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나. 단순하다. 곽정은이 한 이야기, "저이가 침대에서 어떠할지 궁금하다"를 통 크게 퉁쳐 음담패설이라 치자. 음담패설은 대개 남자들만의 술자리나 여자들만의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로 올라간다. 간혹 여자들이 낀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나오기도, 드물게 아주 편한 남녀가 모여 음담패설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위 세 번째 파티원들의 구성이다. '편한 남녀'가 아닌 회사의 회식 같은 특정인이 권력을 쥐고 있는 자리에서 권력을 쥔 놈이 음담패설을 하면 성희롱이 된다. 예를 들어 예전에 이런 성희롱을 당했다.
"난쟁씨야 너 그저께 남자친구랑 어디 여행 갔다면서. 어디 갔는데, 뭐 하고 놀았는데? 뭐 갈 데까지 간 거냐? 너 조심해야 해~ 결혼도 안 했잖아~ 걔가 너랑 결혼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뭐 줄 거 안 줄 거 가려가면서 줘라. 좀 ."
꼰대질 오브 꼰대질. 아오. 지금 생각해도 빡친다.
그는 직장 내 대선배로 나와 친근하지 않은 50대 아저씨였고 난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없이 수줍게 웃고 말았지만, 그가 한 말이 성희롱이 아니게 되려면 나도 아래와 같은 말을 난사할 수 있어야 했다.
"과장님. 과장님은 사모님이랑 뜨뜻미지근하신가 보죠? 아니면 과장님 다리 사이에 쬐껜한 꼬챙이가 좀 미적지근해요? 남이야 뜨거운 밤을 보내든, 줄 거 안 줄 거 가려주든 뭔 상관이래요. 과장님이나 잘 세워보세요. 세워봤자 크지도 않을 거 같은데."
그는 권력을 가진 남자다. 그러나 나는 권력도 좆도 없는 어린 여자직원 새끼에 불과하므로 난 수줍은 척 웃고 말았다. 여성 상위시대라고 하지만, 여자는 아직도 음담패설의 주체보다 객체가 된다. 여자가 그런 말을 입에 담는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가지 시선이 쫓아다닐 거다. 그 시선이 귀찮고 두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곽정은에게 불편해하는 이유는 그녀가 과연 남자라면, 그가 과연 방송상에서 여자출연자를 대상으로 그런 음담패설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을 때, 철컹철컹이 야기되는 문제기 때문에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그년이 나쁜년이라는 논리를 완성해 버린다.
내가 많은 사람에게 늘 하고 다니는 이야기가 있다. 말하는 놈, 듣는 놈이 둘 다 즐거우면 농담. 말하는 놈만 즐거우면 희롱. 하필 그게 성에 관련된 것이라면 성적인 농담 혹은 성희롱.
곽정은이 뭘 했냐. 성폭행 계획을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벼운 이야기이지 않은가. 약간 발칙해서 그렇지.
미군과 한국군이 여러 가지 다른 게 많다고 들었지만, 미군들은 휴식시간엔 계급과 상관없이 맞담배를 피우거나,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는 예의 바르지 않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휴식시간엔 계급장을 띠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난다고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용납이 안 된다. 그런 짓을 했다간 고문관으로 찍혀서 제대 시까지 개념 없는 놈으로 왕따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바로 그런 답답한 시선이 남자와 여자 사이에도 포함되어 있다.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하고 싶지만 하면 철컹철컹이 되니까 참아야 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참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다. 아직도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 "어디 여자가~" 를 시전하는 남자들의 시선을 완성해버리는 이상한 맥락이 안타깝다.
우리가 원해야 하는 게 뭐냐. 같이 좀 놀자. 같이. 방송에서도 같이 놀자는 그런 고차원적이고 고상한 이야긴 아직 안 하겠다. 남자도 여자도 같이 까자. 같이 놀자. 뭐가 문제가 되냐. 문제 될 건 하나도 없다. 너도 하고 나도 할 수 있다면,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게 섹드립이고, 성 농담이다.
하는 놈도 즐겁고, 듣는 놈도 좀 즐겁자. 먼 훗날, 언젠가 방송에서도 마구마구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방송에 나온 거라도 보고 우리끼리라도 좀 히히덕 거리자. 곽정은 같은 사람들이 수백 명은 더 나와서 "그이가 침대에서 어떨지 궁금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떠들어야 여자, 남자 없이 다 까대고 노는 호시절이 오지 않을까나.
육두불패 난쟁이
편집 나타샤
편집부 주
본지의 독자 투고 게시판인 독두불패에 난쟁이님의애프터 서비스가 올라와있으니 자칫 이 글만 보고 댓글을 다셨다간 뒷북으로 16비트 리듬 드러밍을 하는 이로 오해받으실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
왜 암호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는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학구열에 불타서가 절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딴지의 요청과)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에 관련된 일련의 사건과 기사들 때문이었다. 거기에 화룡정점이 된 아래 기사가 눈에 띄어 관련 자료를 살펴보게 되었다. 기사는 전문가의 입을 빌려 텔레그램에 대해 교묘히 깍아 내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암호 기술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 대충 얼버무리면 될 것 같아서 였을까?
“(1) 텔레그램이 비밀채팅 방에 구현한 암호화 기술은 가장 기초적인 수준입니다.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최고의 보안성을 가진 메신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전문가들이 분석할 때도(4)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우수한 메신저는 많습니다."
…(중략)
이를 위해 텔레그램은(1)보안기술로 256비트 AES(Advanced Encryption Standard) 알고리즘과 RSA(Rivest Shamir Adleman) 2048 시스템, 디피-헬맨(Diffie-Hellman)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AES는 일대일 비밀대화에서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암호화하는데 사용되는 알고리즘이다. 그리고 RSA와 디피-헬맨은 사용자간에 암호화된 내용을 풀 수 있는 키(Key)를 사용자끼리 서로 분배하는 기술방식이다. 3가지 기술 모두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의 핵심으로 현재 국제 정보통신기술표준으로 채택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김승주 교수는 (1)”텔레그램이 쓰고 있는 AES와 RSA, 디피-헬맨 방식은 암호화 방면에서 가장 기초적인 방식"이라며 "게다가 텔레그램은 국제표준으로 전문가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는 표준 보안기술 대신 MT프로토라는 자체 개발기술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주 교수는 "많은 전문가들도 텔레그램의 자체 암호화 메커니즘을 우회하는 기술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한다"며(2)“해당 기술이 '제3자 중간공격' 등에 취약하다는 관련논문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자가 알고리즘을 개발했지만(3)수학자가 곧 보안전문가는 아니기에 취약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텔레그램의 대화내용 암호화는 일대일 비밀대화에만 적용된다. 3명 이상이 참여하는 그룹대화방에는 사용자간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지 않고 서버에 저장된다. 이는 3명 이상이 참여하는 그룹 채팅에 종단간 암호화를 구현하려면 ‘공개키 기반구조(PKI)'를 채택해야 하는데 텔레그램은 엄격한 의미에서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수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룹 채팅에 종단간 암호화를 구축할 경우 많은 트래픽이 몰리면서 서버 과부하로 앱 실행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한 보안전문가가 스냅챗, 왓츠앱 등 미국의 대표적인 메신저와 텔레그램, 쓰리마(Threema), 시처(Sicher) 등을 비교해본 결과 쓰리마와 시처가 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쓰리마와 시처의 경우 텔레그램이 일대일 대화방에만 적용한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모든 채팅방에 적용하고 있다.
김승주 교수는 국내에서 텔레그램 사용자가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5)”카카오톡과 기술적 우위나 차이점은 논하기 어렵다"면서 ”초기 검열 논란 당시 다음카카오가 적절하게 대응을 못하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불신을 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분간 사이버 망명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 내용은 2014년 10월 8일"텔레그램이 안전하다고? 암호화 기술, 기초적 수준” 이란 제목의 <News1>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기사는 제목에서 내가 알고 있는 암호에 대한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인터뷰에 응했던 김승주 교수는 보안 방면에 전문가이다. 이 기사를 보고난 후 김승주교수가 지금까지 기고했던 기사 및 글들을 살펴보고 나니 위 기사가 이상해 보이기 시작했다. 논조를 떠나서 기존 글들과 전문성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필자의 생각엔 이런 논지를 이끌어낸 건 <News1>의 기자가 아닐까 싶다.
기사에서 기자가 의도적으로 내세운 주장을 5가지라 볼 수 있다.
(1) 텔레그램에 적용된 보안기술은 기초 수준이다. (2) ‘제3자 중간공격’ 등에 취약하다는 관련 논문도 있다. (3) 텔레그램 개발자는 수학자지 보안전문가가 아니다. (4) 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뛰어난 메신저가 많다. (5) 메신저 이전은 기술보다는 태도의 문제다.
여기서 5가지 주장에 대해 필자의 사견을 붙여보자면...
Q1) 텔레그램에 적용된 보안기술은 기초수준이다.
A) 김승주 교수가 이런 말을 했을 것 같진 않다. 아마 김승주 교수가 말한 기초 수준이란 암호 생성에 있어서 꼭 필요한 요건이란 뜻이지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 아니었을 것이다. 난 이 기사를 쓴 기자가 김승주 고대 교수의 진정한 안티라 생각한다. 제목을 보니 결론을 내놓고 인터뷰한 것으로 사료된다.
Q2) ‘제3자 중간공격’ 등에 취약하다는 관련논문도 있다.
A) 이 논문 정말 보고 싶다. 기자분께서 꼭 찾아서 알려 주길 간절히 바란다. 이 세상 어떠한 프로그램도 보안에 완벽하지 않다. 제3자 중간공격은 텔레그램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메신저의 문제다. 그건 암호기술과는 따로 생각할 문제다. 텔레그램은 암호기루에 대해 해킹은 안 당했지만 프로그램 취약점이 발견되어 발견한 사람에게 해킹했을 경우 걸었던 상금 20만달러의 절반인 10만달러를 지급했다고 한다. 현재 관련 취약점이 고쳐진 상태다.
Q3) 수학자는 보안전문가가 아니다.
A)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암호제작과 암호해독을 한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수학자들이었다.(폴란드 레에프스키, 영국의 앨런튜링, 휫필드 디피, 론 리베스트, 아디 샤미르, 레너드 애들먼 등) 이유는 현대의 디지털 암호 체계가 일방향 함수(역산이 어려운 함수)를 이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수학에 빠삭하면 암호체계를 더 잘 구축할 수도 있다.
Q4) 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뛰어난 메신저가 많다.
Q5) 메신저 이전은 기술보다는 태도의 문제다.
A) 답은 하나다. 보안성과 관련하여 암호기술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건 프로그램 설계에 기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프로그램 자체에 치명적인 버그가 있다든지 머 그런 거다.(아참 북한에 털렸던 농협은 암호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엑티브 엑스가 문제였지.) 여기서 김승주 교수가 한 유일한 말은 마지막 문장이 아닐까 싶다. 카톡의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태도의 문제다.
기사에 보면 AES, RSA, 디피-헬맨, end-to-end encryption, PKI 등 어려운 암호 용어를 난립하고 있다.(자세히 보니 암호기술 설명이 텔레그램 홈페이지에 베껴 쓴 내용이다. 헉.) 기사에서 다룬 용어를 중심으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2. 디지털 세계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컴퓨터의 등장으로 정보 전달에 있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 시작을 알린건 1945년 에니악의 등장이었다. 암호 제작에 있어서 에니그마 같은 기계장치와 에니악 이후 컴퓨터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알파벳과 숫자의 차이라 볼 수 있다. 에니그마는 기계장치인 스크램블러로 알파벳을 조합하여 암호를 만들고, 컴퓨터는 모든 자료를 0아니면 1, 2진수(bit)로 처리한다. 컴퓨터에서 처리하는 문자 또한 영어 문자를 예를 들자면 ASCII(American Stadard Code for Information Interchage)코드 등으로 되어있는데 각각의 문자를 7자리 2진수로 나타낸 것이다. 2의 7승(2^7)으로 128가지 문자(0~127)가 지정되었다. 2진수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에서 암호를 구현하는데수학*을 적극 도입하게 되었다.
컴퓨터에서 취급하는 영문자 ASCII 코드
* 디지털 암호는 수학하고 직접 연관되어 있다. 송신자와 수신자가 공통으로 쓰는 열쇠(예 : 에니그마 코드북) 즉, 공통키 생성하기 위하여 난수열(무작위 숫자 생성)이 필요하다. 현대 암호의 꽃인 공개키(비대칭키)를 만들기 위해 순서대로 계산하기 쉬우나 역산하기 어려운 일방향함수가 필요하다. 일방향함수를 만드는 방법으로 소인수분해, 이산로그, 타원곡선 등이 있으며, 소인수분해문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페르마 소정리, 오일러의 정리 등 수학 이론이 필요하다. 알고리즘 제작에는 유클리드호제법 등이 사용된다. (알고 어렵다.)
디지털암호는 크게 공통키암호와 공개키암호 2가지로 나뉜다.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겠지만 두 암호의 장단점은 확연하여 상호 보완적이다. 공통키(대칭키)의 경우 전통적인 암호기술로 1:1 매칭 암호기술(1편 : 대체암호법 참조)로 해독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러나 공통키의 문제는 송신인과 수신인 모두 암호키를 가지고 있어야 정보전달이 가능하다는 것, 즉 수신인이 송신인의 원문을 확인하려면 송신인이 수신인에게 암호키를 전달해야 한다. 전달하는 과정에서 암호키는 제3자에게 노출될 경우 암호는 해독된다. 암호키 전달 문제를 해결한 암호기술이 공개키(비대칭키) 방식이다. 공개키의 경우 키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기에 암호알고리즘이 매우 복잡해졌다. 그리하여 해독하는데 공통키보다 훨씬 많은 연산이 필요하여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 <4. 공개키암호>에서 하겠다.
디지털암호 분류, (암): 메시지 암/복호화용, (전): 전자서명용, (키): 키공유용
하이브리드암호 방식은 공통키암호와 공개키암호의 장점을 모두 살린 방식이다. 길이가 짧은 공통키 암호는 제3자 노출이 어려운 공개키로 설정하고 내용이 많은 문서는 해독이 빠른 공통키암호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공개키로 인해 신뢰성이 확보되고 공통키로 인해 신속성이 확보된다. 주로 이메일에서 전송에서 자주 사용하는 SSL이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암호이다. (다음, 네이버 메일 환경설정에서 보안연결 항목 참조)
3. 공통키암호
기존 에니그마를 비롯한 암호체계에서는 송신자와 수신자만 주고 받는 암호을 열 수 있는 열쇠(암호키)를 공유 했다. 독일이 에니그마를 보급하면서 1달에 1권씩 데이키가 들어있는 코드북을 수신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대서양을 돌아다니는 U 보트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본국에서 오는 정보를 해독하려면 코드북을 어쨌든 1달에 1번 물위로 올라와 꼭 받아야 했다. 송수신자 상호적으로 키를 꼭 주고 받는 암호체계를 공통키암호 혹은 대칭키암호라고 한다.
공통키(Common Key Cryptography)는 스트림암호와 블록암호로 구분한다. 스트림(Stream)은 흐름이란 뜻으로 발송하는 순간 순차적으로 암호화하여 전달하는 방법이다.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방식이라고 한다. RC4, SEAL 등.
스트림암호: 암호키는 보통 컴퓨터가 생성한 의사난수열이다.
컴퓨터 속도가 빨라지면서 정보 처리를 블록단위로 하게 되었다. 블록 크기는 64, 128bit로 처리하며 키의 크기는 64, 128, 192, 256 bit으로 되어있다. 블록과 키의 크기가 클 수록 안정성이 확보된다.
블록암호 : DES는 블록과 키 크기가 모두 64bit이다.
대칭키 블록암호는 대표적으로 DES와 AES가 있다. NSA(미국 국가안전보장국, 스노든이 몸담고 있던 바로 그 곳)에서 DES 암호를 정할 때 56bit(8bit는 패리티체크<오류 체크>)로 정했다. 더 길게 정할 수 있었지만 사찰을 위해 제한했다는 설이 있다. 결국 DES는 보안성이 떨어져 2005년 폐기하고 AES로 대체한다. 현재 대칭키의 표준이 AES이다.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대칭키 암호 규격 SEED이다. 웹브라우저에서 지원하지 않기에 엑티브엑스 플러그인이 필요하다. 1999년 발표당시 웹브라우저 암호는 미국 외에서 사용하는 웹브라우저에서 40bit 까지만 지원(2000년에 해제)했었기에 128bit로 암호화한 SEED가 의미가 있었을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보안의 문제는 암호 알고리즘에 있지 않고 엑티브엑스 취약성에 있는데, 보안을 책임질 KISA가 오히려 한국 인터넷 보안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이다. 지금 법안이 어찌되어든 아직까지 우리나라 인터넷 뱅킹 및 쇼핑은 SEED가 없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2000년 이후 128/256 AES가 허용되었으니 포기할만도 한데 말이다.
4. 공개키암호
공통키(대칭키)는 문서를 주고 받는 모든 사람이 암호이자 복호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제3자가 키를 가로채면 암호는 해독되고 만다. 키 전달 문제는 비단 디지털시대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암호키를 제3자를 통해서 어떻게 안전하게 전달할 것인가는 항상 골치거리였다. 그러다 암호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식전환을 하게 되는데 바로 공개키이다.
공개키를 간단히 설명하면 숫자로 된 자물쇠를 생각하면 된다. 단, 숫자 자물쇠 암호는 수신인(받는 사람)만 알고 있다. 송신인은 정보를 담은 후에 공개키를 이용해 잠글 수 만 있다. 수신인은 여러개의 자물쇠를 여러 사람에게 공개한다. 송신인은 정보를 담고 수신인이 공개적으로 제공한 자물쇠를 잠그고 수신인에게 발송한다. 수신인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암호로 송신인이 보내준 정보를 푼다. 열려있는 숫자 자물쇠처럼 잠기기만 하고 수신인만이 복호키를 아는 기술이 공개키 암호이다.
잠그기는 쉬우나 열기는 어려운 키가 공개키의 핵심이다. 이 발상이 현대암호의 초석이 된다. 수학에서 풀기는 쉬우나 역산하기 어려운 함수를 일방향함수라 한다. 여기서는 이해하기 쉬운 모듈러 연산으로 간단히 집고 넘어가겠다. 모듈러 연산은 시계와 같다. 보통 아침 9시에 시계를 보면서 5시간 후에 미팅 한다라고 하면 14시라고 말하지 않고 2시라고 한다. 이는 시계의 12시간 개념 때문이다.
일반 함수에서는 3ˣ=9에서 X값을 바로 역산할 수 있다. 그러나 3ˣ=5(모듈러 7)에서 X값을 바로 역산하기 어렵게 된다. 위 표를 보면 모듈러 함수는 1~7 물론 작은 수이기에 쉽게 찾아 내겠지만 786ˣ(mod 33043)라고 한다면 그 해를 쉽게 찾을 수 없다. 이처럼 키의 존재를 공개하지만 풀리지 않는 일방향함수를 이용하여 공개키를 만들면 송신인과 수신인은 안전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RSA에서 적용된소인수분해*문제 N=pq (여기서 p와 q는 소수)는 일방향함수로 개방키(N)를 송신인과, 수신인 상호 공유한다. p와 q값은 송신인만 알고 있다. p와 q값이 크면 클수록 N값을 얻기 어려워진다.
*소인수는 1을 제외하고 나눌 수 없는 수를 가르킨다. 10이하의 수에서 소인수는 2, 3, 5, 7 이다.
가장 최근에 깨진 소인수분해 RSA 암호: RSA-768bit로 2009년 12월에 2년만에 깨졌다. 위가 N값이고 아래가 p, q 값이다. 텔레그램에서 지원하는 RSA 2048bit 십진수로 617자리니 걱정 안해도 된다.
텔레그램에서 사용하는 RSA* 공개키 암호에서 사용하는 합성수(N)은 이진수로 2048, 십진수로 617 자리다.
5. 종단간 암호화 기술(E2EE, End to end encryption)
텔레그램과 카카오톡을 서로 비교할때 핵심은 종단간 암호화기술에 있다.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간단히 설명하면 송신자와 수신자가 중간에서 복호과정없이 암호화된 상태로 통신하는 것을 말한다. '송신자=암호화, 수신자=복호화'라 말할 수 있다. 카카오톡과 같은 보통의 메신저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서비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서버에 메시지를 복호하여 원본으로 보관하게 된다. 사찰을 위해서라기 보단 수신자가 네트워크에서 벗어났을 경우 유실 방지 등을 위해서다. 텔레그램에서는 비밀대화시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다. 텔레그램에서 종단간 암호화기술이란 ‘1:1 기기’끼리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사용된다. 그래서 상대방이 온라인 상태가 아닌 경우 비밀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없게 된다. 서버를 경유하지 않기에 종단간 메시지를 암호화하여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기사에서 언급한 쓰리마(Threema) 메신저의 경우 서버 경유없이 그룹 채팅으로 종단간 암호화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1:1 기기에 비밀대화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단, 그룹채팅시 한번에 동시(1:다수)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채팅에 들어간 모든 사람에게 공개키를 이용 1:1로 각각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5명이 그룹채팅에 가담했을 때 한번 메시지를 보낼 때 채팅 참가자 5명에게 각 1번씩 총 4번을 따로 메시지를 발송하는 상당히 비 효율적인 방식이다. 각각 보내는 방식은 쓰리마, 시처, 애플 iMessage 모두 해당된다.
중간에 서버가 있다고 해서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시처(Sicher)와 애플의 iMessage의 경우의 경우 서버를 경유하여 전송한다. 단, 시처(Sicher)에서 서버의 역할은 전달하기 위해 잠깐 보관하는 메모리와 같은 기능이라고 한다. 전달이 끝나면 바로 삭제하는 점에서 iMessage와 다르다.
애플 iMessage의 경우 여러기기를 접속하지만 종단간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애플 iMessage의 경우 1:1 기기가 아니어도 종단간 암호화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이는 수억대의 하드웨어를 완전히 통제하는 애플이니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Apple ID로 사용자 기기를 모두 통제한다.)
그렇다면 애플 iMessage처럼 다른 메신저도 도입하면 되지않을까? 근데 그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텔레그램 비밀 1:1 대화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가 아니라 기기 대 기기라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은 Apple ID를 통하여 사용자와 하드웨어를 통제하고 송신자, 수신자, 양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애플) 장비에 메시지를 보낼 때 전체를 종단간 암호처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3개의 메신저 시처, 쓰리마, iMessage는 모든 메시지를 각각 전달하는 방법으로 그룹 채팅에서 종단간 암호화를 적용하였다. 애플 iMessage는 그룹채팅에서 종단간 암호화가 적용된 시처와 쓰리마와 차별되는 점은 참여자 마다 따로 메시지 보내기 방식을 확장하여 그룹채팅에 관여된 모든 기기에 따로 메시지를 보내는 혁신적이긴 하다만 정말 무식한 방법으로 종단간 암호화를 실현했다.
예를 들어 iMessage 그룹채팅에 5명이 있다고 하면 각 사람이 아이폰, 아이패드, 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했을 때 하나의 메시지를 발송하면 실제 전달되는 메시지 수는 14개가 된다. (1:14, 그룹참가자 5명 X 1명당 소유 기기 3개 - 송신자 기기 1개) 다른 메신저 쓰리마와 시처의 경우 보안을 위해 1기기에 1계정만 허용할 뿐 애플 처럼 멀티 디바이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텔레그램에서 그룹채팅에서 종단간 암호기술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애플 모델을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텔레그램 뿐 아니라 모든 메신저에 해당된다. 애플이니 하드웨어 판 돈을 때려 박으면서 그런 짓을 하지 현재까지 무료서비스인 텔레그램에서는 서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처럼 1:1 비밀 대화 방식으로 비밀 그룹채팅 한다고 했을 때 사용상 불편한 점을 감수해야 한다. 그룹채팅을 비밀 대화를 할 경우 오직 한 기계에서만 가능하기에 정보 연속성이 없다. 한번 휴대폰에 설치된 텔레그램에서 비밀 그룹채팅을 하게되면 계속해서 폰에서만 비밀 그룹채팅을 해야한다.(지금 1:1 비밀대화와 마찬가지다.) 또한 서버 경유없이 하려면 모든 채팅 참가자들이 온라인 상태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를 대하는 태도에 있지 암호기술에 있지 않다. 사용자들이 텔레그램을 칭송하는 이유는 대표자가 개인정보에 대한 의지 표명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이지 뛰어난 암호기술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6. 그래도 결론! 기술보단 태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제시한 국 내외 권고 암호 알고리즘에서 기사에서 말한 텔레그램 기초 수준 암호가 여기에 모두 해당된다. 적용된 암호기술에 대해 미국, 일본, 유럽에서 다 인정한 것이다. 물론 AES, RSA, DH는 우리나라의 권고안은 아니다. 한국은 더럽게 끝내주는 자체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디지털 암호에 대해 상식수준에서 텔레그램 암호기술과 연관하여 대충 살펴보았다. 텔레그램에 쓰인 기술이 기초여서 허접한지 어쩐지 모르겠다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카카오톡의 문제는 종단인지 종말인지 암호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버를 권력기관인 정부에 공개할 것인지 말것인지에 대한 태도 문제이다. 카카오톡이 욕 먹은 이유는 서버의 암호화가 안되어있다는 기술력에 대한 의심 보다는 대표자의 무기력한 태도에 기인한 면이 크다. 독점적 지위를 자만하여 사용자들(국민들)의 개인정보 쯤 우습게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불신하게 된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정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정부는 국가의 안위를 위해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정보가 곧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주시(注視)가 외부가 되어야지 내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의 권력유지를 위해 국민 개인 정보 활용은 생각 이상으로 아주 잘 통용된다. 그러기에 정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건 권력자에게 가장 큰 유혹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을 상대로 ‘신'이 되어서는 안된다. 특정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적인 개인정보를 위용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독재이기 때문이다.
허무하지만 결론은 법과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기업이 사용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제일 나쁜 태도를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 씁쓸한 것이다.
PS)...
* 기사에서 3인 이상 그룹채팅을 위해 종단간 암호화기술에 필요한 기술이 PKI(공개키 기반구조)*하고 무슨 관계인지 이해 못하겠다.(제발 누가 설명좀 해주시라!)
* 우리나라 PKI는 NPKI 이다. 그렇다. 웹브라우저에서 지원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신뢰할 수 있는 기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배급한 공인인증서로 엑티브엑스 기반이다. 기자는 우리나라가 웹브라우저에서 지원하지도 않는 NPKI가 메신저에서는 가능한 것으로 착각한 것일까? 아니 종단간 암호기술과 PKI를 연관시킨 이유를 도무지 상상이 안간다. 누가 나좀 일깨워줬으면 한다. (댓글환영합니다.)
2차대전의 전쟁범죄자 중 유일하게 이스라엘에서 재판을 받은 '아돌프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이라는 자가 있었다. 1906년에 태어난 그는, 26살인 1932년에 나치당에 입당했으며 이후 보안경찰, 친위대에서 활동했다.
거참 멀쩡하게 생겨서는
2차대전 무렵에는 유대인을 추방하는 '기관'(무려 정부 기관이었다.)에서 일했는데, 이 임무를 위해 히브리어를 배우는 등, 자신의 '업무'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그 분야의 '능력'을 업계로부터 인정받아, '유대인 색출 및 추방업'의 전문가로서 중앙보안국에서 유대인 재산몰수의 책임자가 되었다.
원래, 유대인 추방은 동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었는데, 1940년에 프랑스가 항복하는 등 독일이 서유럽으로 확장함에 따라, 급격히 늘어난 '유대인'을 두고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게 되었다. 나치의 대안 중에는 유대인을 마다가스카르로 이주시킬 계획도 있었으나(그랬다면 다행일지도) 이런저런 논의 끝에 1942년, 결국 유대인을 '최종적 해결(Final Solution)'하는 걸로 결정되었다.(영어를 쓸 때 Final Solution이라는 표현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아이히만을 포함한 나치 간부들이 이러한 유대인 말살정책을 결정하면서, 그에게는 유대인을 가스실로 수송하기 위한 모든 권한이 주어졌고 교통국과의 협의를 통해 열차 등을 포함한 최적의 수송루트를 조직하여 서유럽의 유대인들을 동유럽의 가스실로, 2년간 500만 명을 매우 '효율적'으로 이송시켰다.
그 결과, 나치는 약 400만~600만 명의 유대인들을 학살했다.
최종적 해결(Endlösung der Judenfrage; final solution): 괴링이 하이드리히에게 명령
2. 단죄
2차대전이 끝나고 아이히만은 연합군을 피해 아르헨티나로 도망쳤고 1960년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에게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사실,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었다는 걸 CIA는 1950년대부터 알고 있었는데,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뭔가 나중에 필요할 때 써먹을라고 그랬는지, 어쨌든 묵혀뒀다가 1960년이 되어서야 그를 체포한다.
이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자신이 당시 나치 독일의 공무원으로서 당시의 법을 준수하고 상부의 명령을 수행하였을 뿐이며, 자신에 대한 재판이 오늘날의 법으로 소급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스라엘은 당시에 없었던 나라이므로 자신에 대한 재판권을 부정하며 칸트의 정언명령까지 들먹였다. 뭔가 준비를 많이 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히틀러의 그러한 명령이 잘못된 일이라는 걸 몰랐느냐는 질문에는,
실실 쪼갠다는 표현은 여기에나 써야 하는거다라는 걸 누가 새누리당에 얘기 좀 해줘라.
"그러한 구별이 책임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뻔했다."
라고 하기도 했으니, 이 재판에 임하는 아이히만의 당당한 태도를 본 사람들은 매우 분노했다. 반면 이 재판을 취재하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라는 유대인 정치철학자는, 아이히만을 관찰한 결과 그가 신분상승에 대한 열망을 제외하면, 특별히 유대인을 증오하거나 정신병이 있지 않다고 하며 그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주장하였다.
니들이 악마를 알아? 악은 원래 평범하고 성실하다구.
(우린 평범하진 않아도 졸라 성실한 악마 새끼 하나 아주 잘 알고 있지ㅆㅂ)
이른바,'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인데, 그런 엄청난 악행은 특별히 미친놈들이 아니라 체제에 잘 순응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이다.(물론, 그녀는 아이히만이 죄가 없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했다.)
한나 아렌트의 이러한 견해와 상관없이 너무나 당연하게도 나치의 실정법을 준수하였으나 인류의 자연법을 거스른 아이히만에게는 사형이 집행되었다.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그의 죄는'스스로 생각을 포기한 죄'였다.
3. 생각하지 않은 죄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믿고 있는, 최소한 민주주의 사회를 지향하는 나라라고 주장하는 2014년 대한민국'의 대법원은 최근, "긴급조치 9호에 의해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 구금해 기소한 수사기관이나 유죄를 선고한 법관의 직무행위는 공무원의 고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유신헌법은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했고,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임이 (당시에) 선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예컨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불법이지만, 어떤 법에 따르면 그것은 합법이다. 그런데 그 법에서 그 법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면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불법일까 아닐까. 전형적인 순환논리다.
이만큼 완벽한 논리다.
이거 엑셀을 좀 써본 사람들은 가끔 볼 수 있는 오류 중에 '순환참조 오류'가 발생하면 계산이 똑바로 될 수가 없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대법원은'생각하지 않은 죄'에 대해'불법이 아니다'라는 사법적 판단을 내린 모양이다.
4. 그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그걸 하지 않았다면, 나 말고 누구라도 그걸 했을 거다.
내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는 유대인을 죽였을 거다.
내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는 일본에 나라를 팔았을 것이고, 어린 여자들도 팔았을 거다.
내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는 학생들을 데려다가 때리고 고문했을 거고, 사람들을 학살했을 거다.
내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는 4대강 조작을 했을 거고, 대참사의 데이터를 조작하고 진실을 감추었을 것이다.
내가 아니었다고 해도 누군가가 그 일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그런 일을 한 게 꼭 나의 책임은 아니라는 '자기 합리화'. 그러고 나면 좀 낫냐?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런다고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거꾸로 얘기해보자. 너 아니라 누구라도 그런 일을 할거였는데 그걸 왜 너가 했어야만 했냐?
5. 법의 기능
법에는 크게억지 기능, 활동촉진기능, 분쟁해결기능, 자원배분기능의 4가지 기능이 있다고 한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이 중에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분쟁해결기능이나, 자원배분기능은 아닐 거고 그럼 그들의 판단이 정신 나간 공무원들이'생각하지 않은 죄'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억지 기능'을 할 것인가? 아니면 설마 활동촉진기능?
앞으로도 닥치고,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일이나 맹목적으로 하라고?
설마 대법원이 그러기로 하셨다는데, 뭐 더 긴말 필요할까마는 적어도, 그들의 판단이 인간의 존엄성과 사상의 다양성을 촉진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다. 사법적 실증주의니 뭐니 이런 건 일단 좀 접어두고라도 적어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규정했으면 상식적으로 니들끼린 좀 맞춰와야 하는 거 아니냐? 헷갈리잖어!
아직은투아웃님의 글은 1번 더 납치될 시, 삼진 아웃의 원칙에 따라 딴지 필진으로 임명되어 강제 노역에 동원됩니다.
기왕이면 음악 하나 들으면서 읽자.
예전에는 쥐가 많았다.
시골의 농사 짓는 초가집에도, 서울의 벽돌과 시멘트로 새로 지은 단독주택에도 쥐는 어김 없이 살고 있었다.그 시절 쥐는 이 나라의 공적이었다. 쥐는 잡아 죽여야 할 대상이었다. 쥐는 우리의 삶을 갉아 먹고 훔쳐 먹는 동물이었다.그리고 이리저리 다니며 병을 옮기는 더러운 동물이었다. 그 사실은 아직 유효하다. 쥐새끼는 사악하고 더럽다.
나보다 더 나이든 이들이 얘기하는 '쥐 꼬리 잘라 학교 가져가기'를 경험한 적은 없다.단지 그 시대를 겪은 이들의 이야기과 드라마를 통해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차이에 있어 조금 다를 뿐 나의 어린 시절에도 쥐는 박멸의 대상이었고 잡아 없애야 할 해악 그자체인 동물이었다. 쥐새끼는 야비하고 탐욕스럽다.
쥐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밤 사이 온 집안을 헤집으며 온갖 것들을 쏠아대는 통에 구멍이 뻥 뚫린 가마니에서 흘러나온 쌀이 툭하면 온마룻바닥을 뒹굴곤 했다.아침에일어나 세수를 하기 위해 수돗가에 엎드려 비누를 집어들면 끌에 깍인 것만 같은 쥐새끼의이빨자국이손가락에 자주 만져지곤 했다.
집의 구석진 곳마다 까맣게 굴러 다니는 쥐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창고든 지하실이든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았던 공간의 문들을열어제낄때면느닷없고 갑작스런 쥐새끼들의 호들갑스런 발소리가 어지럽게 들리곤 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오랫동안 신지 않던 오래 된 신발을 신발장에서 꺼내 본 어느 날 나는 깜짝 놀라 신발을 던지며 뒤로 주저앉고말았다. 뿌옇게 먼지 앉은 신발 안에는 갓 태어난 쥐의 새끼들이 눈도 아직 못 뜬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무서운 광경이었다.그렇게쥐는 늘 우리 주변에 있었다.
부모님은 자주 싸웠다. 어린 내가 그 싸움의 원인에 대해 깊이 알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원인이 어머니에게 있는 경우는 드물어 보였다. 어머니는 조용하고 순한 여자였다. 어쩌다 한 번씩 내쉬는 어머니의 한숨이 길어지고 그 길어진 한숨의빈도가확연히 잦아질 즈음 싸움은 벌어졌다.
때로는 사소한 다툼으로 나타났다. 또한 때로는 큰 소리가 들리는, 조금은 긴장되는 말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때로는 와장창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깨지는 소리가 요란한 큰싸움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드물게는, 요란한 소리는 오히려 적지만 어머니의 얼굴에 퍼런 멍을 만드는심각한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 전쟁 같은 싸움의 끝에서 아버지의 주먹에 대항해 내미는 어머니의 무기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쥐약이었다. 어머니는, 쥐를 잡기 위해 집 구석구석에 쳐놓고 남은 쥐약을 찾아, 부엌쪽으로 달음질치곤 했다. 쥐약을 먹고 죽어버리겠다는 의지의표현이었다. 자살하면 곧 쥐약을 떠올리던 시절이었다.
그럴 때면 기겁을 한 아버지는 서둘러 어머니를 막고 붙잡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막무가내였다. 진땀을 빼가며 어머니를 막던아버지는 결국어쩔 수없이 사과를 하곤 했다. 물론 자식들이 보는 앞은 아니었다. 쥐약은 어머니의 마지막 무기였다.
집에 쥐약이 없는 경우에 어머니는 비장하고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약국으로 가 쥐약을 사 올 것을 명령하곤 했다. 손바닥에 꼬깃한천 원짜리를 쥐여주면서 어머니는 세차게 등을 떠밀곤 했다.
"어서."
그것이 어머니에게가장 큰 무기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쥐약을 찾느라 시끄러울 때면 방안에 있던 자식들조차 지난 봄에쥐약을 잘못 먹고 죽어버린누렁이를 떠올리며 엉엉 울어대곤 했었다.
쥐약은 곧 죽음을 뜻했다. 그리고 쥐약은 어머니에게 최후의 보루였다. 그리고 그것은 곧 부부싸움의 마무리를 의미했다. 나는 부모님 사이에 싸움만 벌어지면어서 어머니가 쥐약을 찾기를 바랐다.
5학년이었을까, 6학년이었을까. 어정쩡한 나이였다. 이미 꼬마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청소년의 위치에 놓기에도 아직은 애매한 시기였다. 1월로 기억한다.
그날 벌어진 부모님의 싸움은 어린시절 몇 번 겪어보지 못했을 만큼 큰 것이었다. 한바탕의 난리가 지나간 뒤 얼굴이 많이 부은 어머니는 참으로 서럽게 울었다.좀체자식들앞에서눈물을보이지않으시던 분이었다. 어린 나의 눈과 귀에도 어머니의 울음은 몹시 슬프고 가슴 아파 보였다.어머니의눈물을보며 나는 커서아버지에게 꼭복수하리라마음먹었다.
한참을 서럽게 울던 어머니는 역시 쥐약을 찾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류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싸움은 지난날의 그것들보다 더 커질 모양이었다. 나의머리는혼란스러웠다. 저러다, 어머니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전히 아버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히 집에 남아있는 쥐약은없는 모양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찾았다. 어머니의 손에는 예의 꾸깃한 천 원짜리가 두 장이나 들려 있었다. 다른 때와는 달랐다. 어머니의 눈에서는계속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xx야, 가서 쥐약 사 오너라. 이 돈만큼 모두 달라고 해라. 십 원도 남겨 오지 말아라."
나는 몹시 난처했다. 어머니는 나의 등을 재차 떠밀며 재촉했다. 나는 거북한 시선으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계속 나와 어머니를 외면하고 있었다.
"어서!"
화난 듯 날카로워진 목소리였다. 어머니는 거칠게 나를 문 밖으로 밀어내며 낮고 무서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명령했다.
"얼른 가서 쥐약 사 와."
집을 나선 나는 동네를 한참 헤맸다. 닥쳐 온 이 상황에 대해 아무리 고민을 해 보아도 내 힘으로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 시간이 넘게동네놀이터에 앉아 고민을 했지만 어린 내게 떠오르는 해결책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얇은 옷차림으로 맨발에슬리퍼를끌고나온 나에게 한겨울 밤의동네 놀이터는 너무 추웠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나는 결국 약국으로 갔다.
희멀건 얼굴에 안경을 쓴 약사가 나를 맞았다.
"그래 뭘 줄까?"
"쥐약 주세요."
"쥐약?... 엄마가 사 오래?"
"네."
"그래? 쥐 잡는 데 쓰려고 하는 거지?"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그걸 드시려 한다는, (혹은 겁을 주려 한다는)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나를 그러나 약사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이걸로 가져가거라."
"..........."
"새로 나온 건데 아줌마들이 이게 좋다더라. 자."
"............"
별 수 없이 약사가 내미는 쥐약 두 봉지를 들고 약국 문을 나서야 했다.다시 동네를 한 바퀴 돈 나는 결국 추위를 이기지 못한 채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집은 뜻밖에 조용했다. 내가 쥐약을 사오느라 지체했던 긴 시간이 어쩌면 부부싸움을 소강상태로이끌었는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생각도 잠시,갑자기 거칠게 안방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뛰듯이 나에게 다가왔다. 어머니는 순식간에 내 손에 들린 봉투를 빼앗았다. 뒤따라나오던 아버지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서 약봉투를 빼앗으려 했지만 어머니는순식간에자식들의 방으로 들어와 방문의 잠금장치를 눌러버렸다. 단호한 모습이었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모습에 아버지는 몹시 당황한 듯했다. 큰 소리를 질러대며 방문을 두드리던 아버지는 곧이어 주먹으로 문짝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고함과 문을 부수는 소리와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보며 언제부턴가 동생들은 큰 소리로울기 시작했다.
약봉지에서 쥐약을 꺼내는 어머니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해 보였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나는 뭔가 일이 크게 잘못 된 것 같다는 생각이들었다.어머니에게 큰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나는 겁먹은 눈으로 어머니의얼굴과 손을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문이 부숴지는 험악한 소리와 그보다 더 큰 아버지의 고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머니는 약봉지에서 꺼낸 쥐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돌린 어머니의 눈길은 나를 향했다. 지금껏 보지 못한무서운 눈길이었다. 나는 차마 어머니의 눈을 마주볼 수 없었다. 나는 눈을 돌려 어머니의 손에놓인쥐약만을 천천히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예라, 이 자식아."
갑자기 세차게 내 등짝을 내리치는 어머니의 매운 손길과 고함에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아픈 손길은나를 쳐다보는눈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어머니의 삶이 나 때문에 망가져버리기라도 한 걸까?말할 수 없이무서운눈으로 나를 쳐다보던어머니는 다시 내등짝을 때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언제부터일까? 어머니의 곁에는 이미쥐약을빼앗아손에 든 아버지가 묵묵히 그것을쳐다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럴 때는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는 듯 묘한 표정을 한 채 쥐약과 나와 울고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차례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니의 울음은 좀체 그치지 않았다.
웃음을 참기가 힘든 듯 아버지는 어머니몰래 혀를 깨물어가며 어머니를 달래기 시작했다. 이제 어머니의 울음은 묘한 형태로바뀌어가고 있었다.
"서방 복 없는 년이 자식 복이라고 있을까. 그걸 믿은 내가 미친 년이지. 엉엉."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어머니의 등을 토닥이고 있는 아버지의 손에 들린 것은 쥐약이었다. 그것은 내가 사온 쥐약이었다.
내 등짝을 때리는 어머니의 손길과 기특하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아버지의 손길을 동시에 받으며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약국에서 들었던 약사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요즘은 새로 나온 이게 잘 나간다.
예전처럼 먹여서 죽이는 게 아니고 본드로 붙여서 잡는 거라 안전하거든.
이걸로 가져가거라."
끝.
PS. 쥐는 계속 잡아야 한다. 박멸을 시켜야 한다. 끝까지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쥐새끼는. 안 그런가?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졸라 잡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