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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31 했던말 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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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반은 진중권씨 잘근잘근 씹는거랑 정치얘기라 나름 빼고 필요한 부분만 잘라 올린다는 쩜쩜..


울지아나


전에 현대 미디어아트 전시회에 간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상당한 예산을 지원 받은 국제적인 행사였습니다. 야외전시였는데 허접한 작품들을 보면서 욱하는 마음에 소리를 좀 질렀습니다. “야 졸라 멋있다~ 시바 이게 예술이냐~ 개자식들아~ 잘 먹고 잘 살아라~ 돈이 썩어나나 부지~” 이러면서 큰소리를 계속 치니까 경비 아저씨가 제 옆으로 스윽 오더군요.


제 욕설을 들은 작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기쁨에 겨워 전율을 느꼈을 겁니다. “어흑, 내 예술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격렬한 반응을 끌어냈다니! 너무 감동이야~” 이러면서 아마 그날 밤 기쁨의 술잔을 들었을 게 틀림없습니다.


한 국제적으로 유명한 아방가르드 작가에게 디자인 시안을 밤 12시가 넘어서 이메일로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받자마자 늦은 시간임에도 즉시 전화했습니다. “너무 혐오스럽습니다. 바꿔주세요.” 그러자 막 웃으시더니 “혐오스럽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하면서 매우 기뻐하시더군요.


현대 미술은 관람자에게 욕설을 들으면 오히려 즐거워합니다. 그들에게 가장 큰 모욕은 관객에게 이해받는 것입니다. 관객에게 이해받는다는 것은 그들의 작품의 관객의 정신과 같은 지평에 있다는 걸 말합니다. 그들에겐 이것이 참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들의 작품은 일반대중의 의식을 초월해서 불가해한 그 무엇이어야 하고, 일상에 파묻혀 무감각한 타성의 삶을 반복하는 대중을 순간적으로 일깨워서 자신이 바라보는 초월적 관점으로 그들의 정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과거 서양의 전통예술은 묘사를 중시했습니다. 사진이 발명되고 인간의 묘사력은 결코 사진과 경쟁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자 미술은 정신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현대미술의 난해함과 불가해함은 그 것이 비동일적 정신을 비합리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동양예술은 원래부터 자연묘사보다는 정신성의 표현을 중시해 왔습니다.


어쨌든 현대 예술은 동일성의 세계에서 탈주한 비동일자를 자처합니다. 동일성의 세계는 상식의 세계이고 언어소통의 세계입니다. 우리가 사는 인간문명의 세상이 바로 동일성의 세계입니다. 비동일자는 소통할 수 없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 기존 체제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그 무엇입니다.


현대 예술은 기존 체제를 비웃고 냉소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기존 체제에 포섭되지 않는 비동일자로서 끊임없이 탈주를 감행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평론가는 이들을 동일성의 세계로 포섭하는 역할을 합니다. 작가가 비동일자(작품)을 만들면 평론가가 해설을 통해 이들의 작품을 동일성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그 작품은 대중에게 경배되고, 그러면 작가는 다시 탈주해 또 다른 비동일자를 만들어 내고, 평론가는 또다시 논리적 언어를 통해 그것을 끌어내리고, 대중은 경배하고 그러면 또다시 작가는... 이렇게 현대 예술가는 끊임없는 탈주의 숨바꼭질을 통해 자신의 존엄을 확인하고 스스로 세계를 굽어보며 자부심을 갖습니다.


이들이 동일성의 세계에서 타성에 젖은 대중의 의식을 일깨우는 방법이 쇼크입니다.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충격을 줌으로서 대중을 각성시킨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액을 콘돔에 담아 전시한다든지, 벽에 똥칠을 한다든지, 피아노를 때려 부순다든지 온갖 아이디어가 나오는 겁니다. 하여튼 사람 깨게 하는 짓은 다 시도해 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기존의 지평을 초월한 마치 신적인 존재라도 되는 양 황홀감에 빠지는 거지요.


저는 이것을 기본적으로 정신적 자위행위로 규정합니다. 왜냐하면 현대 예술의 난해함이 대중을 비동일자로서 일깨우기는커녕 이해할 수 없는 예술에 대한 신화만 부풀리고 대중과 예술의 괴리를 더욱 크게 하며 엘리트들에 의해 움직이는 미술시장만 먹여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불가해한 냉소와 대중을 향한 모욕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Posted by 꾸물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