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딴지동일체의 원칙'을 따르는 바, 사해만방에 퍼져있는 딴지스는 딴부심을 행사함에 있어 딴지스 인증을 정점으로 하며 이는 본 공지의 말미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음에 원칙을 따르지 않는 자는 본지의 100인 기준에 제외됨을 선포한다.
본지의 시스템이 완전 구려 막 로그인이 안되고 댓글이 잘 안달리는 상시적 천재지변은 누구보다 열받고, 아니,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으니 부득이 그럴 경우엔 메일에 이름, 주소, 전번과 함께 본인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날려주시라.
11월 7일 오후 4시 마감.
1. 글타. 통합했다.
지난달, 오직 벙커1에서만 습득 가능한 한정판 오프라인 잡지인 <벙커1깊수키>와 무규칙2종온라인 매거진 <더딴지>가 통합됐다.
아래는 온라인판 통합 1호에 밝힌 '변'이다.
통합의 변
2012년 11월, 동북아시아 최초의 무규칙2종매거진 더딴지가 탄생했다. 본인의 재능을 가난과 맞바꾸며 이제는 전우애마저 느끼게 만드는 필진과 판타지 스릴러로 가정교육을 받아야 상상 가능한 역경을 견뎌낸 편집부가 사이 좋게 중탕기에 들어가 너덜너덜한 영혼마저 고이 짜낸 엑기스라 평할 수 있겠다.
그 후 약 2년, 십 수년간 산소호흡기를 벗 삼아 살아오던 딴지그룹은, 예의 그 롤로코스터와 같은 숙명처럼 변태에 변태를 거듭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너부리 편집장의 영혼을 곱게 빻아 비료로 삼고 산소호흡기를 자처한 딴지스의 변태적 애정을 담뿍 넣어 초고속 성장한 딴지마켓, 단 두 명의 인원으로 시작해 자신들이 장판파의 장비인 줄 착각하고 실제로 버텨낸 벙커1팀, 그리고 '나는꼼수다'의 글로발한 신화를 시작으로 한 딴지라디오의 무차별 다양화, 되겠다. 물론 밀리지 않는 월급과 원고료라는, 체감하고 있지만 언제 깰지 모르는 꿈과 같은 현실도 빠트릴 수 없다.
법인 등록 당시 총수가 장난처럼 기재한 '그룹'이라는 회사명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가 될지 모르겠다는 김칫국적 상상을 하는 요즘, 딴지라는 이름 아래 많은 이들이 모일 수록 서로를 사랑할 시간이 빈곤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범인류적 고뇌도 존재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언제 바스러질지 모르는 회사, 상주 인원 딸랑 3명, 겨울에는 벌벌 떨며 장갑을 끼고 키보드를 치는 대신 쉼 없는 노가리로 추위를 달래던 게 일상이었으나, 이제는 벙커1팀이나 딴지까페에 신입이 들어와도 서로의 일에 치여 한 달에 한번 대화하기 힘든 실정이다.
하여 고전적인 의미의 딴지스, 즉 딴지독자와 필진 뿐만 아니라 딴지그룹 모두는 물론, 벙커1특강을 들으러 오는 이, 딴지라디오 구독자, 까페 단골들까지, 마치 울 아부지가 나 어릴 때 등 밀어주듯(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좀 아팠는데 아부지가 넘 환하게 웃어서 참았다)서로의 존재감에 달라붙은 때를 밀어주는 한편, 야동이라는 구태의연한 범마사오적 수단을 넘어 스스로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거 되게 중요한 거잖냐.
하여 나온 것이 딴지그룹 모두가 참여해 마치 노출증에 걸린 듯 폭로하는 그룹기밀과 그 달의 딴지스런 기사를 압축 편집해 밀어 넣은, 오직 벙커1에서만 습득 가능한 레어템 <벙커1깊수키>였다. 미녀 디자이너 언더바님의 탈인간적 동료애로 오프라인 잡지도 어느 정도 요령이 붙던 차,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걸 딴지스 모두에게 오프로 배달하면 어떨까 하는 욕망이 한밤의 치맥마냥 밀어닥쳤다. 너부리 대장에겐 '오프로 잡지를 찍어내면 계속 적자인데 함께 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했더니 그런 가치가 있으면 계속 고, 하랜다. 이거, 대장은 막 벌고 난 막 쓰라는 말로, 해석했다.
하여 기존의 온라인 잡지 더딴지와 오프라인 잡지 벙커1깊수키를 통합하여 모두의 가정 깊수키에 배달하고 싶다는 욕정을, 빠른 시일 안에 풀어보고 싶다. 물론 현재의 결제 시스템 및 기존 회원, 배달 문제, 인원, 인쇄비 등등등 무수한 난관이 있겠으나 그건 잘 다니던 회사 때려 치고 들어와 지난 1년간 더딴지의 총괄기획에 힘써온 너클볼러가 유능한 영업맨이기도 하니 걱정 안 한다.(다시 생각해보니 회사를 '잘' 다녔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 나이가 좀 많아서 일 좀 시키다 빡치면 갑자기 때릴까봐(누누이 강조하는데 난 때리면 아픈 타입이다. 상사 때리지마라, 이 너클볼러야)내심 불안하긴 한데 수뇌부의 전통은 까라면 까는 것이니 까야할 테고 무엇보다 우리 가카의 미덕이 '아 몰라, 썅, 걍 내 맘대로 할 거야' 아니덩가.
이러한 미덕을 적극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또한 본지가 나아가야 할 길이니 그렇게 하기로 했다. 통합에 따르는 무수한 뻘짓과 불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딴지그룹이 지난 16년간 지켜온 불친절 전통을 사부작 훼손하더라도 대충, 아니, 졸라 경청하며 독자제위의 지루적 사랑에 보답할 것을, 언제나처럼 격렬한 설레발로 약속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통합 1호는 기존의<더딴지>를 받아 볼 수 있는 창구, 오직 온라인판으로만 감상 가능했으나 통합 2호부터는 실질적으로 완벽한 일심동체 버전이다. 즉, 벙커1에서 습득 가능한 오프라인 버전과 온라인으로 나가는 버전이 마치 MB와 레이디가카의 국경없는 자애로움 마냥 완전 동일해졌다는 말이다.
하여 나온 것이
<벙커1깊수키>+<더딴지> 통합 2호, 되겠다.
두.둥.
(두둥은 자가 음향효과로 글을 읽다 두둥이 나오면 반드시 각자 입으로 소리내어 읽는 것이
딴지그룹의 유구한 전통이다. 그룹 내에선 ‘액티브 두둥’이라고 하는데
한국 고유의 전통마냥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액티브 엑스와 운명을 같이 할 거다.)
2. 결혼이다.
이번 호 주제는 '결혼'이다.두 달 특집으로 정했다. 본 특집의 필연성에 대해선 통합된 명랑그룹사보 <벙커1깊수키>서두에 실리던 <초음파>가 그대로 이전되었으니 여기서 확인하시라.
언제나 그렇듯 나는 물론, 타인에게도 하등 도움 안되는 삶을 살기 위해 전력으로 싸워온 인색역정을 들킬까 마치 장시간 회의를 거쳐 엄청 고심해 주제를 정한 것만 같은 느낌을 주고자, 빤히 들여다 보이는 해맑은 MB식 법통을 잊지 않는 의리형 코너로 독자제위에 띄우는 눈가리고 MB식 코스프레형 편지로 이해해주시면 되겠다.
라인업, 이러하다.
본격 명랑그룹사보인 <벙커1깊수키>와 통합하였기에 전통적 딴지스 뿐만 아니라 벙커1 강연을 들으러 오는 이들, 민족정론지 딴지일보의 존재를 모르기에 오늘도 즐거이 무명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우연히 본지 까페에 들러 '아에리카노가 아니라 아메리카노에요'라고 지적해 주시는 분들까지 배려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려한 범정부적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달 연속 주제인 ‘결혼’과 관련한 라인업을 털어보자면
첫 빠타, 수년 전 어느 날,"내가 씨바, 니덜 월급 못 주던 때를 생각하면 다시는..." 이라고 소주 한 잔을 들이키며 읆조렸는데 그걸 내가 들었다고 여기다 적으면 남사스러우니 걍 하지 말자고 일단 결심하고, 경영의 최전선에서 그룹원 월급 만들기에 영혼을 빻아 받치고 있는 본지 편집장의<천기누설, 좋은 사람 만나는 법>되겠다. 언젠가 결혼에 대한 주제로 편집장과 너부리, 아니, 야부리를 까먹까먹했는데 그 말이 참, 와닿았더랬다. 마치 드라마 미생의 오과장 마냥 주말도 없이 업무 미팅에 바빠 ‘읽은 척 매뉴얼’이나 ‘공지’ 외에는 쉬이 접하기 힘들었던 본지 편집장의 사자후같은 원고가 있는 만큼 필히, 직접, 확인하시라.
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가 지랄인지.
두 번째 빠타는 본지에서 <뱅뱅이론>을 창시한 바 있는 춘심애비 되겠다. 춘심애비라는 필진과 관련, 신입 기자들은 도대체 그가 얼마나 실연을 당했길래 그렇게 놀리냐며,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버릇없이 대들던데 돌부처라 불리는 나조차 버럭 화를 내어 소리쳤다.
"하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마냥 실연 올림픽이란 게 있다면 춘심애비는 대한민국에
금메달 100개를 안겨줄 인물이다.
실연에 관해선 미증유의 천재,
실연의 현신,
춘심애비는 그 정도 레벨의 남자다.
까이고 까이고 또 까이고 또 까여도 다시 까이기 위해 다음을 준비하는 사내,
그런 사내가 바로 춘심애비다.
그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라고.
<수년 전, 자료사진.
춘심애비의 실연을 위로하기 위해 직접 만들었다.
본인도 많은 위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그가 결혼을 한다. 물론 춘심애비쯤 정도 되는 남자라면 결혼식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번만큼은 안타깝게도, 아니, 마음 놓고 완전히 축하해도 좋을 기세다. 그런 그가 결혼에 대해서 흔히 꼰대들이 하는 조언을 분석했다.
세 번째 빠타는 결혼에 관해선 짬밥 찌끄레기라 할 수 있는, 이제는 이용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아외로워 되겠다. 글타. 필명마저 ‘아외로워’인, 그냥 외로워도 아니고 아!! 라는 단말마같은 감탄사가 붙은 그가 결혼했다.
본지에서 근무할 때조차 꼭꼭 숨기고 여자친구를 보여주지 않더니 급기야 결혼이라는, 취업하기, 집 장만하기, 마사오가 지나가는 여자 다리 안 쳐다보기라는, 인생의 3대 고난이도 미션에 버금가는 던전을 돌파한 것이다. 알콩달콩 신혼을 보내고 있을 그의 결혼 썰도 이번 통합호에서 확인해 보시라. 결혼식 때 늦잠자다 못 가서 축의금으로만 자리를 빛내준, 실사구시 정신의 나한테 많이 고마워하고.
네 번째 빠타는 이제 결혼한지 이 십 년이 다 되어가는 결혼 베테랑, 아니, 좀 이상한데, 여튼 결혼 숙련자로 나선 물뚝심송 되겠다. 이미지적으루다가 생각하면 본인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데 마치 심슨가족의 마지 같은 좋은 부인을 만나 잘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보통 내가 때려 맞추면 대부분 맞던데, 뭐, 자세한 건 나도 모르겠다.
여하둥둥 그가 얼마 전 축사를 하며 고민한 썰 속에서 결혼이 가진 의미를 되새긴다. 누구 축사를 했냐고? 라인업 순서로 대충 감잡기 바란다.
다섯 번째 빠타는 휴가차 베트남으로 떠난 본지 팀장 꾸물이 어떤 고고학자도 발견하지 못한, <불로장생 결혼>이라는 서적을 진시황 무덤(다시 한 번 말하지만 중국 간 거 아니다. 베트남이다.)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길래 그러면 무슨 내용이냐고 했더니 진짜라고 우기면서 적어낸, 누가봐도 구라같은데 지가 직접 경험했다고 우기는 통에 본격 아리까리형 긴가민가적 우격다짐이 되버린 기사다.
결혼반지는 왜 4번째 손가락에 끼는지 그의 이빨을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본지 대학로 사옥에 찾아와 직접 강냉이들 털어가시라.
여섯 번째 빠타는 본 그룹의 카페요원 중 한명인 파랑중독자의 글 되겠다. 스물여덟의 나이에 우째 결혼했고 우째 이혼을 했는지, 나처럼 결혼하면 왜 좃될 수밖에 없는지를 담담한 필체로 풀어낸 살신성인적 원고라 할 수 있겠다.
본 공지를 올리며 카페요원인 걸 밝혀도 되냐 물으니"실명 까!"라는 쿨내나는 자세를 보여주어 역시 딴지 카페요원은 고스톱에서 광팔아 딴 건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준 여장부의 삶이 우렁우렁 우러나는 글이다. 실명 대신 걍 파랑중독자라고 적었다. 실명 적어도 누군지 모를 거니까.
이후 결혼에 관한 짤막한 통계와 함께 본지 그룹 원들에게 결혼이란? 질문을 전부 던져봤더랬다. 참고로 본지 총수에게 이 질문을 던지니 예상에서 한치의 벗어남도 없이"이혼해!"라 했으니 유부남, 유부녀들의 많은 참고 바란다.
편집부뿐만 아니라 벙커1팀, 카페 요원 전부에게도 물었으니 각자의 생각덜을 들어보면 딴지그룹의 전반적인 결혼 지형도를 알 수 있겠다.
더딴지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딴지카툰도, 통합 호에서 여전히 연재 중이다. 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의심하고 있지만 딴지에서 SF섹스향토판타지 존슨을 연재하고 있는 강도하는 <발광하는 현대사>를 그린, <아름다운 선> 세트를 낸, <위대한 캣츠비>의 그 강도하, 트위터에서 본인을 ‘만화계의 강동원’이라는, 만화가적 상상력이 듬뿍 담긴 주장, 아니, 당연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그 레전드 강도하가 맞으니 의심덜 하지 마시라.
강도하라는 한국 탑 만화가가 가진 육두적 본성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딴지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거.시.다.
DAUM에서 <일진의 크기>라는 문제작의 스토리 작가 윤필의 <육두소녀>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되겠다. <일진의 크기>에서 보여준, 멀쩡한 애쉐이를 커졌다 작아졌다 허게 하는 탁월한 스토리의 힘은 다음 웹툰에서 업뎃이 될 때마다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러한 스토리는 윤필 작가 내면에 숨겨진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육두적 본성이 있기에 가능하다 주장하는 바, 자신의 리비도를 마음대로 활개 칠 수 있게 내비두는 딴지에서만 실현가능한 그의 만화를 놓치지 말아야 할 거.시.다.
차분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정통 뮤지션이라는 인상을 남기며 공중파 출연도 막, 했던, 사람, 이었으나 딴지라디오 <하이피델리티>에서 개드립과 섹스 섹스를 남발하며 본인의 진실한 자아와 대면하고 있는 박근홍의 연재물과 딴지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야들야들한 감성을 아주 그냥 부부가 쌍으로 날려주시며 사람 부러워 죽게 만드는 여행력을 보여주고 있는 단&두의 연재물도 계속 된다.
지난 번, 마빡에 기사가 올라가자 단님이 '더딴지에서 딴지일보로 진출했다!'고 좋아하던데 그럴 거 없다. 여행 관련 이슈 터지면 노예마냥 원고 의뢰 들어가니 바짝 긴장타고 계시라. 딴지에는 최고의 원고 추심원들이 대기 중이다.
이제는 더딴지 전속 필진마냥 친숙한 스곤의 새 연재물도 통합 2호의 소개에서 빠질 수 없는 종목 되겠다. 첫 번째 덕후 시리즈는 지우개. 각양각색의 지우개에 대한 교양을 넓히며 이젠 썸타는 그 또는 그녀랑 지겹게 모텔, 아니, 영화관 같은데 가지 말고 문방사우가 가득한 곳에 데려가 지우개를 딱 들고 살살 만지면서 썰을 풀면... 변태덕후같으니 그냥 교양만 쌓고 그러지는 말아야 겠다.
이 외에도 각양각색의 다양한 꼭지를 모두 소개해 드리고 싶으나 휴가 다녀오자마자 오프라인 통합 버전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하여 이걸 쓰고 있자니 졸음이 밀려와 책상에 머리를 여러 번 찧고 있다. 안 그래도 얼굴이 잘 생겨서 고민인데 계속 찧다가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키라도 커져버리면 수많은 딴지 동지를 배신하게 되는 결과가 되니 이만, 쓰자.
명랑한 사람들이 만드는 그룹사보<벙커1깊수키>와 동북아 최초의 무규칙2종매거진<더딴지>가 완전 통합된 만큼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딴지다운 컨텐츠로 여러분을 찾아 가겠다.
이상.
3. 아 맞다, 선착순 100명
... 할라고 했는데 중요한 거 빠져 묵었다.
잡지에 명시된 대로 독자제위의 투고를 환영하고 있다는 거.투고를 원하는 분덜은앞으로10일간,그러니까11월13일까지 두 달 연속 주제인 결혼(당연 이혼도 포함)으로 본지 독투불패에 직접 쏘거나 ddanzi.master@gmail.com으로[결혼]이라는 꺽쇠를 넣어, 그러니까 <[결혼]상큼발랄하게 이혼하는 법, [결혼]5연타 결혼 수기, [결혼]일처다부제의 역사적 효용성> 처럼 해서 메일 날려주시라.
채택되면 본인이 기고한 글이 포함된 다음 호 잡지 앤드 소송과 벌금으로 언제 훅갈지 모르는 딴지그룹의 이름이 다음 달 중순쯤 통장에 찍히는, 그야말로 기념스탬프의 의미를 갖는 소박한 원고료가 들어가겠다. 왜 기념스탬프냐면 내 경험상 이게 언제 끝날지 모르거덩.
마지막으로 이왕 귀찮은 짓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는 신념 아래,딴지스 불심검문을 거친 100분께, 이번 통합호와 지난 호 <벙커1깊수키>를 보내드릴 예정이다. 방법은 본 공지 아래 댓글을 달아 딴지스임을 증명한 뒤(별 거 없다. 걍 로그인만 하고 댓글달면 되겠다), theddanziservice@gmail.com 로[더딴지내놔라]실명으로 댓글인증한 아무개다 이 쉥키야처럼 메일 보내주시면 된다.
선착순, 100명, 이다.
11월 10일이 총수 고법 결심공판(편집부 주: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기)이라 앞으로 우째 될진 나도 모르겠고 벌금 고지서는 쌓여가고 최근엔 압수 수색 영장 같은 것도 날아오던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뭐, 하는 기분이다.
본지가 개인정보를 받지 않아 꾸준히 벌금을 내고 있는 거슨 잘 알 터이니 theddanziservice@gmail.com 로 메일 보내실 때 이름, 주소, 전번도 함께 날려주시라.고럼 본지 요원들이 막 수동으로 고이 싸서 우체국가서 보낼 거다.
진짜,
이상.
지구상의 그 어떤 '통합'과고 비교되지 않을 [벙커1 깊수키와 더딴지]의 '무혈통합'을 통해 정수만을 뽑아낸 그 두번째 이야기.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복잡한 과정은 사실 삼권분립 체제 하에서 입법부의 역할이 탄생한 이래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그러나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 법안에 의해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이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도대체 저 넘은 어디서 튀어나온 넘인가,하고 어리둥절해 하기 십상이다.
재미있는 컨텐츠 생산능력은 스스로 다 잘라내 버리거나 종편들에게 넘겨준 지상파들이 '썩어도 준치'를 외치며 시청률을 위해 만들어 내고 있는 막장 드라마들에서도 이렇게 복잡한 출생의 비밀이 포함되면 시청자들은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포기하게 된다.
이 복잡한 과정을 과연 민족정론지 딴지일보의 독자들에게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방법이 있을까?아니 그 이전에 그런 복잡한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싫어할 것이다.세상에는 훨씬 더 간편한 방법들이 많거든.이분법,편가르기,패거리즘,적의 적은 아군,이런 쉽고 강력한 무기가 얼마나 많은데 뭘 그리 복잡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냐는 핀잔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현실은 이런 복잡성이 지배하고 있다.그리고 그 복잡성에 의해 지배되는 현실세계에서는 나도 모르게 내 주머니의 돈이 어디론가 위치이동 되기 마련이다.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하나도 없이 말이다.
선택은 단순하다.파란 약을 먹고 그냥 여태껏 해오던 대로 모른 척 하면서 호갱 노릇을 할 것인 가,아니면 빨간 약을 먹고 이 복잡한 생쇼가 벌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고 분통을 터트릴 것인가.
어느 쪽 하나도 그리 맘에 들지는 않으실 것이다.
1. 누가 단통법을 제일 싫어하는가?
당연히 삼성이다.삼성은 애초부터 이 법안 자체가 무산되기를 원했다.단통법을 비판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에게 이 법을 제일 싫어하는 쪽이 삼성이라고 설명을 해 주면 약3.2초간 망설이는 표정을 보이기 마련이다.그 망설이는 표정 속에는 이런 생각이 담겨 있다.
“삼성이 싫어하면 좋은 법안이겠네?”
세상 참 편하게 사신다.
삼성이 이 법을 싫어하면 도대체 왜 싫어하는 건지,싫어하면 이 법안에 삼성이 어떤 장난을 쳤는지,그리고 앞으로 이 법안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확인해 보고 나서 이게 무슨 속셈인지 이해를 하고 나서야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그런 것은 귀찮고 힘들다.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 법안은 삼성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은 법안이다.그러나 그 가능성은 말 그대로 가능성일 뿐이다.삼성의 입장에서는 가능성 자체를 없애버리면 최상의 결과이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그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해 버리면 된다.실제로 일은 그렇게 흘러 왔고,이 법안이 초안에서 최종안까지 오는 동안 삼성은 여러 차례 손을 댄 혐의가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발표된 법안은 삼성에게는 거의 무해한 법안이 되어 버렸다.삼성은 일을 참 잘한다,그치?
애초에 이 법안은 왜 휴대폰 가격이 그렇게 들쭉날쭉한가 하는 지점에 착안을 한 법안이었다.그 업계를 잘 아는 젊은 친구들은 버스를 타는지 지하철을 타는지 자기들끼리만 아는 은어를 주고 받으며 최신 스마트폰을 거의 공짜로,그것도 요금제도 아주 싸게 막 산다.이를 보고 삐진 꼰대들은 왜 우리는 비싼 돈 주고 사고 쟤들은 저렇게 싸게 사냐며 화를 낸다.
이를 <시사인> 천관율 기자는 '정보 비대칭'이라는 이름으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시사인 - 모두가 미워하는 그법의 탄생),기본적으로 정보 비대칭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렇게 구매자 그룹간에 차이점이 있을 때 붙이기에 아주 적합한 용어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어찌되었거나 도깨비 소굴 같이 결정되는 복잡한 스마트폰 구매 비용의 체계를 단순화시켜 서울에서50만원 하는 스마트폰은 광주에서도50만원 할 수 있도록,뽐뿌 사용자가20만원에 살 수 있는 스마트폰은 탑골공원 할배들도20만원에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자는 것이 이 법안의 최초 입법의도였다는 얘기이다.
깔끔하다.그렇게 되면 좋잖은가?고민할 이유도 없고 밤새 게시판 보면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어지고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SKT, KT, LGT등의 통신사와 삼성으로 대표되는 제조사간에 오가는 은밀한 거래인 단말기 보조금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게 된다는 것이다.이게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삼성의 입장에서는 결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무서운 일인 것이다.
그래서 삼성은 애초부터 이 법안 자체를 반대해왔고 제일 싫어하게 되었고,싫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2. 누가 이 법을 만들었는가?
이게 또 혼란스러운 얘기가 된다.형식적으로 이 법은 의원입법에 의해 만들어진 법이다.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대표발의를 했다.그럼 여당이 만든 거네?
이게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부발의'인 것이다.이젠 하도 보편적인 일이 되어 버려 청부발의를 한다고 의원들을 비난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바로 그것이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이 최양희 미래부 장관에게 왜 이 따위 법안을 만들었냐고 호통을 치자 담당 부처의 장관이라는 자가 한 대답이 바로 이 부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거 의원님 입법으로 제정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이구,그러셨어요?의원님들이 만든 법 때문에 욕을 먹어서 속이 상하셨어요?
정부도 법안 발의 권한이 있다.실제로 정부발의 법안도 무수히 많다.그러나 진짜로 정부가 원하는 법안의 상당수는 의원입법의 탈을 쓰고 만들어진다.이게 바로'청부발의 법안'이다.정부가 만들고 싶은 법안을 통과시키는데,정부가 만들어온 데이터에 기반해서 정부가 짜온 시나리오대로 정부가 작성해온 효과 등을 고려해서 단지 발의자만 국회의원의 이름이 들어가는 형식으로 통과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거 분명히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그럼에도 흔하다.실제로 의원들이 이런 국가적 차원의 영향력을 가진 법안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고 법 조문을 만들고 할 능력이 잘 안 된다.이런 법안들을 다 심의하기에도 힘이 딸려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찬성해주는 의원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이런 법안 자체를 만들어 보라고 하면 의원 입법의 건수는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또 정부가 집권여당에게 부탁을 해서 의원입법으로 법안 하나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그거 거절할 수 있는 여당의원도 거의 없다.거기다가 이 단통법의 경우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버린,그리고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중량급 법안인 것이다.그래서 미창과방통위원회(약자를 만들어도 길구나)소속 법안 소위 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에게 대표발의를 부탁한 것이다.
문제는 대표발의자를 포함한 발의자들 모두,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찬성한 문재인 의원 등도,그냥 표결에 참석하지 않아 놓고 이제 와서 자신은 미리 알아서“찬성 하지 않은” 거라고 숟가락을 올리는 안철수 의원도 도대체 이게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다.아니 미리 알았으면 나서서 반대를 해야지 왜“찬성 안했다”는 걸로 생색을 내시나?
아니 사후 파장은커녕 무슨 조항들이 들어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솔직히 말하자.심상정 의원도 몰랐잖아.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바로 미래부 담당자들,그리고 이 법안 문구를 다듬는데 투입된 국회 소속 수석전문위원들(이 사람들은 국회 직원이다.의원이 아니다),그리고 회의 때마다 주변을 얼쩡거리고 또 미래부 장관도 참여하는 정부 부처 내부 회의에는 직접 참여하면서까지 의견을 관철해낸 삼성의 직원들뿐인 것이다.물론 통신사 직원들도 참여한다.
이 법은 그들이 만든 것이다.유권자를 대표할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바빠서 이 법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각자 친한 정부 담당자,국회 소속 수석위원들,그리고 업체 직원들에게“아주 좋은 법”이라는 소리만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통과가 되었다.
물론 이런 법안을 야당이 별로 문제삼지 않고 통과시켜 주는 과정은 일종의 패키지 플레이라고 볼 수도 있다.당신들이 이 법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으니,그걸 우리가 받고 대신 우리가 원하는 법안 몇 개 통과시켜 달라고 흥정을 하는 것,그 흥정에 소모되는 카드로 활용한 것 뿐이다.
이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야당이 맡은 역할은 바로 이 패키지 플레이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흥정을 잘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이 법이 발효되면서 난리가 벌어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야권은 계산서 내용이 틀렸다고 화풀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3. 이 법은 왜 망가졌는가?
행복한 결혼생활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해서 반드시 착한 아이가 태어나지는 않는다.입법 취지가 좋다고 해서 좋은 법이 태어나지 않는다.
법안 자체를 반대하던 삼성은 미래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서 삼성 편 들어주는 걸로 유명한 기재부까지 동원을 해도 막기 힘들다는 판단이 서자,법안의 내용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내민 카드는 바로보조금 상한선이다.아니 이 문제는 삼성이 내민 것도 아니다.원래부터 미래부는 이 조항을 밀었다고 봐야 한다.통신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막기 위해 거래 질서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 정반대되는 조항임에도 불구하고,미래부가 이 조항을 좋아하는 이유는 별 거 없다.업체들의 이권을 '큰 틀에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기업이 망하면 나라 망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다.소비자들이 한 달에 이삼만원씩 더 뜯겨도 그게 삼성이라는 국내기업(외국인 지분 보유율은54%지만)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라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단하신 애국자 분들이기 때문에 그렇다.사실 삼성뿐 아니라,미래부의 경우에는 통신사들의 입장을 더욱 중시한다.이 법안 자체가 애초부터 통신사들의 요구에서 시작되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통신 빅3가 점유율 경쟁하느라 자기들 보기에도 지나치게 심한 보조금을 서로 막 뿌려대자,우리 이렇게 싸우다간 서로 망한다고 엄살을 피우면서 정부에게 미래부에게 보조금 상한선을 그어 달라고,우리끼리 싸우는 걸 막고 이익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래서 단통법에는 보조금 상한제라는,입법 취지와 전혀 상반되는 조항이 처음부터 포함되었어야 한다.그러나 자기들도 눈치가 보였는지 법안의 초안에는 이 조항이 빠져 있었다.중간쯤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것이다.이 법안의 운명이 야당의 결사항전에 부딪히게 될지 어떨지 모르니까 처음에는 안 넣었다가,그냥 거래용 카드로 무사히 통과될 것 같으니까 슬그머니 넣는 방식이다.물론 그 조항을 끼워 넣은 장본인,국회 수석위원은 '착오'였다고 해명을 한다.
그렇게 보조금 상한제라는 혹이 한 개 더 달리게 되었고,이 부분에 주목한 의원들은 거의 없었다.지나고 나서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자,이제 와서 의미 없는 호통만 치고 있을 뿐이다.
그 다음으로 삼성이 활약을 한 것은 바로영업비밀 보호 부분이다.단통법에 의해 보조금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이 보조금 문제와 관련된 가격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조항을 단통법 안에 넣는다.대담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법안 자체로 보면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법안도 없게 되었다.
명분은 이 법에 의해 제조사가 관련된 각종 가격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상황이 오면,국제시장에서 애플이라는 막강한 거인과 고군분투하는 삼성의 애국자들이 곤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
결국 이러저러한 부수 조항들이 달라 붙으며 삼성은 자신들이 갤럭시 한 대 팔 때 통신사에게 보조금을 얼마나 지급하는지,그게 갤럭시의 소비자가에 얼마나 포함이 되어 있는 건지 밝히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졌다.이 대목에서 이미 삼성은 '선방했네~' 하는 자평을 했을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한 조항이 또 하나 들어간다.분리공시문제이다.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가게 되는 보조금 중에 제조사 부담분과 통신사 부담분을 나눠서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 또한 제조사와 통신사 측에서는 용납 불가능한 부분이 된다.이 분리공시는 앞서 얘기한 자료제출 거부와 동일하게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국제 경쟁력을 이유로 무력화 되어 버렸다.
이제 이 단통법의 입법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제조사와 통신사 측에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못하며,오히려 보조금 상한선 만을 규제해서 통신사간의 경쟁을 막아 버린,관련자 모두에게 해피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정부는 원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생색을 낼 수 있다.보조금 상한선이라는 '규제의 칼'이 주어졌고,이를 무기로 통신사들에게 가격인하 압박만 하면 대통령 공약도 달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단말기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보조금을 제한하고 단말기 가격을 올리는 대신 통신비를 조금 내려주면 어찌되었든 간에 통신비 절감이라는 공약은 지킨 것이잖은가?통신사들은 지나친 출혈 경쟁을 정부가 알아서 막아 줬으니 고마운 일이 되었다.삼성의 입장에서는 이로 인해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된 갤럭시의 소비자가격이 얼마나 날강도 같은 짓인가를 무사히 숨길 수 있게 되었으니 선방한 셈이다.만사 해피하고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결과인 셈이다.
정부입법으로 발의된 법안이 이렇게 스무스하게 통과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야당은 야당대로 원하는 다른 법안과의 거래를 했으니 만족할 만한 상태였다.
최소한 이 법이 시장에 등장해서 아수라장이 연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4. 진짜 몰랐을까?
이 법은 등장하자 마자 엄청난 여파를 몰고 왔다.이 복잡한 법조문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모든 것을 다 정리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는 점을 사람들은 아주 쉽게,아주 빠르게 눈치를 채고 말았다.
도대체 이런 법을 왜 만든 거냐는 항의가 속출하고,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신규 계약이 거의 중단되는 사태가 오고 말았다.
우리 사회는 규모가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로 인해 신규 계약이 없어지거나 지는 않는다.당연한 일이다.그러나 하루 아침에 최소2-30%의 매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이로 인해 문을 닫는 대리점,영업소들이 속출한다.사람들은 지금 스마트폰 새로 사는 것은 바보중의 바보라고 느끼게 되었다.정 필요하면 해외 직구로 사서 개통시키겠다고 마음을 먹는다.심지어 똑 같은 삼성 갤럭시 조차 해외에서 역수입해서 개통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는 비교 결과가 인터넷에 흘러 넘치고 역수입업자들은 이 틈을 타서 마구 광고를 뿌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전파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는 식의 모기 발톱도 못 되는 엄포로 막아질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럴 줄 몰랐을까?그렇게 모두가 합의하며 모두가 해피한 결과를 내기까지 이 법의 탄생과정에 일조한 그 모든 사람들이 이런 충격파가 올 것을 몰랐을까?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과정의 누군가가 이 골 때리는 시스템에 분노해서 한 번 다 같이 엿 좀 먹어보라고 일부러 그렇게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일은 누구 하나의 기발한 작업으로 벌어지지 않는다.모두의 이익을 고려하고 모두의 입장을 생각하다 보니 누덕누덕 기워진 법안이 만들어지고,단지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너무 많이 주지 말라는 결론만을 내리게 되었고,그 보조금 상한선이 시장에 용납되기에는 너무 낮게 책정된 결과 사람들의 '냄비 스타일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것뿐이다.
그래서 뒤늦게 통신사들에게 요금을 더 낮추라고 압박을 하고 있고,사실 알고 보면 매출이 그렇게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조작된 숫자를 나열하면서 자기들도 안 믿는 통계를 가지고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불난 집에 에비앙 생수 한 통 던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진짜 몰랐을까?이렇게 될 줄은 진짜 몰랐을 것이다.그러니 여야 할 거 없이 의원들은 정부를 탓하고,정부는 이게 의원입법인데 당신들이 그러면 안되지~하면서 서로 미루고 있고,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단통법이라는 아이는 완전히 양가에서 모두 버림받은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법안이 살아 남을까?이미 영업점 사장들이 통신사 영업사원들하고 짜고 아이폰을 헐값에 뿌리는 아식스대란(아이폰 식스 대란)이 벌어졌는데,그들 모두를 개통 취소 시켜 버리고 엄벌에 처할만큼 이 정권이 강수를 두게 될까?그건 잘 모르겠다.유명한 얘기 아닌가,해방 이후 가장 예측 불가능한 정권이 이 정권이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될 줄은 진짜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하지만,지나고 보니 그들이,아니 우리 모두가 진짜 몰랐던 것이 또 하나 있다.아주 기본적이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일,그 기본을 몰랐다.
5. 우리 모두가 놓친 단 하나의 진실
법은 사회적 합의이다.특히 단통법 같이 시장의 흐름을 규제하는 법안은 시장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이 합의가 맘에 안 들게 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전국 규모의 시장이며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매달 작게는 몇 만원에서 크게는 십 몇 만원까지 내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다.사실 이 비용에는 제품의 가격과 통신비가 섞여 있어서 누구도 그걸 분리해서 판단하기 힘들다.
아니 사실은통신업계와 제조사가 짜고 소비자들의 돈을 더욱 효율적으로 빨아먹기 위해 판을 복잡하게 설정해 놓은 것이다.그 덕에 이제는 아마 자기들도 이게 도대체 어디까지가 제조 매출이고 어디까지가 통신 서비스 매출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것이다.그렇게 묶여서 아사리판이 되어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통신 시장을 좀더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법을 도입해서 규제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일지도 모른다.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내가 사는 기계가 도대체 얼마짜리인지,이게 할부금이 정상인지,이 할부금이 통신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왜 기계는 기계대로 따로 팔고 통신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따로 가입하면 안 되는 것인지,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 좀 확실하게 답을 준비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모두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이 괴상한 시스템은 지금 몇 십 년째 지속되고 있다.그게 진짜 '모두의 이익'인가?
우리 모두는 잊고 있다.이 통신 시장에서 가장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된 '관련자'들은 바로 소비자들이라는 점을 말이다.그리고 이 소비자들은 니들이 제도를 만들어 떠먹여 주면 그대로 받아 먹고 피땀 흘려 일해서 번 돈을 매달 일수이자 갚듯이 빨리기만 해야 하는 바보 같은 존재들이 아니라는 점을 잊고 있는 것이다.
시장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논의를 하는 자리에,가장 상석에 먼저 초대되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소비자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선출직 의원들이 있지 않냐고?그들은 입법의 최종 책임자들이다.그들은 제조사,통신사,정부 담당자,소비자들과 동급이 아니라,이 모든 관련자들의 이해관계를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법안으로 실체화 시켜야 하는 담당자들인 것이다.
왜 스마트폰 가격을 논의하는 자리에 스마트폰을 실제로 사서 써야 하는 소비자들의 대표가 참석하지 못하는가?왜 통신비 구조를 논의하는 자리에 매달 휴대폰 요금을 자동이체로 꼬박꼬박 지불하는 사용자 연합의 대표가 참석하지 못하는가?
'모두의 이익'이라고?그 모두에 왜 가장 숫자도 많고 가장 돈도 많이 내는 '소비자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고 있는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한 축으로 작용할 '소비자의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가 해피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헤벌레 웃고 있는 담당자들은 가장 중요한 뭔가를 하나 빼 먹고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들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빠져 있는 그 소비자,호갱 소리만 듣고 사는 소비자,그 소비자들이 바로 유권자이며 납세자라는 것을 생각해 보시라.당신들 모두가 도대체 누구 돈으로 먹고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미래부 직원들,장관들,기재부 직원들,국회 수석전문위원들,심지어 국회의원들 모두 직접적으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이다.우리가 우리의 이익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니들의 이익을 보호하라고 준 월급이 아닐텐데..
제조사와 통신사도 마찬가지다.인프라가 필요하다고,국제경쟁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 불평 없이 꼬박꼬박 신제품 사주고, LTE가 새로 나왔으니 그거 또 써주고,초고속 와이파이가 나왔으니 그거 또 돈 내고 사주고,무제한 인터넷인데 하루 용량 얼마를 초과하면 제한이 걸린다는 말도 안 되는 개그인지 광고인지 모를 개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그거 또 사주고 하는 사람들이 바로 소비자이자 유권자이자 납세자인 우리들이라는 점을 도대체 왜 잊고 있느냐는 것이다.
매출이 급감하고 영업소가 문을 닫고 나서야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그 와중에도 아이폰 신제품 팔아 보겠다고 대란이나 일으키고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그냥 처음부터,시장의 주인은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라는 점,소비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제공하는 기업이 성공해야 하고,그런 기업들이 살아 남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이라는 점,그리고 공무원들은 어디까지나 유권자와 납세자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런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사실 저들에게만 뭐라 하면서 불평하기도 힘들다.
우리가 주인이라는 점을 우리 스스로가 잊어 버리고 살아가고 있는데,스스로 주인임을 자각하지도 못하는 주인을 이 세상 어떤 넘이 주인으로 알아서 모시겠냐는 말이다.
이 맑은 초겨울의 하늘과는 전혀 다르게 기분이 참으로 비참해진다.
PS. 웹툰의 인용을 허락해주신 빈꿈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약속한 오징어 통찜은 반드시 사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 정식 명칭은 이름 하야“이동통신단말 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의 멍청함과 븅신스러움은 이미 수많은 언론보도와 블로그 포스트, 관련 커뮤니티 및 소셜네트워크상에서의 의견들로 까발려진 바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법은 '누군 비싸게 사고 누군 싸게 사면 불공평하니 다 비싸게 사라'는 취지의 전형적 탁상공론의 좋은 예로 후대에 길이 남을 법안.
법이 시행된 10월에는 이렇다 할 플래그쉽 신제품이 없었던 반면, 애플의 아이폰6 및 아이폰6 플러스와 삼성의 갤럭시노트4 및 노트4 엣지가 10월 말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11월은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삼성과 애플이라는 글로벌 TOP2의 플래그쉽 모델이 과연 단통법 시대를 어떻게 열 것인가.
포문은 애플의 아이폰6(줄여서 속칭 아식스)가 맡게 됐다. 사전예약 때만 해도 통신사들이 단통법으로 인한 보조금 제한에 대한 돌파구로써, 일정 기간 이후 중고단말 비용을 미리 할인해주는 형태의 가격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11월 1일, 속칭 '버스'라 불리는 스팟 정책(이 역시도 속칭이다만)이 일부 온/오프라인 대리점에서 발표되면서, 이른바 '대란'이라는 명칭을 달게 됐다.
어쩌면 이 글을 보는 분덜 중 상당수가 여기까지 무슨 얘긴지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다. 단통법, 보조금, 중고단말 선할인, 버스, 스팟, 대란 등등 모르는 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할 거다. 관련된 문제를 모두 이해하려면 한국의 휴대폰 판매 산업구조와 관행, 그 과정에서 누적된 업계용어 및 비속어들을 다 설명해야겠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겠다. 왜냐고? 이건 애초에 수요-공급 법칙만으로 이해가 가능한 그림이기 때문에.
2. 3개의 가격. 균형가격을 찾아라
어지간한 분덜은 첨보기 힘든 수요-공급 곡선. 기본 원리는 역시 모르는 사람이 매우 적겠다. 굳이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파는 놈덜은 비쌀수록 많이 만들어 팔고 싶고, 사는 놈덜은 쌀 수록 많이 몰려 사고싶다는 것. 이 둘을 선으로 표현할 때 두 선이 만나는 점이, 만들려는 양과 가격, 그리고 팔려는 양과 가격이 딱 맞는 균형가격이 된다는 것. 가장 오래된 경제학 이론 중 하나인 이 곡선 자체가 과연 현실을 반영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100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현실상황을 꽤나 잘 설명하는 도구이긴 하다는 점이다.
이 수요-공급 곡선 관점에서 이 사태를 디벼보자. 단통법이라는 쓰잘데기 없는 법안이 시행돼야만 했던, 지난 10월 이전의 시장의 주요 꼭지를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플래그쉽'이라 불리는 고스펙 유명 스마트폰 모델들은 90~100만 원 정도의 고가로 출시 (출고가) -한국의 시장 특성상 대부분의 스마트폰 단말은 통신사 상품과 연계되어 판매 -통신사들은 24개월 이상 약정 조건으로보조금을 지급(보조가) -일부 대리점들을 통해 일시적으로 단말기 단가를 크게 낮춰 판매하는 소위 ‘스팟' 발생 (스팟가)
최대한 간단하게 쓰려고 해도 시장 구조 자체가 복잡하다 보니 이해가 한 번에 안 갈 수도 있겠다. 그런 경우는굵게 표시한 부분만 집중해서 보길 바란다. 기존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에는 총 3개의 가격이 형성되는 거다. 출고가, 기본 보조금 적용가격, 그리고 특별하게 싸게 판매되는 가격. 신제품 구매 기준으로만 총 3가지의 가격이 형성된다. 편의상 이 셋을출고가, 보조가, 스팟가라고 지칭해보자.
수요-공급 곡선의 관점에서 볼 때, 이상적인 시장에서는 이딴 식으로 가격이 3개나 형성될 리가 없다. 분명 저 3개의 가격 중 최소한 2개, 혹은 3개 모두가 균형가격이 아닌 비합리적인 시장구조에서 발생된 헛가격이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에서 애초 단통법을 생각해낸 문제의식은 이 3가지 가격 중 가장 마지막의 ‘스팟가'에서 시작된다. 이 스팟가는 특정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만 일시적으로 발표하는 조건부 가격으로, 3개월간 특정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출고가 90만 원 가량의 휴대폰을 1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다수 있었을 정도. 같은 시각에 이 정보를 알고 있었던 사람과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이 같은 휴대폰을 살 경우 최대 80만 원 가량의 구매가 차이가 날 수 있는 셈이다. 소위 말하는 버스폰, 폰거지, 뽐거지, 폰테크 등의 말은 다 여기서 비롯된다. 3개월 조건만 유지하고 중고로 팔아도 3~40만 원 가량의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
단통법은 이러한 불평등을 막고자 하는 데서 시작한다. 즉 이 법안은균형가격이 보조가와 스팟가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가정으로 시작하는 셈. 그래서 그들은 보조금 상한제를 법안의 골자로 해서, 6개월에 한 번씩 그 상한 보조금을 리프레시하기로 맘먹는다. 이는, 지들이 6개월에 한 번씩 딱 보면 균형가가 턱 보일 테므로, 그에 맞춰서 균형가격을 계속 유지해주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자만감 한 덩어리를 잘 보여준다.
사실 균형가격이 보조가와 스팟가 사이 어딘가에 있으리라는 가정 자체는 비교적 합리적인 축에 속한다. 문제는 그들이 10월 법안 시행에 맞춰 정한 보조금 상한액이 30만 원이라는 점. 30만 원이라는 보조금은 오히려 기존 평균적인 보조금보다 낮다. 결국 우리는 멍청한 국회의원들을 자리에 앉혀놨다는 이유로,출고가와 보조가 사이 어딘가에 형성된 가격을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미방위는 자신들이 만든 법안의 합리적 가정을 스스로 애써 갖다 버린 무능함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정리해보자. 기존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출고가, 보조가, 스팟가라는 3개의 가격을 형성한다. 미방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답시고 스스로의 무능함을 드러내며 애꿎은출고가와 보조가 사이 어딘가에 가격이 형성되도록 강제한다. 바로 이 시점에,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6와 6 플러스가 출시된다.
3. 돌아온 스팟, 엿먹은 미방위
앞서 말했듯, 단통법 시행 이후 첫 플래그쉽 모델인 아이폰6와 6 플러스는 결국 하루 만에 스팟가를 형성한다. 스팟가는 최저 10만원 대로 알려졌으며, 6개월간 특정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이다. 이 가격으로 실제 이 단말을 구매하여 소유한 소비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으며, 아마도 대부분 실제 수령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긴 하다. 하지만 한두 명이라도 이 가격에 구매하긴 했다는 점, 그리고 이 스팟이 현행 단통법을 정면으로 위반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단통법과 미방위는 졸라 큰 엿을 먹어버렸다.
미방위가 먹은 엿은 일단 행정적인 차원에서, 한 법안이 시행 한 달 만에 보기 좋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있다만, 이 글에서는 앞서 논의한 내용의 맥락에서 더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1101 아식스 대란을 통해서, 미방위가 얼마나 경제학적으로 무식해 처먹었는지가 한방에 까발려진 거다.
다시 수요-공급 곡선 관점으로 돌아가서, 그 무식함을 디벼보겠다. 그래프를 다시 소환해보자.
외부적인 이유로 어떤 상품의 가격이 균형가격보다 높게 책정된 경우, 초과공급이 발생하게 된다. 위 그래프에서는 이 상황을 ‘최저가격'이 지정된 상황으로 가정한다. 즉, 최저가격이라는 것이 그 상품의 균형가격보다 높게 지정되면 그 가격의 수요는 적고 공급은 많아지므로, 공급이 초과된다는 것. 결국 그 초과공급분이 모두 팔리기 위해서는, 수요량이 그 초과공급분을 메꿀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확보되는 낮은 가격에 팔아 넘겨야 한다.
반대로 가격이 균형가격보다 낮게 책정된 경우에는 초과 수요가 발생한다. 현실적인 말로 풀자면, 더 비싸도 되는 게 너무 싸게 강제된 바람에 상품이 금세 동나버리고, 그 상품이 필요하지만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웃돈을 주고 그 상품을 구하게 되는 것.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이 상황에서 ‘암시장'이 형성된다고 가르치곤 한다.
이 기본 원리에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3가지 가격을 대입해보자. 일단 제조사에서는 제조원가부터 여러 가지 비용들을 모두 합하여 출고가를 지정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한국 시장에서는 휴대폰이 대부분 통신사 상품과 연계되어 판매되기 때문에, 이 출고가를 내고 물건을 바로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적어서, 출고가로 살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제한돼있다. 소매점을 찾는다 한들, 거의 모든 통신사가 24개월 약정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 약정을 중도해지하여 나중에 위약금을 물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즉, 출고가 자체는 균형가격보다 높게 책정된 셈이며, 실제로 소비자들은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의 보조가로 스마트폰을 구매한다. 합리적인 시장이라면 출고가가 낮아져야겠지만, 현실에서는 높은 출고가와 그보다 낮은 보조가가 공존한다. 이 얘기는출고가를 낮출 수 없는 어떤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이 보조가가 대체로 균형가격에 근접한다면, 시장은 아마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보조가가 균형가보다 낮다면 수요가 너무 많아져서 웃돈을 주고 구매할 소비자들이 발생하면서 결국 보조가가 상향 조정될 게다. 하지만 반대로 보조가가 균형가보다 높다면, 스마트폰의 공급초과가 벌어지고, 팔리지 않은 스마트폰을 팔기 위한 낮은 가격이 형성된다. 굳이 말하자면 ‘싸게 파는 암시장'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다.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을 팔아넘겨야 하고, 통신사들도 가입자 경쟁을 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보조가를 유지하는 가운데 스팟가를 만들어 이중으로 가격을 형성한다. 보조가를 적당히 낮춰 균형가격을 찾고, 스팟가의 존재를 없애는 방법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격체계는 계속 유지돼왔다는 사실은, 역시보조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출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균형가격이 어떠했든 간에, 제조사 입장에서의 공식 가격인 출고가, 통신사 입장에서의 공식 가격인 보조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갈 수 없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거고, 그래서 한국 시장은 총 3개의 가격을 지니게 된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미방위가 내린 결론은 사실상 '보조가의 하한선을 상향조정'한 것이 된다.
미방위가 내린 결론을 수치로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A라는 스마트폰은 24개월간 월 6만 원짜리 약정 조건으로균형가격 3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제조사는출고가를 90만 원이하로 내릴 수 없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출고가 90만 원으로 책정한다. 그리고 통신사는 보조가를 50만 원 이하로는 내릴 수가 없어서, 보조금 40만 원을 지급하여보조가 50만 원으로 만든다. 보조가가 균형가격인 30만 원보다 높으므로, 초과공급이 벌어지고 결국 그 초과공급분을 팔아치우기 위해서스팟가 20만 원을 책정한다. 이 타이밍에 단통법이 갑툭튀해서 보조금을 상한선을 30만원으로 지정,보조가를 60만 원으로 만든다. 보조가가 50만 원이어도 공급초과여서 스팟가가 20만원으로 형성되는데, 정부가 나선답시고 보조가를 60만 원으로 올린 바람에 공급의 초과분이 더 커진다. 이렇게 되면 결국 필요한 수요가 더 늘어나서 결국스팟가가 10만 원이 되는 그림.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상에서는 아이폰의 스팟가가 예상보다 너무 낮게 풀려서 아이폰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타격이 갈 것이라는 의견들이 다수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보조가와 스팟가의 격차가 오히려 커졌다고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결국 시장에 기형적으로 형성된 3중 가격체계로 인한 불평등을 줄이려는 취지로 만든 법안이, 그 불평등을 가중시키는 결론을 낳은 셈. 어디서 이러한 역설이 발생했는지를 경제학의 기초 중 기초인 수요-공급 법칙만으로 설명이 가능할 정도로, 이 법안은 무식했다는 뜻이다.
4. 시장과 국가개입, 그리고 역량
수정자본주의의 시초격인 존 케인즈의 애초 주장은 사실 이런 기형 상품 가격체계를 설명하기 위함이 아니라, 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시장이 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국가가 개입함으로써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는 방향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사실상 이러한 관점은 현대사회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하는 관점이기도 하다. 다만 경제관, 정치관, 그리고 지도자들의 개별적 이익관계에 따라 그 '개입의 정도'를 조절하는 데에 있어서 논란이 있을 뿐이다. 혹자는 그 개입이 시장을 더 완벽에 가깝게 만드는 데에 사용돼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시장은 애초 완벽해질 수 없으니 개입과 통제가 더 필요하다는 논란인 셈이다.
이 모든 논란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건, 국가가 시장의 한계와 그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는 전제다. 수정자본주의라는 건 '국가가 짱이니까 시장보다 더 강력해야 한다'는 수준의 말장난이 아니라, 지극히 경제학 이론적 관점에서 더 나은 시장구조를 만들기 위한 학술적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론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지도자들이 '나 개입할 거임. 왜냐면 케인즈가 그게 맞댔으니까'라는 태도로 감놔라 배놔라 하면, 그 결과는 다 좆되고 망하는 와중에 몇 명만 이익을 챙기는 것뿐이다.
'어느 정도'의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형적인 3가지 가격이 형성된 것. 이 사실 자체를 시장의 '문제'로 보느냐 마느냐는 사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만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컨대 우리는 항공권을 살 때, 완전히 같은 일정을 지니고 같은 비행기에 타는 항공권이 수없이 다양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음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이 항공권 시장의 특징을 '문제'로 받아들이고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3가지 가격이 아니라 50가지 가격이 존재하더라도, 각 가격의 유통경로와 정보 접근 난이도가 다르다면 이 역시 정상적인 시장의 모습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미방위의 삽질은, 이러한 논의를 충분히 진행하지 못한 것은 물론, 지금 자신들이 하는 짓이 자신들이 ‘문제'로 지정한 상황을 악화시키는지 강화시키는지조차 관심이 없었다는 것에서 시작했고, 그 무관심은 단순히 바빠서 신경을 못 쓴 수준이 아니라 경제학의 기초도 몰랐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어쩌면, 미방위 위원인 국회의원 중에 몇 명은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매우 기초적인 경제학적 상식에 어긋나더라도, 그냥 훅하고 통과할 수 있는 위원회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기 때문.
일단 이 삼중 가격 체계 자체가 문제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겠지만, 일단 문제라고 전제를 한다면, 결국 수요-공급 곡선이라는 기초 상식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은'출고가와 보조가를 일정수준 이하로 낮추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업적인 이유와 시장점유율, 마케팅과 브랜드, 국가별로 다른 시장환경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추리를 해 나가야 이 이유를 파악할 수 있지만, 정부나 국회는 다르다. 이를 문제로 판단했다면 그 이유를 대놓고 각 기업에 묻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 크나큰 권리를 주기 위해 선거라는 걸 하는 거 아니겠나.
결국 1101 아식스 대란을 통해 드러난 건, 미방위가 중고등학교 수준 경제학 상식조차 어긋나는 법안을 만들어 재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소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을 대신해서 미래창조와 과학, 방송, 통신에 대한 법안을 만들 역량이 안된다는 사실이 드러난 거다.
그냥 한마디로 하자면, 어떤 일을 할 기본도 안된 놈들이 그 일을 한 거다. 그런 놈들이 완장 차고 어른 흉내 내가면서 뭐라도 하는 척을 하면 이런 꼬라지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우린 그냥 다시 한 번 확인한 거다.
시사 프로그램 조연출을 맡았을 때 종종 청소년 탈선 문제나 방황하는 아이들을 취재하러 으레 가는 곳이 있었다. 서울 노원구 중계역 근처나 화양동 일대, 수능 끝난 날 신촌 등등이었다. 그곳에만 가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먹고 배회하는 불량한(?) 청소년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으니까. 이런저런 인터뷰 와중에 “오늘 축제가 끝나서 밤새 놀아요”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축제 따위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고등학교를 나왔고 축제를 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을 쑥맥 기질 때문에 나는 고등학교 축제에 대해서 별 이해가 없었다. “고딩들도 축제 하냐?” 그러고 무심히 넘어갔는데 그때 같이 있던 동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는 고등학교 축제 하는 거 몰라?” 물었다. 그렇듯 고등학교 축제도 꽤 성대하게 열려 왔고 ‘어린’과 ‘젊은’이라는 형용사 사이에 모호하게 위치한 고등학생들을 어지간히 들뜨게 하고 서로의 학교를 찾아 교류를 나누는 이벤트였다. 그리고 1999년 10월 30일은 인천의 몇몇 학교 축제가 끝나는 날이었다.
축제를 끝내고 한껏 상기된 학생들이 몰려든 곳은 동인천역 부근이었다. 노래방, 분식집 등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많았지만 이곳으로 학생들이 몰려든 이유는 이른바 ‘뚫리는 집’ 즉 미성년자도 술을 사 먹을 수 있는 곳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프집 ‘라이브2’도 그중 하나였다. 이 호프집 주인은 청소년에게 술을 파는 것을 금한다는 법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날을 벼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축제가 끝났으니 아이들이 파도처럼 밀려올 것이고 대목이라 여겼으리라.
역시 아이들이 몰려왔고 주인은 거리낌없이 맥주를 채워 학생들에게 전했다. 맹랑한 일은 이날 이 호프집은 장사를 하면 안 되는 날이었다는 점이다.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문제로 단속에 걸려 영업정지 처분을 당한 상태였다. 그러나 주인은 태연히 가게 문을 열었고 아이들을 끌어들인 뒤 문을 잠그고 술잔을 돌리고 돈을 셌다. 심지어 돈 받고 술을 팔면서도 “대충 먹고 빨리 나가야 다음 손님 받는다” 며 술을 다 마시지도 못했는데 등을 떠밀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하실에 있던 노래방에서 사달이 났다.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0대들은 묘한 내기를 했다. 시너에 불이 잘 붙는지 라이터 기름에 불이 잘 붙는지 입씨름을 한 끝에 끔찍한 결과를 낳는 위험한 탐구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불은 상상외로 잘 붙었고 그 불은 눈 깜짝할 새에 위층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건물 자체도 어처구니없을 만큼 화재에 취약했다. 지하 노래방 천장에는 스프링클러 같은 것이 아예 달려 있지 않았고 화재경보기도 먹통이었다. 심지어 화재 전날 지하 노래방 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공사에 방해가 된다며 소화분말액을 자동 분사하는 천장의 확산소화기 15대를 모두 제거한 것이 결정타였다.
1층은 식당, 2층은 호프집, 3층은 당구장이었는데 1층 사람들은 대부분 빠져나왔지만 2층과 3층은 급작스런 불길에 휘말렸다. 3층 사람들은 뛰어내리다가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뛰어내려 목숨을 구할 수 있는 2층에서는 한 명도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지 못했다. 출입구로 나오지도 못했다. 당시 50평 규모의 호프집에 120여명의 학생이 들어차 있었다. 연기가 올라오고 화재임을 직감한 학생들로 인해 폭 1.2미터의 좁은 통로는 꽉 차 버렸지만 출입구는 열리지 않았다.
가게 지배인은 “돈 내고 나가!” 학생들에게 소리를 지르다가 불길이 올라오자 기겁을 하고는 자기 혼자만 아는 비밀 출구로 도망가 버렸다. 학생들은 창문이라도 찾으려 했으나 그것도 불가능했다. 베니어합판으로 막아 놨던 것이다. 그 지옥 같은 밀실 호프집에서 학생들은 날름거리며 다가서는, 그리고 매캐하게 피어오르는 사신(死神)을 만나게 된다.
기실 그렇게 큰 화재는 아니었다. 소방차가 득달같이 달려왔고 불은 30여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그러나 2층 호프집에 들어선 소방관들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끔찍한 정경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50평 남짓한 실내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뒤엉켜 쓰러져 있었다. 출입구 반대편 주방에는 불길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도망가고 싶었던 사람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여기서 소방관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전부 산소통을 벗어던진다. 산소통을 메고 있으면 2인 1조로 구조를 해야 했지만 산소통을 벗어던지면 각자 한 명씩 둘러업고라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그 지옥에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노력도 헛되이 라이브2에서는 단 30분에 무려 57명의 목숨이 사라져 갔다.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던 희생자들은 불쏘시개가 된 자재들 속에서 뒤엉킨 채 죽어갔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되다시피 한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임과 동시에 ‘어른들의 세계’가 만들어낸 범죄의 결과였다. 청소년들에게 술을 대놓고 팔아온 업주는 하루에 두세 번씩 고발됐지만 그래도 태연히 장사를 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가 경찰과 공무원들과 쌓아 놓은 ‘인간관계’였다. 호프집 주인이 소유한 집에 전세금도 내지 않고 들어가 산 공무원도 있었다. 주인이 작성한 뇌물 상납 기록부에는 각급 공무원들의 이름들로 넘쳐났다. 심지어 화재 현장 근처에서 경찰이 호프집 주인임을 인지하고도 조사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귀가시킨 데에 이르면 그 유착 관계가 얼마나 짙고도 끈끈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유가족들은 통곡하고 울부짖었다. 그 슬픔 위로 그들은 또 하나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 “왜 그런 곳에 가서 죽었느냐”는 희생자들의 ‘탈선’에 대한 수군거림 또는 공공연한 험담이었다. 이 판국에 인천시는 보상 책임이 없다고 발을 빼었고 시교육청은 교장 회의를 소집하여 ‘학생 단속 강화’를 역설했다. ‘날라리들이 가면 안 되는 곳에 가서 놀다가 죽었다’는 낙인은 유족들의 재가 되어 버린 가슴을 칼끝으로 헤집어 놓았다. 피해자 가족들이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을 읽으면 그 마음이 만져질 듯 느껴진다.
“말없는 애들이라고 멋대로 나쁜 아이들로 몰아가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원통할 뿐입니다. 죽고 다친 것도 억울한데 방탕아로 몰고들 있으니 통탄할 일 아니겠습니까? 사고 당일 인천 시내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학교가 주최한 축제가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학생들 또한 생전 처음 해 보는 특별한 날의 축제에 들떠 있었을 것이 자명하고 수일 전부터 뒤풀이를 계획했고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당시 인천 시내의 비슷한 시간 비슷한 장소에는 각 학교에서 쏟아져 나온 많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을 것으로 쉽게 생각이 됩니다. 수많은 업소 중 ‘라이브2’라는 한 업소 안에 무려 100명 이상이 들어차 있었듯이...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다 불량아이고 비행청소년이면 교육청은 비행청소년 양산청쯤 되는 셈일진대,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어떻게 지는 건지 얘기도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죽어간 이들은 불량학생이 아닙니다!라고 외치려던 사람들이 또 있었다. 바로 죽어간 학생들의 친구들이었다. 인천 지역 15개 고등학교 학생 대표들은 모임을 열고 죽어간 친구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 대해 반박하고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성명을 준비한다. 학교장과 교육청 당국 등의 ‘어른’들은 대경실색을 하고 그들을 막아섰다. 인천 교육감은 관내 82개 학교 교장들을 당장 소집하여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막으라고 윽박질렀고 학교장들은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불러 성명서 발표에 가담하지 말 것을 종용했던 것이다. 결국 성명서는 무산됐다. 발표하지 못한 성명서는 다시 읽어도 명문이고 지금 들어도 죽어간 친구들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울려 나온다.
“먼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학우들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보냅니다. 물론 그들이 학생으로서 가지 말아야 할 장소에 출입한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어른들의 말씀대로 아직 저희에게는 술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생들 앞에 말리는 사람 따로 파는 사람 따로인 상황이라면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쪽으로 손을 뻗칠 것은 불 보듯 한 일입니다.
청소년 보호법에는 만 18살 미만의 학생에게는 술과 담배 판매를 일절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속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아니나 다를까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상황입니다. 인천시도 반성하기보다는 죽은 친구들이 문제가 많아서 그렇다는 말들만 하고 있습니다. (중략) 저희들에게도 이번 사태를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저희 학생들과 청소년들을 무시하는 행정을 하신다면 제2의 인현동 참사는 일어나고 말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우리 학생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기성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자신들의 상호 이익을 위해 대충 절충하고 덮어가는 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바라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희들에게 호프집에 출입하지 말라고 다그치시기 전에 저희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십시오. 깨끗하고 올바른 행정을 펴 주십시오. 저희 학생들도 어른들의 제재가 있기 전에 먼저 반성하고 잘못을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돈을 주고받고, 설마 뭔 일 나겠어 소화기 치우고, 영업정지 맞고도 문 잠그고 영업하고, 오는 대로 술 팔고, 그걸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그런 데는 날라리들 가는 곳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거기서 수십명의 청소년이 죽어 나가도 ‘그러게 왜 그런 데를 가’ 하고 혀를 차는 것뿐인 어른들, 지독히도 탐욕스럽고 진실로 게으르던 어른들은 이 성명서를 읽었어야 했다. 잘못을 깨닫고 성명서를 읽어내리는 학생들 앞에 머리를 숙였어야 했다.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을렀고 학생들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내리누르며 성명서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어른들이었다. 그게 대한민국의 어른들이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다 어른들 탓이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뒤뜰에 있는 희생자 추모석과 위령비
2014년 4월. 지난 16일의 끔찍한 소식 이후 나는 기이한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밥 잘 먹고 술 잘 마시고 깔깔대고 대화하다가도 신문만 읽으면, 티브이만 보면, 인터넷만 들여다보면 눈물이 터져 나오는 남부끄러운 증상. 장소를 가리지 않아 전철에서든 회사에서든 질질 짤 듯하여 이를 악물고 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그러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문득, 1999년 10월에 일어난 인현동 화재 참사가 떠올랐다. 사건들은 참 많이도 닮아 있다. 연기가 올라오는데도 “돈 내놔라”면서 학생들의 탈출을 막다가 저 혼자 비밀 출구로 탈출해 버린 지배인과 수백명 승객들을 팽개치고 가장 먼저 배를 버린 선장. 하루에도 두번 세번 신고가 들어가도 주인이 태연하게 영업을 계속하게 해 주었던 대한민국의 시스템과 사고 대처 매뉴얼조차 없고 뭘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면서 하여간 최선만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시스템. 참사 후 ‘학생 단속령’을 내리고 이제는 ‘수학여행 중단’을 대책이라고 내놓는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15년의 시차를 둔 일란성 쌍둥이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번 참사에서 가장 가슴이 미어지는 순간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철석같이 믿고 구명조끼를 입은 채 사물함 밑에 들어가 있던 아이들의 희미한 얼굴들을 볼 때였다. 배가 완연히 기울어져 가는데도 어른들 말을 믿고 ‘한데 뭉쳐서’‘교회 나가는 애들은 기도하면서’ 가만히 앉아 있었던 아이들을 보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인현동 호프집의 희생자들을 “가면 안 될 데를 찾아갔다가 죽은 날라리들, 방탕아들”로 몰아가고,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항변하려던 그들의 친구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눈을 흘기던 못난 어른들은 이제 완전히 그 알리바이를 잃어버렸다.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돼 버렸다. 몸을 주체하기조차 힘든 암담함 속에서 나는 그때 어른들이 하지 못했던 인사를 되뇌고 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얘들아. 정말로 미안하다.”
왜 우리 어른들은 이렇게도 게으르고 후안무치하며 왜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도 착하고 유순한가.
천국이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쯤 15년 전 불구덩이에서 죽어간 아이들이 몰려나와 차디찬 물의 지옥에서 벗어나 천국을 찾은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인현동 호프집의 학생들은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끌어안고 이렇게 절규할지도 모른다.
“그래 우리는 술이라도 먹었다고 치자.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일을 했다고 치자.
그런데 너희들은 왜.
대체 그 어른이란 종자들은 왜 너희들을 죽였나.”
상상일 뿐이지만 그 상상 속에서 나는 몸이 오그라든다. 그저 고개를 떨구고 눈물 찔끔거리면서 중얼거릴 뿐이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얘들아. 우리 탓이다. 다 어른들 탓이다.
이상은 앞으로 인용하며 살펴볼 조동찬 기자의 기사입니다.이 기사에서 분석한 의무 기록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몇 가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1. 수술명 문제
신 씨는 10월 17일 오후 4시 40분 수술실로 이송됐습니다. 수술명은장관유착박리술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처치기록에는 장관유착박리술과 함께위성형술(gastroplasty)도 적혀 있습니다. 위성형술은 위나 하부 식도의 결손이 있을 때 이를 복구하거나 (Surgical repair of a defect in the stomach or lower esophagus.) 위 움직임의 속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위의 모양을 변형하는 수술(A surgical procedure that alters the shape of the stomach with the intent of altering the flow of gastric content.)을 말합니다. 위 밴드 수술도 넓게는 위 성형술에 속합니다. 위성형수술에 대해서 유가족은 사전에 동의를 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의무기록지에는어떤 목적으로 어떤 종류의 위성형술을 했는지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수술명은 장유착박리술과 위성형술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유착이란 수술 후 상처가 아물면서 장기들 끼리 붙는 현상입니다. (제이전 글을 참고하세요.)
물론 수술 하지 않은 부분도 유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술한 장기나 혹은 그 근처에서 주로 생깁니다. 유착 박리술이란 수술명은 그런 유착을 박리-떼내어주는-해 주는 시술의 의미로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주로 다른 수술을 할 때 보조적으로 해주는데 이렇게 환자가 호소하는 복통에 장이 연루가 된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해주기도 합니다.
저의 경험을 예로 들자면 세 번째 제왕절개를 한 환자의 난소가 주변 대장이나 자궁과 붙어버린 케이스가 있어 서비스 차원에서 이 수술을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증상이 없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특히 장 유착의 경우는 괜히 건드리다가 장 천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거나 조심해서 건드려야 됩니다.
신해철 씨의 경우 과거 담낭염 수술력이 있으므로 유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 쪽을 박리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위성형술인데 저는 병원에서 사실 이 수술을 하려고 복강경 수술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밴드 수술을 한 지 5년 정도 되었고 배가 아프다고 하니까 위치를 한 번 확인하고 싶어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밴드 위치가 아마 미끄러지거나 제 위치에 있지 않으니까 아마 수술 들어간 김에 제 위치에 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끌어진 걸 제 위치에 놓았을 뿐이라 병원측에서는 별 거 아닌 처치였다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위 밴드 수술은 과거 수술한 것을 보수한 셈이니 어떤 목적을 적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으리란 추측입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 이것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미란(erosion)이 생기고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의심했지만 소장에 천공이 되었다고 하니 직접적인 사망과 밴드 수술과는 관련이 없어보입니다. (밴드 수술이 문제가 되었다면 위에 천공이 되었겠죠.)
2. 통증을 호소 했을 때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한 것
신 씨는 3시간 20분 후인 오후 8시에 수술을 받고 병실로 복귀했습니다. 하지만10분 뒤부터 통증을 호소했고 의료진은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했습니다. 수술네 시간 뒤신씨가 통증을 호소했을 때는 의사가 가장 강력한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했습니다. 수술 다음 날인 10월 18일에도 신씨는 4번의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10월 19일에도 통증 때문에새벽 1시 20분부터 진통제를 투여받았고,그 이후3번 정도 통증을 의료진에게 호소했습니다. 병원은역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고 육안으로 수술 부위의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퇴원조치를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복강경 수술이라고 해도 배를 뚫는 것이므로 -생살을 찢는 것이지요- 안 아프면 이상합니다. 때문에 수술 직후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듣는 정도가 다르니 처음 진통제가 듣지 않았으면 더 강한 진통제를 주는 것이지요.
다만 수술이 며칠 지난 후 계속 진통제를 준 것은 사실 바람직 한 일은 아닙니다. 진통제는 안 좋은 전조 증상을 안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병'을 '도둑'에 비유한다면 '통증'은 '집 지키는 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별 것도 아닌데 개가 계속 짖으면 좀 조용히 시킬 수도 있지만 진짜 심각한 도둑이 들어왔을 때 짖는 다고 조용히 시키면 정말 큰일 납니다. 아마 이 경우에 해당 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진통제와 수면제까지 먹었으니 더 그렇습니다.
3. 계속 병원을 찾은 신해철
신 씨는다음 날인 20일 새벽 5시 열이 나면서 배가 아프다고병원을 찾았고, 병원은 진통제를 투여한 후 귀가 시켰습니다. 그리고그 날 오후 열이 나서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이 때 병원에서 측정한 체온은 38.8도로 상당한 고열이었습니다. 이 때 의료진은 입원을 권했지만, 신씨는 거부하고 진통제를 맞은 뒤 귀가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이틀 후인 22일 새벽 4시 40분 왼쪽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그리고 통증이 왼쪽 어깨까지 퍼져나가는 양상이라고 기술했습니다.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통증이라는 걸 감지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신 씨는 복부 팽만에다 가스가 몸 밖으로 오지 않는 상태임을 의료진은 확인했습니다. 이 역시 복부 전체에 염증이 퍼졌음을 알리는 신호였지만 신 씨에게는 마약성 진통제와 산소만 투여됐습니다.
퇴원 후 계속해서 병원에 통증을 호소해서 왔습니다. 그 의무 기록은 여기에 잘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① 병원에서 그냥 수술 후 수술 상처 부위라고 생각해서 그냥 보냈을 가능성 ② 병원에서 입원을 권유하였으나 신해철씨가 거부했을 가능성
2가지 정도가 있는데 아래 쪽 의무 기록을 보면 ②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것은 여기 의무기록에 나오지 않는 것이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에 대해서 얼마나 설명을 했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겠네요.
4. 사진에 나온 의무 기록을 통해 본 제 생각
배 수술을 받은 환자가 복통이 있으면 그것도 지속적으로 있을 때는 반드시 수술 한 곳에 혈종이 고여 있는지 염증 소견은 있는지 확인 해야 합니다. X-ray는 물론복부 CT 등의 적극적인 검사를 반드시 해야합니다. 그랬는데도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으면 다시 배를 열고 직접 확인하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신 씨는 간단한 혈액 검사와 X-ray 검사만 받고 퇴원했습니다.
병원에서는 분명히 장 손상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G/O 이란 gas out을 뜻하는 것 같은데 이를 분명히 기재하고 있으며 x-ray도 찍었습니다. 장천공에 대비하여 항생제도 주었습니다. 기자분께서는 x-ray와 간단한 피검사만 했다고 타박하셨는데 이거 사실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입니다. x-ray 와 피검사 결과가 어땠는지 모르지만 아마 이상이 보이지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군다나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하고 있었는데 신해철씨가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자분은 왜 CT를 하지 않았는지 말씀 하시는 데 x-ray와 피검사가 정상 소견이었다면 의사 판단으로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x-ray 와 피검사가 정상이어도 장 천공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환자 증상인데 어쩌면 환자의 호소 내용이 믿음이 안 간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주 병원을 찾아오고 있었던 환자라 병원 측에서 조금 안일하게 생각한 면도 있는 듯 합니다.)
저도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지만 왼쪽 가슴 통증이 있다고 해서 심장병이라 100%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위궤양만 있어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더군다나 의료진은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권유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다만 이 상황에서 진통제를 준 것은 잘 못한 것 같습니다만, 개인 병원에서, 환자가 이렇게 아파하는데 안 주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아마 진통제와 수면제 효과 때문에 심각한 증상이 가려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전도 이야기는 없는데 찍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만일 장천공에 의한 패혈증이 생겨 가슴이 아팠다면 결과는 정상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CT에서 수술 전에는 장 천공이 없었다고 하니 아마 유착 박리술 도중에 장에 손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술 중 장 천공은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100% 예방할 수도 없습니다. 수술 한 병원에게 '왜 장천공을 만들었냐?' 라고 묻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엄연히 수술 중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수술 후 환자에 대한 처치가 과연 옳았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병원 측에서도 장천공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의 처치를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로 보이기에 위 기사의 의무기록만 봐서는 일방적으로 병원이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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