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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마빡 이야기/2014

딴지일보 마빡 2014. 11. 21

by 꾸물 2022.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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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망명자 <3>

 

기사 - [사회]망명자 <3>

2014. 11. 21. 금요일 P작가 편집부 주 아래 연재물은 딴지일보 편집부로 전화를 걸어온 한 필자와 오랜 시간 상담 끝에 본지 마빡에 올리기로 결정한 기고문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북한에서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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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1. 금요일

P작가

 

 

 



편집부 주

아래 연재물은 딴지일보 편집부로 전화를 걸어온 한 필자와 
오랜 시간 상담 끝에 본지 마빡에 올리기로 결정한 기고문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북한에서 스파이로 길러졌다 활동 도중 
숙청된 남자로 
필자는 그 남자와의 만남을 
본지를 통해 풀어낼 예정입니다. 
 
편집부 확인 결과, 
필자는 오랜 시간 취재를 직업으로 삼아왔고
그의 본명으로 된 다양한 기사 및 취재물을 
여러 통로를 거쳐 직접 확인하였기에 
아래 글을 마빡에 올립니다. 

연재물 도중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 있을 수 있기에
필자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올린 점, 
독자제위의 양해바랍니다. 


 



지난 기사

망명자 <1>
망명자 <2>


 

 

 

새터민 청소년을 위한 기독교 교육공동체 중 '여명학교' 가 있. 탈북청소년들이 기존의 대한민국 교육체계에 녹아드는 것이 어렵다는 걸 확인하고, 이들을 모아서 학교를 만든 것이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여명학교의 후원자 중 한 명은 틈만 나면 내게 제안을 해온다.

 

"OO씨가 걔네들을 한번 보면 좋은데... 걔네들도 OO씨 참 좋아할 텐데..."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난 그들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내 비루한 삶을 그네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멘토놀이'는 한 번으로 족했다. 목숨 걸고 남으로 넘어 온 그들에게 내 바닥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내가 딱 한 번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었다. 바로 그 아이들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그 애들이 남한에 들어 온 경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얘들이 백이면 백 전부 다 북한에서 바로 남한으로 넘어왔다고 하는 거예요."

 

그 아이들과 탈북자들주민등록증을 새로 만든 이들이 북한에서 바로 남한으로 넘어왔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어떻게 남한으로 들어왔던지 기본적으로 중국을 거치는 게 상식이잖아요

그런데 그 아이들에게 중국은 지옥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중국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예요."

 

의도적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기방어기제를 통한 기억 탈락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자면 그들은 중국에서의 기억을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들에게 중국에서의 기억은 지옥이다.

 

김씨 아저씨는 북한 아이들이 남한사회에 정착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남이든, 북이든 그건 중요치 않았다. 단지, 동포가 어딘가에서 고생하는 게 싫었다. 기왕 남쪽에 갔다면 잘 먹고 잘 살아야지 남한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건 보기 싫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특히나 신경 썼던 게 청소년들이다. 자신의 아들이 생각나는지 김씨 아저씨는 탈북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에게 여명학교 이야기를 해줬더니 적잖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그에게 여명학교 아이들이 중국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괜히 쓸데 없는 걱정을 더 얹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에 관한 이야기는 탈북자, 북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영원불멸의 화두였다.

 

 

우문(愚問)을 던졌다.

 

"김씨 아저씨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였습니까?"

 

눈가에 자글자글하게 맺혀있던 주름이 더욱 더 옹색해졌다. 게슴츠레 뜬 눈 사이에서 희미하게 웃음 비슷한 게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눈이 말하는 것과 성대가 말하는 것은 억양부터가 달랐다.

 

"중국을 오갔을 때지"

 

김씨 아저씨의 말에는 어떤 버릇이 있었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단어나 문장들 중 직접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말은 극히 적었다. 누군가를 '죽였다' 혹은 '죽이겠다'란 표현을 제외한 단어나 어휘들은 지극히 비유적이고, 우회적이었다. 일반인이 사용할 수 없는 고급용어들을 무시로 사용할 때는 그의 배경에 대한 증거라 생각했는데, 진짜배기는 그의 언어구사력이었다. 단순한 습관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 봤는데, 그는 지극히 비유적이고 우회적이고 제한적으로 자신의 뜻을 피력했다. 그걸 알아들으면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지만, 못 알아들어도 개념치 않았다

 

정황상 추측에 불과하지만 몇 번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느낀건 이런 언어 습관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과거나 활동이력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선문답과 같은 말들을 사용했지만, 국제정세나 외교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지극히 냉철하고 명료한 단어를 사용했다. 말과 글로 밥벌이를 하는 나로서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언어습관을 본 적이 없었다. 다만 확언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추레한 행색과 다르게 그는 지식인, 그것도 고급 지식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그가 말한 "중국을 오갔을 때"  그가 스파이로 중국에서 활동했을 무렵을 말한다. 그는 일반적인 정보가 아니라 군사정보와 기술을 목표로 한 특수한 목적의 스파이였다. 그렇게 훈련 받았으므로 군사기술과 외교에 대해서는 정통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스파이였기에 개인의 처신은 적국 그 이상으로 중요했던 상황이었다.

 

그는 중국에서 활동하던 시기 당의 '각별한 배려'를 받았다고 한다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고, 그를 믿어주는 장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이 있었다.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에는 난생 처음 당의 명령을 거부할까 고민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으로 돌아가 처음으로 아들 얼굴을 봤을 때 그는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고 한다.

 

당의 각별한 배려추측컨대 특각 (김일성 별장으로 지어진 자모산 특각을 말한다)에서 휴가를 보내는 차원(스파이들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특각에서의 휴가를 주는 것이 관례였다)은 아닌 거 같았다.  평양시민으로 입성한 건 기본이고, 지위나 가족들에 대한 어떤 보상이 있었던 듯 싶다.

 

김씨 아저씨는 그 짧은 얼마간의 안식을 회상하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3년 남짓한 기간이었다 한다.

 

김씨 아저씨 자신의 능력도 능력이었지만, 주변 환경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김씨 아저씨는 자신에게 내려진 당의 명령에 충실했고,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조국은 확실한 반대급부를 주었다고 한다.

 

 

 

 

 

 

[추리]허니버터칩 음모론

 

기사 - [추리]허니버터칩 음모론

2014. 11. 21. 금요일 퍼그맨 지난 9월 28일 과자 봉지로 만든 뗏목에 올라탄 대학생 2명이 한강을 건너는 데 성공한다. 이 퍼포먼스는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서비스'라는 카피에 공감하는 이들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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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1. 금요일

퍼그맨

 

 

 

 

지난 9월 28일 과자 봉지로 만든 뗏목에 올라탄 대학생 2명이 한강을 건너는 데 성공한다. 이 퍼포먼스는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서비스'라는 카피에 공감하는 이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국산 과자를 향한 불매운동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인다. 그러나 한두 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분위기가 반전되며 없어서 못 파는 국산 과자가 등장한 상태다. 바로, 해태에서 나온 '허니버터칩'이다. 

 

 

벙커1 근처의 편의점들을 돌아봤지만 이 '허니버터칩'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 '허니버터칩 없어요?'하고 물어보면 편의점 카운터의 사람들은 많이 들어본 질문이라는 듯 씨익 웃으면서 '네. 떨어졌어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거 어지간해서는 구하기 힘들 거에요."

 

혹시나 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판매처를 알려주는 긴급 공지 같은 거나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의 발표 같은 거라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하다 못해 사과문이라도 있어야 할 홈페이지에는 쌩뚱맞은 '황금을 찾아라'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을 뿐. 조용했다.

 

 

제품 소개도 너무 무미건조하다. 제품을 구하는 건 포기하고 각종 후기를 보며 이 과자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고민하고 있는 내가 보기 안스러웠는지 여자친구가 한 마디 거든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되는가봐..."

 

아이스크림 회사들이 가격 담합하다 걸려도 되니 벌금 쫌 물고 계속 비싸게 팔고

 

아몬드 들어간 후레이크에 대장균 나와도 되니 300만원으로 퉁친 다음 팔던 거 그대로 팔고

 

외국에서는 카카오버터 써서 만들던 초콜릿, 국내엔 식물성유지로 바꿔 넣어도 되니 양까지 장난쳐서 팔고

 

 

정말 또 냄비 근성인가 싶다가, 아니 그렇게 몰아갈 것만은 아니다 싶었다. 일단 인터넷 상에 맛있다고 소문난 것을 간과할 순 없었다. 맛이란 과자가 추구해야할 본질이다. 양이 적어도 맛에서 가격에 부합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지갑을 연다. 단순히 짧은 기억력 탓으로 치부할 순 없는 면이 있다.  

 

그런가하면 이 '허니버터칩'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웃돈 주고 등장하는 현상이 눈에 밟힌다. 거기다 생산 중단 루머도 있었다니 이 정도면 단순히 맛에 열광하는 차원으로만 볼 수 있는 현상 또한 아니다. 

 

이 쯤에 사고가 이르자 기레기의 직감이 내 전두엽에 속삭인다. 이거 생각보다 복잡한 사안이 될 것 같다고. 그래서 마치 똥꼬 덜 닦인 것 마냥 시원치 못한 부분들부터 디벼봤다. 제품을 구하지 못해, 어디까지나 수집할 수 있는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 작업이다. 다소 힘겨울 듯 하지만, 거기에 뭔가 불길하고 음습한 감각까지 느껴져 거듭 중단해야 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굴하지 않고 정리해본다. 

 

 

 

 

 

[사회]12월 전쟁설에 대해

 

기사 - [사회]12월 전쟁설에 대해

2014. 11. 21. 금요일 문화불패 JINO 편집부 주 이 글은 문화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JINO 님의 글은 2번 더 납치될 시, 삼진 아웃의 원칙에 따라 딴지 필진으로 임명되어 강제 노역에 동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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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1. 금요일

문화불패 JINO

 

 

 



편집부 주

이 글은 화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JINO 님의 글은 2번 더 납치될 시, 
삼진 아웃의 원칙에 따라 
딴지 필진으로 임명되어 강제 노역에 동원됩니다.


 

 

 

"Man kann beim Thema Religion sicherlich verschiedene Meinungen haben. Gleichwohl können Meinungen nur am Ende des “Verstehens” stehen. Stehen Meinungen am Anfang, dann sind es lediglich Vorurteile.

종교라는 테마와 관련하여 확실히 다양한 견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견해들은 '이해하기'가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와야 한다. 견해가 앞서면 그것은 단지 선입견일 뿐이다."

Gerald Willms, Die Wunderbare Welt der Sekten (2012) 중에

 

한국에서 살고 있지 않다 보니 내게 한국의 상황은 일종의 가상현실이다. 분위기 파악도 잘 안 되고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12월에 전쟁이 날 것이라 예언을 한다는 말을 우연히 듣고 "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넘겨 버렸었는데 이게 한국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리 가벼운 일이 아닌 것 같더라.

 

한성주 소장의 남침 땅굴위기 강연

 

내용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여 논하기엔 들인 시간과 정성이 아까울 정도로 수준이 너무도 형편없다. 그런데 이렇게 무시해 버리고 말 것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진지하다. 받아들이는 쪽도, 반대하고 비판하는 쪽도 그렇다. 내용상 무시당해 마땅한 것을 무시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여하튼 '12월 전쟁설'은 '예언'이라는 장르로 전달되었고, 그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사실 여부는 그때가 되면 확실히 판가름이 날 것이다. 또한, 이것이 특정 종교집단(여기서는 기독교)이 취하고 있는 '예언'이라는 장르 형식에 맞는지도 따져봐야 하는데, 낸시랭 언니가 진행하는 <낸시랭의 신학펀치> 37회를 참고하면 되겠다.
 

앙~

 

그런데 12월 전쟁 예언에 대한 신학적, 종교 비평적 분석만으로는 이것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내용상 무시당해 마땅한 것을 무시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 현상" 말이다.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왜 이런 예언을 하는가?' '그 효과는 무엇인가?'

 

 

 

1. 왜 이런 예언을 하는가?

 

내 경험담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3~4주 전쯤 어느 분이 내게 물었다. 혹시 홍모 전도사와 서모 목사의 예언을 들어봤느냐고. 이분은 파독 간호사 출신으로 1970년대 독일에 와서 지금까지 지내시며, 매우 진솔하고 순수하다. 그리고 기독교인이다. 내가 예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했더니, 이분은 정색하며 지금 한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나를 붙잡고 심각하고 진지하게 말씀하시기 시작한다. 그 예언의 내용을 구구절절 잘 요약하여 말씀하시는 걸 보니 이분은 이것을 잘 경청하고 정말 심각하게 여기는 것 같다. 어쩌면 여러 번 반복하여 들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신다. 


"… 그렇기 때문에 전시작전권 환수가 연기된 것은 잘된 결정이고, 또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저도 지금까지는 미국이 한국의 상황에 너무 많이 개입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는데, 이분 말씀을 들으니까 생각이 조금 바뀌더라고요. …"

예언은 이 같은 이유에서 나온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이 성과가 있다. 진중권 쌤이-한창 나꼼수 및 ‘나꼼빠’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을 때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나꼼빠'의 한 명으로 당시 진쌤에게 개기다가 장렬히 블락 당했던 흑역사가 순간 떠오름)-트위터에서 음모론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음모론은 유포자와 수용자가 둘 다 안 믿으면 '놀이', 유포자와 수용자가 둘 다 믿으면 '종교', 유포자는 안 믿는데 수용자가 믿으면 '선동'이라고. 그랬더니 누가 '유포자는 믿는데 수용자가 안 믿으면 뭐냐'고 물었더니 그건 '허경영'이란다. 이 예언은 교회 내부에서는 '종교'내지는 '선동'이며, 교회 밖에서는 '허경영'으로 소비되고 있다.

 

RPG대통령 소환

 

'내재적 입장', 즉 예언을 생산하는 '예언자'와 이를 유포하는 교회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면 이 예언이 교회 밖에서 '허경영'으로 여겨져 조롱 및 비판을 받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또 별로 관심도 없다. 교회 내에서의 성과가 더 중요할 뿐이다. 한국의 주류 개신교가 '친미, 반공'인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12월 전쟁예언'은 이 이해관계에 제대로 부합한다. 자신들과 기조를 같이하는 현 정권을 뒷받침하고 교회 밖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반미종북'세력들의 '선동' 앞에서 결속을 다지는 것이 그들에겐 중요하다. 사례에서 보듯 이 예언은 교회 내에서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산하의 가전사]여섯 번째 만난 임자

 

기사 - [산하의 가전사]여섯 번째 만난 임자

2014. 11. 21. 금요일 산하 산하의 가전사 “가끔 하는 전쟁 이야기 사랑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왜 전쟁과 사랑이냐... 둘 다 목숨 걸고 해야 뭘 얻는 거라 그런지 인간사의 미추, 희비극이 극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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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1. 금요일

산하

 

 

 



산하의 가전사

끔 하는 쟁 이야기 랑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왜 전쟁과 사랑이냐... 둘 다 목숨 걸고 해야 뭘 얻는 거라 그런지 
인간사의 미추, 희비극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얘깃거리가 많을 거 같아서요.” 

from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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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로 태어나건 여걸로 태어나건 웬만한 팔자 아니면 세 번 이상 장가 또는 시집을 가기란 힘들어. 세기의 미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8번의 결혼식을 올렸다지만 이건 정말 슈퍼 스타급에 해당하는 일이고 '화류계(?)'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천국보다 낯선 얘기가 되겠지. 사실 그렇게 끈질기게 결혼하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도 결혼 서너번 하라면 하겠냐? 그 서너 번 모두가 그렇게 행복하지 못했다면 말이야.

 

그런데 여섯 번씩 줄기차게 결혼을 했고 그 마지막에야 진정한 반려라 할 사람을 만났던 행운아 겸 불운아가 있지. 중국의 전 국가 주석 유소기(류사오치)야. 중국 혁명가들은 결혼을 서너 번 정도는 우습게 했던 이력의 소유자들이기는 하다마는. 나는 중국 인명에 관해서는 원음 표기보다는 우리식 표기에 익숙하니 유소기라고 할게. 유소기는 내가 몇 달 전 다녀온 중국 호남성 출신이야. 즉 모택동하고 동향이지. '음식이 맵지 않을까봐 무서워한다.' 는 호남성 사람이니 어지간히 매운 음식을 좋아했을 것이고, 모택동이 즐겨 먹었다는 홍소육을 함께 탐닉했을지도 모르겠어.

 

유소기는 중학교에 다니던 중 전보를 받아. '모친위독급래' 허둥지둥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강녕하셨고 전보의 이유는 자신을 불러내려 혼사를 치르게 하려는 것임을 알게 돼. 어찌어찌 예식은 치렀지만 즉시로 학교로 돌아간 뒤 다른 데 시집 가라는 편지를 보내지만 이 시골 처녀는 요지부동이었지.

 

“나중에 다른 여자하고 아들 낳으면 하나만 나한테 보내 주세요.”

 

이게 첫 번째 '아내'의 요청이었고 유소기는 자신의 땅을 그녀에게 주고 후일 다른 부인과 태어난 아이를 보내 키우게 함으로써 의리를 지켜.

 

두 번째 결혼한 여자는 하보정이라는 혁명 동지였어. 유소기는 하보정을 깊이 사랑했고 아이도 셋 낳지만 하보정은 국민당군에 체포돼 감옥에서 살해돼. 그때쯤 유소기는 '나는 백년해로 할 팔자가 아닌갑다' 라는 직감을 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유소기 주변에는 자의건 타의건 끊임없이 여자가 맴돌았고 유소기도 굳이 마다하지 않아. 세 번째 결혼한 이도 혁명 동지였는데 무척 성정이 드세고 독립적인 여자였지. 남편을 쥐고 흔들고 주방으로 들여보내 요리를 시킨 뒤 그 음식을 즐기는 무서운(?) 중국 여자의 전형이었는지도 모르겠어. 이 여자는 남편이면서 혁명 지도자이고 당 간부인 유소기의 존재를 힘겨워했고 결국 유소기의 곁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어.

 

첫 번째는 듣도 보도 못한 시골 처녀, 두 번째는 애틋하지만 비극으로 끝난 사랑, 세 번째는 "당신 명령을 받는 건 싫으네요." 하고 떠나버린 왈가닥, 그리고 네 번째는 뭐게? 슬프게도 바람둥이. 왕건이라는 이름의 이 여자는 신사군 간호사 출신이었는데 유소기는 이 여자가 자신에게 가장 아픈 상처를 줬다고 술회하기도 했지. 상당한 바람둥이였던 이 여자를 유소기는 감당하지 못했고, 이혼 후 이 여자와 사이에서 난 아이들도 엄마와 만나지 못하게 했는데 이후 문화혁명 때 이 왕건은 작심을 하고 유소기를 물어뜯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유소기는 절감했을 거야. 다섯 번째 여자는 뜻밖에도 건강상 문제가 있었어. 그래서 요양원으로 보내졌고 평생 그곳에서 살게돼.

 

박상민의 <무기여 잘 있거라>가 문득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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