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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마빡 이야기/2014

딴지일보 마빡 2014. 09. 03

by 꾸물 202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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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시위 반대를 위한 시위를 반대하기 위한 시위

 

기사 - [사회]시위 반대를 위한 시위를 반대하기 위한 시위

2014. 09. 03. 수요일 독일특파원 타데우스 연대(延大) 교수가 연대(連帶)의 의미를 이상하게 사용하네... 기가 막힌다. 여느 때처럼 잉여잉여스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접하게 된 하나의 짤일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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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03. 수요일

독일특파원 타데우스

 

 

 

연대(延大) 교수가 연대(連帶)의 의미를 이상하게 사용하네...

 

기가 막힌다. 

 

여느 때처럼 잉여잉여스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접하게 된 하나의 짤일 뿐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 뱃속에서 꾸물꾸물하며 그닥 찰지지 못한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내가 원래 좀 차케서 욕을 잘 몬한다) 얼추 비슷한 시기였던 것 같다. 수많은 '유가족의 세월호 진상규명 시위에 대한 반대 시위'가 온/오프라인에서 갑자기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그간 '일베' 등지에서 유가족을 비난하는 정도가 아닌 소위 말하는 저쪽 편에서 '방귀 좀 뀐다'하는 놈들이 나서는 모양새다. 이 무슨 단체로 지령이라도 받으셨능가? 

 

웬 대학생들의 '폭식시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치킨과 짜장면을 곁들인 단식시위' 등 오프라인에서는 시위를 멈추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온라인에선 조선, 일베를 필두로 한 언론들의 그 짓거리까지. 뭐 이거 얼핏 보면 '세월호 유가족 대(VS) 여타 다른 선량한(?) 시민단체'의 구도처럼 보이겠다. 근데 저러면 안 되는 거잖아. 시위는 너덜이 하면 안 되는 거라고!!

 

지난 주 딴지 마빡에 벨테브레 횽아의 세월호 특별법 괴담을 후비고 디비 본 글(링크 참조)이 있었고, 저 멀리 캐나다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트잉여 요제프K 횽아의 단톡방에 대한 무시무시한 음모론으로 상황을 분석한 글(링크참조)도 있었다. 

 

그런 판국에 내가 쓰는 글이 뭐 별거 있겠냐 싶다가도 저들의 꼴이 우스워 한 마디 하고 넘어가련다. 본디 너덜의 완소 아이템(아님 말고) [국제 늬우스]나 하나 쓰려 했건만 쟈들이 하는 짓이 하도 얼척이 없어서 오늘은 시위에 대해서 디비볼란다.

 

그래 한국은 독점이 부족하고, 대기업 총수는 졸라 힘이 없으며...

이 모든 것은 박원순 때문이다. 참 명쾌해서 조타~

 

집회나 시위가 민주주의에서 얼마나 중요하냐? 이런 얘기는 저리 치우자. 그거 모르고 이 글을 읽고 있을 횽아들은 없다고 본다. 물론 저런 심오한 정치적 이야기를 못 써서 그런 거 절대 아니다. 그냥 대강 넘어가자.

 

다만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모두 옳다고 할 수도 없으며, 그것을 통해 권력을 잡은 이들이 소수의 의견을 극단적으로 억압할 경우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는 나치의 역사를 통해 모두가 배웠다.

 

'그런 시위를 그만두라며 또 다른 시위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개뿔. 너무 악의적이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디벼보자. 일단 위에 걸어놓은 김정호라는 교수의 글을 보면 유가족들이 시위를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다. 굳이 꼽아보자면 '꼴보기 싫다'는 거다. 그가 외치는 '당신들이 이 나라를 전세냈냐, 특별법이든 뭐든 국회가서 해결하라'는 말은 풀어쓰자면 '꼴보기 싫다'의 문어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소위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논리 말이다. 시위 때문에 차가 막히고 공공물이 훼손되는 등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거다.

 

그에 대한 반론은 이 사진으로 대신한다. 

집시법에 나와 있는 '누구든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를 방해하여서는 안 된다'는 헌법의 규정을 

공권력이 해석하는 방식은 '체증은 하지만 방해는 안할 게, 가만히 있으라!'이다.

물론 차벽은 위헌 판결까지 받았다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냐.

 

 

 

 

 

[펜더회고록]글이 돈이 되는 기적 <8>

 

기사 - [펜더회고록]글이 돈이 되는 기적 <8>

2014. 09. 03. 수요일 펜더 지난 기사 글이 돈이 되는 기적 <프롤로그> 글이 돈이 되는 기적 <1> 글이 돈이 되는 기적 <2> 글이 돈이 되는 기적 <3> 글이 돈이 되는 기적 <4> 글이 돈이 되는 기적 <5>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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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03. 수요일

펜더

 

 

 

 

 

 

논문대필은 불법일까? 

 

논문대필은 국립대학의 경우에는 형법 136조에 따라 공무집행방해죄가 구성된다. 그럼 사립대는? 형법 314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법적으로 판결이 나왔고, 수사에 의해 공정거래가(?)도 나왔다. 

 

 

2010년 사건을 재구성해 보면, 

 

'박사논문은 300만 원, 석사논문은 200만 원'

 

이라는 가격대가 형성됐다. (이 가격은 더 내려가고 있다. 배울 만큼 배웠지만, 직장을 잡지 못한 수많은 '먹물'들이 대학가 근처를 맴돌면서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방대학교 근처의 공정거래가(?)를 보면, 심한 경우에는 30만 원짜리도 발견할 수 있으나, 대부분 석사 기준으로 200만 원 이쪽저쪽을 생각하면 된다. (빡치긴 한다. 수백 억 수천 억 해먹고, 석박사 딴 짱짱한 애들이 자신의 학위를 사는데 쓰는 돈이 고작 기백 만원 수준이라니.)

 

 

 

1. K 군 이야기

 

K 군은 이 바닥에서 소위 '무관의 제왕'이다. 자기 이름으로 낸 책은 한 권도 없지만, 대필로 낸 책이 몇 권이나 되고, 기업체 관련 아르바이트, 경제 관련 프로그램의 기획이나 자료조사 알바를 하고 있다. 물론, 직장도 다니고 있으며, 몇 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글이 돈이 되는 기적'을 만들기 위해 발버둥쳤다. (에디터라기보다는 프로듀서 쪽이 더 적성에 맞는 듯 하다.)

 

그런 K가 작년 연말부터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분야가 '논문'이다. 

 

 

K는 논문대필을 시작했다. 벌써 3~4편 이상의 석사논문을 납품했다.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집에서 빈둥거리느니 알바나 뛰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어요. 근데 하다 보니 가성비는 이게 정말 최고예요. 2주 만에 2~3백은 땡기니까. 본업은 본업대로 가고, 알바 개념으로 한두 편씩 쓰고 있죠."

 

"(피식) 돈독이 올라가지고..."

 

K가 논문대필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잡문을 쓰는 것보다 벌이가 훨씬 짭짤하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은 문서대행 사이트에서 시작한 알바 구인에서 시작했다가, 본격적으로 이 길에 뛰어든 것이다. 일반인의 생각으론, 논문을 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되지만, 프로란 남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일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솔직히 말하겠다. 석사 논문 정도는 우습다. 만약 의뢰인의 전공이 경영, 경제, 국제정치, 정치, 행정 등등과 같이 '대중적인' 전공이라면(사회복지 같은 것도 얼추 이 범주에 넣을 만하다.) 말 그대로 땅 집고 헤엄치기다. 게다가 K 정도의 연차 정도 되면 '연구계획서' 발표 정도는 서비스로 해준다. (기분 좋으면 PPT도 만들어준다. 이 바닥에서 보면, 연구계획서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제출용과 발표용을 따로 만들어서 발표 연습까지 시켜줘야 하는 막장도 많다.)

 

 

다들 아실 것이다. 이 논문 연구계획서, 이 칸을 채워 나가서 발표를 해줘야 한다는 자료를. 내게도 이 연구계획서와 논문 작성법에 관한 자료들이 있다. 

 

대충의 틀 거리에 끼워 맞추면 된다. 연구계획서부터 의뢰하는 사람도 있지만, 연구계획서는 서비스로 해주고 논문을 맞춰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려울 거 같지만, 쉽다. 의뢰인의 전공과 논문 주제를 확인하고 나면, 논문 검색시스템을 돌리면 된다. 돌려서 나오는 것들과 각 학회의 학술지와 회보, 국공립 도서관의 검색시스템을 돌리면 된다. 어지간한 마이너 학과가 아닌 이상 논문 검색시스템 한 번 돌리면 논문은 나온다. 아주 질리도록 말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학술정보 시스템과 뛰어난 IT 기술의 접목, 거기다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많은 학자들 덕분에(학자들 중 많은 이들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그 블로그에 자신의 논문이나 저작물들을 올린다.) 논문대필은 아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어지간한 초짜 아니면, 논문 짜 맞추는데 1~2주면 뒤집어써요."

 

인정한다. 정말 쉽다. 한해에 쏟아지는 그 수많은 논문들을 보라. 어디서 어떤 게 나오는지 알지도 못한다. 괜찮은 논문 1편을 메인으로 잡고(연구주제를 이걸로 잡아챈다.) 이와 유사한 논문들 몇 편을 짜깁기해서 러프하게 논문을 완성한다. 틀이 완성되면, 그 뒤에 문장을 다듬는다. (거의 빠꾸가 날 확률은 없다. 양심적이고, 경험이 있는 대필자의 경우는 논문심사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양심적 우라까이'를 한다. 이 일을 몇 번 해보면 느낌이 오는데, '만학도'를 대상으로 한 논문심사는 꽤 '여유'가 있다. 문단을 통째로 복사하거나 하는 '미친짓'만 하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티나는 표절'만 하지 않는다면, 어지간하면 넘어간다.) 참고자료의 경우는 해당 논문들의 참고자료를 그대로 ctrl+c, ctrl+v하면 된다. 여기서 밥로스가 등장하면 된다.

 

"참 쉽죠?"

 

 

 

 

 

[독투불패]도밍고 1집 - 졸라 따끈한 신곡이라 귀천장을 데일 수도 있다

 

기사 - [독투불패]도밍고 1집 - 졸라 따끈한 신곡이라 귀천장을 데일 수도 있다

2014. 09. 03. 수요일 독투불패 Six_Cool 편집부 주 이 글은 음악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음악과 인생 나름 행복한 삶을 산다고 우기는 이들에겐 항상 음악이 있다. 도통 삶이 행복한지 모르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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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03. 수요일

독투불패 Six_Cool

 

 

 



편집부 주

이 글은 음악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음악과 인생

 

나름 행복한 삶을 산다고 우기는 이들에겐 항상 음악이 있다. 도통 삶이 행복한지 모르던 사람이라도 어느 날 갑자기 기분 좋은 일이 생겨 흥이 날 때면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대기 마련이다. 반면에 피곤하고 힘들게 사느라 온갖 짜증이 넘쳐 ‘씨발 누구 하나 걸려라.’ 하시는 분들 옆에서 흥겨운 노래 한 자락은 ‘덤벼라. 개새끼야.’ 에 필적하는 위력을 갖기도 한다.

 

 

게다가 '신뢰를 아니 할 수 없지 않아  믿지 아니하지 않지 않을 수밖에 없지 아니하니  아니 이런 씨발 알았어. 그냥 믿을게.' 한다는 필자의 최근 통계로는,

 

1. 나이가 어릴수록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놀라운 사실과 2. 같은 나이여도 동안인 사람이 노안인 사람보다 더 많은 노래를 듣고 있으며, 심지어 3. 죽은 사람은 하루에 음악을 단 한 차례도 듣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아 씨발 엄청나다!!

 

음악이 없는 사회는 죽은 시인의 사회

 

행복지 않은 곳에 음악이 없고, 희망이 없는 곳엔 노래도 없다. 음악은 행복의 증표이고 희망의 표현이며 생명연장의 꿈을 이루는 매우 헬리코박터 하는 거시기다. 또한 지구를 공격하는 외계인마저 무찌르는 놀라운 무기가 되기도 하니 인간에게 음악은 죽음보다 삶에 가깝다.

 

팀버튼의 화성침공(1996) - 외계인 퇴치에는 컨트리 음악이 짱이다.

 

전 국민을 다 죽여버릴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딴지 총수의 소송비가 굳어 딴지스의 회식비로 쓰이게 될 그날까지 흥겹게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음악을 포기할 수 없다. 하여 십여 년간 딴지 눈팅만 하며 충분히 즐거웠던 필자는 이제는 글도 써야겠다 싶어 오늘 그 첫 번째로 딴지스 제위께 좋은 음악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며칠 전 벅스뮤직, 엠넷, 네이버뮤직 등에 새로운 앨범 하나가 떡하니 올라왔다. 

 

떡!!!!!!!!!!!!!!!!!!!!!!!!!!!

 

이름하여 “도밍고 1집”

 

 

 

 

 

[생활]77명의 남자 - 2.그에게 가는 막차

 

기사 - [생활]77명의 남자 - 2.그에게 가는 막차

2014. 09. 03. 수요일 Anonymous 관련 기사 [77명의 남자 - 0. 로리타 콤플렉스] [77명의 남자 - 1. 안전지대와 멜빵] 프롤로그와 0편이 나오고 4개월이 지나서야 1편이 나왔다. 순서대로라면 이번엔 2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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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03. 수요일

Anonymous

 

 

 

 

 

 

프롤로그와 0편이 나오고 4개월이 지나서야 1편이 나왔다. 순서대로라면 이번엔 2편이 나와야 맞지만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벌써 10년도 지난 그 시절이 떠오르면서 지금은 하늘 아래 알 수 없는 어느 곳에서 배 나온 아기 아빠가 되어 살고 있을 그 친구가 생각이 나 버렸다. 따라서 내 마음대로 목차를 뛰어넘어 본다.

 

이 이야기는 첫 키스와 첫 섹스 시도에 대한 이야기.

 

0. 로리타 콤플렉스
1. 안전지대와 멜빵
2. 오봉 배달부
3. 음성사서함과 러브레터, 그리고 스토커
4. 첫눈에 반한다는 것
5. 김짱과 노짱
6. 그에게 가는 막차
7. 첫 담배
8. 애기야
9. 감기
10. 벽
11. 수컷들
12.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13. 쓰리썸과 그리스
14. 고목나무의 다람쥐
15. 일본남자는 별로
16. 첫사랑이 돌아오다
17. 이탈리아 남자란
18. 영혼이 닮았다
19. 11살
20. 놓치고 보니 아까운 남자
21. 여행지의 불길
22. 와우폐인
23. 하늘에 별이 보여?
24. 손호영 닮은꼴
25. 청산리 벽계수
26. 자살금지
27. 그의 친구
28. 첫 프로포즈
29. 12년의 우정
30. 꽃돌이
31. 섹스도 사랑이라면
32. 에이즈의 기억
33. 상상인연
34. 부잣집 외동아들
35. 줘도 못 먹는 남자
36. 애 딸린 남자
39. 친구라며?
38. 진심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닌가 봐
39. 현재진행형?
40. 흑형

 

기억 속 그 아이는 잘 구워진 식빵맨같이 생겼다. 

 

맛있겠...

 

벌써 10년도 넘어 버린 이야기. 고3이었던 나는 평범한 수험생들이 그러하듯 앞에서는 수능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뒤에서는 할 거 다 하면서 나름의 유희를 즐기고 있었더랬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가 좋았다고 할 만한 점이 있기는 한 것이, 코앞에 보이는 목표가 자명했고, 좋든 싫든 따라 할 길잡이가 있었던 거?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 말 그대로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시간을 준비도 되지 않은 채로 맞이하게 된 지금, 사실 가끔은 그 시절의 내가 부러울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 다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한 번쯤은 망설여 보게 될 듯한 고3 시절, 내 인생에 드디어 제대로 된, 바꾸어 말하면 어느 정도 이상의 스킨십이 진행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한 번 제대로 붙은 불은 고3이라는 소화기로도 진화되지 않은 채 내 존재 전체로 옮겨붙어 당시 내 생활을 전소시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숙사에 살고 있던지라 한 달에 딱 한 번의 귀가와 일주일에 한 번의 외출만이 허락되었는데, 이 엄격한 규율이 무색하게도 나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기숙사를 빠져나가곤 했다. 네모진 얼굴과 구릿빛 피부에 유난히도 까만, 마치 서리태 같은 눈동자를 하고 있던 그 친구는 나와는 다른 도시에 살고 있었다. 학교에서 그가 사는 곳까지는 시외버스로 한 시간 남짓.

 

그에게 가는 길은 항상 어두운 밤길이었다

 

야자를 빠져나오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고3에게는 온갖 특권이 쥐어지는바, 나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특히 생리통은 좋은 핑계였다. 생리야 보통은 한 달에 한 번 찾아오지만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이보다 더 자주 찾아오기도, 일주일보다 더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아랫배 혹은 허리를 부여잡고 약간의 특수효과 처리로 식은땀을 연출해 내면 교실을 빠져나와 기숙사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기숙사에 들어가 사감 선생님의 조퇴 리스트에 도장을 받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챙긴다. 다음날 학교로 돌아오면 곧장 수업에 들어가야 하므로 가방에는 다음 날 입을 교복과 책 몇 권을 넣는다. 그리고선 야자 쉬는 시간, 기숙사를 오가는 인파가 몰리는 바로 그때를 틈타 쥐새끼마냥 학교를 유유히 빠져나온다. 당시 교문에 설치된 관리실은 그저 전시용에 불과했으므로 기숙사만 빠져 나오면 만사 오케이. 필자의 용의주도함으로 인하여 단 한 번도 중간에 걸린 적이 없었음은 보너스.

 

 

학교 주변은 그저 논밭. 시골 길을 10분 남짓 걸어가다 보면 읍내 풍경 비스무리한 동네 길로 접어 든다. 그 황량한 길을 조금 더 걸어가면 나오는 쿰쿰한 냄새의 시외버스터미널. 버스를 잡아타고 그 아이가 있는 도시로 향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나를 기다리는 그. 그리고 일상에서 탈출한 해방감과 해냈다는 묘한 성취감에 그를 보는 설렘이 더해진다. 우리의 데이트는 별게 없었는데, 수줍게 손을 잡고, 주황색 가로등이 켜진 어두운 길거리를 걸으며 노래를 부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다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밤의 마력에도 우리는 꽤나 순진했던 것 같다. 아니, 그저 내가 순진했던 걸까? 만약 그저 나만 순진했던 거라면, 성적 에너지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임을 감안해 볼 때, 어쩌면 내가 그 아이를 고문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긴 하다.

 

그런 식의 만남이 지속된 지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때였다. 여름과 가을의 중간쯤. 해가 지면 조금은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던 그런 때였던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귀가 날, 나는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그 아이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모처럼 밝은 날에 만난 그 아이의 얼굴은 햇살을 받아 더욱 빛이 났고,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바닷가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차 태양이 빨간빛을 잃어가며 그 색을 하늘에 나누어 주기 시작한 그 때, 우리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그리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 각자의 집에서 왜 안 들어오냐며 귀가를 독촉하는 전화가 몇 통 온 이후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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