 있죠? 지난 시간에도 언급했지만 취업규칙에는 여러 가지 회사의 내규를 정해 두기 때문에 사규라고도 많이들 하죠. 일반적으로 노동부에서 나온 표준취업규칙 최신판을 토대로 노동법이 권장하는 노사관계를 정립해 놓고요. 추가적으로 여기에 영업비밀보호나 직무보상제, 그리고 복지제도를 추가하면 좋은 사규가 만들어집니다.
요즘에 사장님들 보니 경영대학원 많이들 가시던데, 그 등록금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제일 깔끔한 건 본인 돈으로 가시는 건데, 사장이래 봐야 직원들과 별 차이 나지 않는 박봉이라 회사의 자금으로 지원받고 싶으시면, 사규에 복지제도 중 직원의 자기개발 및 교육비에 대한 지원방침을 정해 두세요. 당연히 사장 뿐 아니라 직원들도 동등한 교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 놓으셔야 합니다. 임원 이상만 교육비 전액 지원, 팀장은 반액 지원, 사원은 25% 지원 이런 식으로 정해두시면 그건 곤란해요.
지금까지 사장의 급여를 말하면서 제가 감히 철학이라는 얘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사장님들을 만나고, 그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성공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 능력의 부족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인격(아니 사장격)이 형성된 상태에서 단단하게 굳어진 생각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 컨설팅 일지를 보면서 '사장은 이렇게 일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실 수 있는 분들은 어쩌면 현업의 사장님들이 아니라 미래의 사장님들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폭력에 대한 증오를 안고 있으면서도 어른이 되어서는 같은 성향을 보이는 것처럼, 나쁜 사장 아래서 일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겪었던 그 고통에 치를 떨면서도 사장이 되어서는 그 만행을 되풀이합니다.
컨설팅 일지를 보시면서 미래의 좋은 사장님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제 욕심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자는 의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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