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이곳에 서식해온 딴지스 중에 '시사능력검정시험'이라는 코너를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렇다. 그런데 사실 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뉴비들도 기죽을 필요 없다.
어쨌든 그 코너에서 모티프를 딴 본 시험은 딴지의 알흠다운 전통을 계승 발전하겠다는 거창한 의도 같은 건 전혀 없고 걍 글쓰기가 귀찮아서 그 옛날 누군가가 했던 포맷을 베껴 조회수를 올려보려는 꼼수 되겠다. 좋게 얘기해서 추억팔이, 나쁘게 얘기해서 아이템 도용이라 할 수 있다.
시절이 하수상하고 독투마저 어수선한 가운데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부 당국의 가만히 있으라는 의도에 부합하는 건 청개구리 성향을 지닌 네티즌의 본능에 걸맞지 않은 일이라 할 것이다. 내 이를 어여삐 여겨 새로 열여섯 문제를 맹가노니 도를 넘은 월요병 탓에 짬짬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잉여력을 터뜨려야 힐링이 될 독자 제위께서는 심심할 때 시간 죽이기 또는 머리 식히기 용으로 널리 활용하기 바란다.
본 시험은 5지선다의 객관식 15문제와 단답형 주관식 1문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객관식은 문제당 6점, 주관식은 10점으로 총 100점 만점이다. 출제는 최근 10년간의 수능시험 및 각종 국가고시의 출제경향을 날림으로 분석한 것은 물론 각 분야 전문가 여러 명의 조언을 참고하여 내 맘대로 하였으니, 시간제한 없이 오픈테스트로 출제의도에 가장 부합할 것 같은 정답 하나씩을 고르면 되겠다. 어느 정도 많이들 풀었다 싶으면 정답과 해설을 올릴 테니 알아서들 채점하시라.
그럼 이번 주도 무사히 버티시길!
[ 1 ~ 3 ] 다음 두 장의 사진을 보고 물음에 답하시오.
( ㄱ ) ( ㄴ )
1. (주어가 행방불명된 문제) ( ㄱ )에서 계란을 맞은 사람의 과거 어록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요즘은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만 찾는다고 하더라.
② (보온병을 가리키며) 이게 포탄입니다.
③ 모친이 문맹이라서 입영통지서를 전달받지 못하였다.
④ 강남의 부자 절에 좌파주지를 놔두면 되겠느냐.
⑤ 국민들이 공약에 속아 대통령을 뽑았다.
2. (무대... 뽀로 푸는 문제) ( ㄴ )과 그 가족의 행적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전남방직, 동해제강 회장과 5대 국회의원(민의원)을 역임한 김용주의 아들이다. 김용주는 일제 강점기 친일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② 누나 김문희의 딸 현정은은 현대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학교법인 용문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문희는 최근 학교재산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③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으며 아들은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원대 교수로 채용된 딸에 대하여 참여연대가 특혜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④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할 당시 사무총장으로 호흡을 맞추며 친박계의 좌장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새누리당 대표가 되었다.
⑤ 19대 대선 유세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의 발언을 언급하며 서해상의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화록을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지만 검찰로부터 불기소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3.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헷갈리는 문제) 계란 봉변을 당한 ( ㄱ )과 ( ㄴ )의 반응을 각각 바르게 짝지은 것은?
A. 눈에 맞았으면 실명했을 정도의 강한 폭력이었다. 전치 2주의 진단도 나왔다.
B. 그러면 안 돼, 예의를 지키란 말이요.
C. 달걀을 사상으로 채우면 바위도 깰 수 있다.
D. 찍지 마 C 발. 내가 진짜 성질이 뻗쳐서...
E.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을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F.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입니다.
① ㄱ - A, ㄴ - B ② ㄱ - A, ㄴ - D ③ ㄱ - C, ㄴ - E ④ ㄱ - F, ㄴ - B ⑤ ㄱ - B, ㄴ - A
4.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문제) 2014년 제 17회 아시안게임이 개최되었던 대한민국의 도시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 고대에는 미추홀이라 불렸으며, 백제 시조 온조의 형인 비류가 이곳에 나라를 세운 뒤 서해를 기반으로 하는 해상왕국으로 크게 융성하였다.
② 6.25 전쟁 당시 맥아더가 이곳 상륙에 성공함으로써 서울을 탈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이곳에는 맥아더의 동상이 세워졌으나 우상숭배라는 반발로 철거되었다.
③ 한국 최초로 야구가 도입된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삼미 슈퍼스타즈 - 청보 핀토스 - 태평양 돌핀스로 이어지는 이 지역 프로야구팀들은 꼴찌를 도맡아했던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들의 활약상은 소설과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다.
④ 태평양 돌핀스의 후신인 현대 유니콘스는 한국시리즈에서 총 4 회 우승을 차지하며 이곳 야구팬들의 한을 풀어 주었다. 현대 유니콘스가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해체되며 선수단을 이어받게 된 신생팀 넥센 히어로즈는 이 지역의 연고권도 함께 승계하였다.
⑤ 영종도에는 이 도시의 이름을 딴 세계적인 공항이 있으며 정부 당국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절대 이곳을 민영화하지 않을 것이다.
5. (국격돋는 체육 문제) 다음중 얼마 전 개최되었던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닌 것은?
① 센서 오류로 인한 온도조절 실패로 대회 도중 주경기장에 있던 성화가 갑자기 꺼졌다.
②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어 도시락 배식이 일괄 취소되고 빵과 우유, 초코바 등을 제공하였다.
③ 선수단 숙소에 선풍기와 에어컨은 물론 방충망도 없었지만 열대 국가에서 온 선수들이 많아서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④ 통역자원봉사자 중 100명 이상이 개막 5일 만에 처우와 근무환경 문제로 그만두었다고 한다.
⑤ 배드민턴 경기장의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셔틀콕의 움직임에 지장을 주었다.
6. (아부나이 니홍고 문제) 다음은 산케이신문의 기사 중 일부이다.( )에 들어갈 단어의 한국어 표현을 순서대로 적절히 짝지은 것은?
① 노대통령 - 부엉이바위 - 투신자살 ② 박대통령 - 7시간 - 소재불명 ③ 이대통령 - BBK - 실소유주 ④ 이대통령 - 6.25 - 남쪽으로 튀어 ⑤ 전대통령 - 5.18 - 발포명령
[ 7 ~ 8 ] 다음은 뉴시스 기사의 일부이다. 이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검찰이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구성,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사이버 상 거악 척결' VS '사이버 검열 및 표현의 자유 침해' 라는 때 아닌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18 일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 한국인터넷진흥원, 포털업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대응을 위한 회의를 갖고 대책을 내놓았다.
검찰은 곧바로 서영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1 부장 등 검사 5 명과 전문 수사관, 모니터링 요원 등으로 구성된 '사이버허위사실유포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사실상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에 대해 검찰이 '특별수사부'를 구성한 셈이다. (중략)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 25 일 "왜 위축이 되나? 아무 문제가 없는 글을 올리면 위축될 일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7. (명의회손을 전담하는 문제) 검찰의 실제 의도에 가장 근접한 것은?
① 제발 좀 쫄아라, 셀프검열 빡세게 하고. 정부가 잘못해도 비판 같은 건 절대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② 유언비어를 방치하면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수사하는 건 경제 살리기의 일환이라 하겠다.
③ 인터넷에 악성댓글을 달며 세금을 축내는 국정원 무리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④ 대통령이 모독을 당했다며 화를 냈지만 정치적 중립성 돋는 검찰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독을 당한 피해자인 대통령이 수사와 기소에 개입하는 건 삼권분립은 물론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⑤ 변희재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낸 여세를 몰아 일베를 민주화하고 말테다.
8. (유언비어 진위판별 문제) 다음 중 위 검찰 관계자가 말한 아무 문제가 없는 글에 가장 가까운 것은? (논란이 있을 때에는 법원의 판례에 따른다.)
① 박근령 씨가 육영재단 이사장에서 해임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배후 역할을 했다.
②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방북했을 때 마약이 섞인 백두산 삼독주를 마셔 김정일 위원장과 동침했다.
③ A녀는 20대 때 가정이 있는 유력정치인 B 의 부패한 자금 도움을 받고, 약 1년여간 그 유력 정치인 B의 일종의 첩이 된다.
④ 노무현 전 대통령 뭐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 원짜리 수표가 타인으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표돼, 발견이 됐는데, 그거 가지고 아무리 변명해도 변명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거 때문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
⑤ 문재인 비자금 1조 원짜리 자기앞수표 20장(20조 원)과 금 200톤을 찾아 즉각 환수하라.
9. (모독이 도를 넘는 문제) 정부와 검찰의 입장에 의할 때 다음 중 가장 큰 나라망신으로 반드시 형사 처벌해야 할 사례는?
①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 중 인턴으로 채용한 현지 교민 여성을 성추행한 청와대 대변인
②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7시간동안 청와대 경내에서 21차례의 보고를 받았음에도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들을 발견하거나 구조하기가 힘이 듭니까?"라는 생뚱맞은 질문을 했던 대통령
③ 위 ② 번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남자관계와 관련한 루머를 기사에 언급한 산케이신문의 서울 지국장
④ 위 ③ 번을 기소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해 미국, 일본 정부와 뜻있는 세계인들에게 어그로를 끈 검찰
⑤ 노무현 대통령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지 발언 동영상을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 지지 발언인 것처럼 조작한 전 인천시장
10. (선처여론을 구걸하는 문제)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잘못한 기업인도 부당한 이익을 사회에 충분히 환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살리기에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드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 중 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운 사람은?
① SK 그룹 총수 최태원
② CJ 그룹 총수 이재현
③ 동양그룹 총수 현재현
④ 태광그룹 총수 이호진
⑤ 딴지그룹 총수 김어준
11. (한강물에 과자를 빠뜨려도 질소가 없으면 못 뜨는 문제) 아래 사진을 본 네티즌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이명박 대통령의 4 대강 사업과 오세훈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덕분에 과자뗏목으로도 한강을 건널 수 있게 되었구나! ② 저 과자에 있는 만큼의 에어포켓이 세월호에 있었더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 텐데ㅠㅠ ③ 저 과자회사는 아마 과자를 늘리기보다 질소를 줄이지 않을까? ④ 만화가 강도하를 검색했더니 맨 과자뗏목 타고 한'강도하' 했다는 소식뿐이네-_- ⑤ 질소를 사시면 과자를 덤으로 드립니다.
12. (가족적이거나 또는 가축적인 문제) 다음 보기를 읽고 추론한 것으로 옳지 않은 것은?
A.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손녀 같고 딸 같아서 귀엽다는 수준에서 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B. 후임 병사들을 폭행하고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남경필 경기지사의 아들 남모병장은 '가족같이 생각해서 그랬는데'라고 진술했다.
C. 성추행 문제로 사직한 상무를 복귀시켰다가 물의를 빚은 출판사 샘앤파커스는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① A~C 의 화자들은 가부장이나 장남 등으로 가족 안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② A~C 의 화자들은 가족 내부에서 일어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제 3 자에게 알려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③ A~C 의 화자들은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른 가족 구성원이 피해를 본다해도 기꺼이 이해하고 용서해 주리라 믿을 것이다.
④ A~C 와 같은 국민정서는 상당히 보편적인 것으로, 이를 반영하여 현행법은 친족 간의 재산범죄를 원칙적으로 벌하지 않는 것은 물론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보다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
⑤ KBS 2TV 에서 방영중인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 는 자식바보 아빠가 이기적인 자식들을 개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불효소송' 에 대한 이야기로 A~C와 같은 세태를 꼬집고 있다.
13. (영등포경찰서 헌정 형법 문제) 다음은 세월호 유가족과 대리기사 사이의 폭행 시비 사건을 수사 중인 전우관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장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아래 인터뷰와 참조조문에 비추어 옳지 않은 내용은?
문 : 김형기 ( 유가족 대책위 ) 전 수석부위원장은 행인 정모 씨에게 맞아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하는데.
답 :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이 정씨에게 맞았는지 여부가 폐쇄회로 (CC)TV 에서는 불분명하다. 유족이 맞았다고 주장하니 절차상 일단 정씨를 입건했지만 일방적으로 폭행했다고 봐야 한다. 마지막에 때린 것을 가지고 쌍방으로 볼 수는 없다. 행인 정씨가 때렸다는 사실이 인정돼도 정당방위 차원에서 면책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다.
문 : 한 인터뷰에서 정씨는 자신이 밀치기는 했다고 했는데, 정당방위인가 아예 때리지 않은 것인가.
답 : 정씨에 대해서는 입건만 했을 뿐 아직 조사를 하지 않아서 혐의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다. 정씨 조사 시 정당방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불기소가 될 수도 있다.
문 : 정당방위와 불기소는 어떻게 나뉘나.
답 : 정씨가 밀었다고 하는데 밀면서 물리적인 힘을 가했다고 하면 정당방위가 될 수 있고 밀었을 뿐이고 크게 물리력을 행사한 게 없다면 불기소한다.
형법 제 21 조 (정당방위)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① 형법 제 21조 제 1항에 따라 정당방위도 실무적으로는 불기소 처분되므로 정씨는 조사하나 마나 불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②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정당방위를 인정하는데 굉장히 인색한 점을 감안해 볼 때 조사도 해보지 않고 정당방위를 거론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③ 정씨가 밀면서 물리적인 힘을 지나치게 많이 가했다면 형법 제 21 조 제 2 항에 따라 과잉방위가 되므로 원칙적으로 기소되어야 할 것이다. ④ 법조문에 '오상방위'(정당방위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아닌 경우)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법전은 파본이다. ⑤ 우리나라 대법원은 12 살 때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성폭행을 가한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인죄를 적용하여 처벌하였다.
[ 14 ~ 15 ] 보기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A.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58세, 여성)이 임명되었다. 그녀는 최근 5 년간 적십자 회비를 한 번도 낸 적이 없다고 한다.
B.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박완수 전 창원시장 (59세, 남성)이 임명되었다. 그는 30 년간 경남도청 공무원으로 재직해 왔다.
C. KBS 이사장에 이인호 전 서울대 교수 (78세, 여성)가 임명되었다. 그녀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와 주 러시아 대사를 역임한 러시아 전문가이다.
D.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방송인 자니윤 씨 (78세, 남성)가 임명되었다.
E.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들먹여 KT 와 대우건설 등에 취업한 조 모 씨 (50대, 남성)가 구속되었다.
14. (창조경제를 활성화할 것만 같은 인사청탁영역 문제) 보기를 읽고 추론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적십자 회비를 안 내던 사람이라도 총재가 되면 회비를 낼 것이므로 향후 적십자회비 징수율은 올라갈 것이다.
② 경남지사를 노리는 정치권 인사를 인천공항 사장에 임명한 것은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한 사전 포석이다.
③ 김성주 총재는 정치나 공직과는 거리를 두고 기업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했으나 적십자사 총재는 정치인이나 공직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상관 없다.
④ 노인과 여성을 중용하는 것으로 볼 때 인사권자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이 많은 진보적인 인물일 것이다.
⑤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나서면 KT나 대우건설 같은 굴지의 대기업에도 쉽게 취직할 수 있을 것이다.
15. (솔직히 그게 그거 같아서 헷갈리라고 내는 문제) 보기와 같은 인사를 보고 떠올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6. (잠시나마 만수르가 된 것 같은 돈 계산 수리영역 문제) 보기를 보고 주어진 수식을 해결하시오.
ㄱ. 정부는 총 ( a )원 규모의 2015 년 예산안을 발표하였다.
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입찰에 참가한 현대자동차 그룹은 ( b )원을 써내 다른 경쟁기업을 제치고 낙찰 받는데 성공했다.
ㄷ. 정부와 여당은 어디까지나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현재 1 갑 기준 ( c )원에서 ( d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ㄹ. 2015 년 법정 최저임금은 ( e )원이다.
ㅁ. 한국연금학회가 발표한 공무원 연금 개혁방안에 따르면 현재 재직 중인 공무원의 경우 본인기여금과 정부부담금이 각각 7% 에서 10% 로 늘어나는 반면 급여율은 연 1.9% 에서 1.25% 로 줄어든다. 이 경우 재직자들은 현재보다 43% 더 내고 34% 덜 받는 셈인 반면, 이미 퇴직한 공무원의 경우 재정안정화 기금으로 ( f )%만 부담하면 된다.
ㅂ. 10 월 1 일부터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따르면 휴대폰 구입 시 이동통신회사가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의 상한액은 ( g )원이며, 여기에 유통판매점이 ( h )%의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는 최대 ( i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중고 폰을 이용하여 가입할 경우 보조금 대신 매월 이용요금의 ( j )%를 할인받을 수 있다.
ㅅ. 중소기업의 가업상속 공제 대상을 크게 확대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박지만 씨가 대주주로 있는 EG 또한 위 요건을 충족하게 될 것이므로, 박 씨가 보유한 390억 원 상당의 위 회사 주식을 두 아들이 상속할 때 내야할 상속세는 ( k )원이 된다.
2014년 8월. 여느 때처럼 살인적인 업무와 더위에 허덕이는 와중에 이사한 집의 짐 정리며 세간살이도 채 갖춰지지 않아 죽을 똥 살 똥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었다.
내가 없으면 레알 진심 참트루 돌아가지 않는 회사. 몸을 혹사시켜 가며 일을 하는 게 독자들을 위한 길이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살았던 지난 여름.
8월 어느날. 거의 이틀 동안의 밤샘으로 컨디션은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밤을 새면 배에 가스가 많이 차고 자주 아랫배에 짜잘한 신호가 오는지라 일을 하면서 화장실에 들락날락 했다. 날은 왜 또 그렇게 더운걸까... 뜨거운 궁물은 물론이거니와 밥을 씹어 넘기기도 힘들었던 날씨. 냉면을 시켜 호로록 목구멍으로 넘겼다.
퇴근길. 밥 해먹기도, 라면 끓일 힘도 없었다. 집 앞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세트를 시켰다. 얼음 동동 띄워진 콜라가 더 먹고 싶었던 것 같다. 점심의 냉면과 기름진 햄버거 때문이었을까. 뱃 속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한 바가지를 쏟아낸 후 쓰러져 잠들었다.
다음날.
따가로운 햇살, 평화로운 여름냄새가 미치지 못하는 벙커1 지하 딴지일보 사무실. 전투를 치루는 듯한 업무에 빠져들어 있을 즈음. 사무실에서 3번째로 좋은 의자 위에 살포시 놓여있던 작고 귀여운 내 엉덩이 깊숙한 곳에서부터 전해지는 느낌.
뭐랄까, 똥꼬의 주름이 말려들어가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이르는 지점에서 내 몸 속 안쪽으로 3cm 지점에 느껴지는 찌릿아릿 짜르르한 그 어떤 느낌적 고통. 지속적으로 오는 신호는 아니었지만 간혹가다 짜르르 전해오는 전기충격 같은 쌉싸르한 느낌이 똥꼬 끝에서부터 등골을 타고 목덜미 언저리까지 올라왔다. 통증이 올 때마다 반사적으로 허리를 세웠다. 통증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고자 본능이 시키는 듯이.
통증은 똥꼬의 안쪽인데다가 의자에 앉아있다 보니 그 위치가 살짝 헷갈리긴 했었다. 설마 내 몸안의 올챙이 공장, 나의 2세를 생산하는, 거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일어서 있을 때 찾아온 통증을 때를 놓치지 않고 그 시발점을 느껴보니 그쪽은 아닌 것 같았다. 인터넷에서 본 그쪽 증상과는 차이가 많아 역시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립선 쪽에 문제가 있을 때 증상은 대체로, 배뇨에 관련된 증상(소변이 급하게 자주 마렵거나 참기 힘듦)이나 통증이 고환, 음경, 회음부 및 허리에 주로 나타나고 일부는 발기부전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한다.
오줌이 마려운 것도, 글타고 똥이 마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30분 정도 간격으로 비슷한 강도, 위치, 통증이 올라오니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설마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치’로 시작하는 류의 증상?’ 하는 걱정 이었다.
비단같이 섬세한 내 장은 설사를 하면 했지 변비는 커녕 일일일똥은 꼭 지켜야만 하는 신뢰의 아이콘이었는데... 걱정이 치질, 치루 등의 방향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급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똥꼬쪽이 아픈 일은 평생 한 번도 없었거니와 민간요법이든 내가 어떻게 뭘 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으니까. 게다가 회사에서 일을하고 있었으니 뭘 볼수가 있어야 말이지.
마빡 업뎃이 끝나자 마자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내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기르는 고양이들은 응가를 한 뒤였는지 열심히 자기 똥꼬를 할짝할짝 거렸다.
‘나도 니들처럼 똥꼬까지 허리를 접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부러움의 눈으로 잠깐 녀석들을 바라본 후 바지와 팬티를 잡고 한번에 내렸다. 한 손으론 두루마리 휴지 아니, 플레이 버튼 아니, 손 거울을 들고 바닥에 누워 두 다리를 머리쪽으로 올린 후 거울로 천천히 똥고를 찾아 비춰보기 시작했다. 그곳이 어두울 것을 감안해 창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거울에 반사해서 깊고 어두운 그곳에 광명의 빛줄기를 쐬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니까 대략 이런...
뭔 말인지 알겠지?
똥꼬와 내 눈의 각도가 아직 맞지 않아 처음 거울을 바라봤을 땐 누워있는 내 머리 위의 책상과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 침대 옆 협탁 위에 어제 먹고난 사탕봉지 이따가 버려야겠다.’ 생각을 하며 거울의 각도를 천천히 엉덩이 쪽에 맞춰가기 시작했다. 거울의 기울기를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을 때,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불안함에 어둠이 짙게 깔린 내 얼굴 표정이 거울 속에 들어왔다.
여름이라 아직 해가 떠 있어 어둡지 않은 방 안, 황금빛 햇살이 창문의 간유리를 통과하며 부서져 마치 금가루를 뿌린 듯한 오묘하고 평화로운 방안에는 빛을 받을 때마다 반짝이며 떠다니는 먼지가 내 눈 앞에 하늘하늘 부유하고 있었다. 그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내 표정과 자세, 벗어 던진 바지와 팬티가 황금빛 방 안에 공존하고 있었다. 그렇게 거울로 비춰진 내 얼굴을 보다가 문득, 처량한 내 모습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그래서 두려운 내 똥꼬가 생각나 살짝 눈시울이 젖었던 것 같다.
햇빛을 받은 거울은 찬란한 광명의 빛으로 엉덩이를 지나 서서히 똥꼬를 비춰주기 시작했고, 드디어 거울 속에 똥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세가 꽤나 힘들어서 그런지 팔을 조금 더 뻗으려고 하거나 올린 다리를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춰 거울 속 똥꼬가 숨을 쉬듯 움찔움찔 주름을 호흡했다. 육안으로 확인한 똥꼬는 꽤 앙증맞고 앙칼지게 앙다문 모양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걱정하며 인터넷으로 찾아봤던 치질상태 똥꼬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렇게 귀엽고 앙증맞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안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간간이 전해지는 통증이 있어 혹시 문제는 똥꼬 안쪽에 있지 않을까 싶어 입사 후 처음으로 병가를 내고(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아파도, 일이 있어도 결근해본 적이 없다)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검색창에 항문외과를 쳐보니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병원이 있었다. 홈페이지도 있어 대충 한번 훑어보고 다음날 병원에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살면서 똥꼬가 아픈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병원에 가면 의사와 간호사 앞에 엎드려 엉덩이를 들고 똥꼬를 보여줘야 하나? 내시경 같은 걸 넣었는데 응가가 가득 차 있어서 카메라를 가리면 어떡하지? 똥꼬 안쪽에 상처가 나 있으면 응가가 차 있을 때 졸라 감염되고 그러는 거 아닐까? 별의 별 걱정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다음날은 우중충한 날씨와 함께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점심 때쯤 일어나 배가 고팠지만 혹시라도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물 한 잔만 마시고 화장실에 가서 모닝똥을 때렸다. 평소처럼 구렁이 같은 응가가 나오진 않았지만 묽거나 피가 나오거나 하지 않아 나름 안심했다. 구석구석(특히 똥꼬를 집중적으로)목욕재계를 하고 전날 검색한 병원에 갔다.
병원은 다행히 1층은 자동차 대리점, 다른 층은 사무실로 쓰이는 건물의 한 층에 자리잡고 있어 건물로 들어가는 일이 수월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내가 항문외과에 가는지 업무 때문에 다른 건물 내 사무실에 가는지 알 수 없을 테니까. 엘리베이터의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데 환자복을 입은 한 아주머니가 링겔을 행거 같은데 걸고 내 옆에 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아주머니와 둘이 탔다. 문이 닫힐 때쯤 택배기사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와 우리와 함께 탔다. 버튼 쪽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가 병원이 있는 8층 버튼을 누르고 택배기사 아저씨는 5층을 눌렀다. 아주머니가 병원 층을 눌러 어찌보면 다행일 수 있겠지만 3명이 탄 엘리베이터에 눌려진 버튼은 5층과 8층 두 개인 게 괜히 신경이 쓰였다.
5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택배기사 아저씨가 내리자 아주머니와 나 둘만 남았다. 그로써 난 항문외과에 간다는 게 확실해 졌지만 어짜피 환자복을 입고 계신 아주머니와 단 둘이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8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계단 중간에 놓인 병원 입간판이 내 눈에 먼저 들어왔다.
형형색색으로 피어난...
쭈뼛거리며 접수대로 향했다. 하하호호 담소를 나누던 간호사 세 분이 내가 다가가자 하던 얘기를 멈추고 날 쳐다봤다. 그 중에 중학생 아이 둘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제일 연장자로 보이는 간호사 누나에게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얘기했다. 아무래도 아가씨로 보이는 간호사에게 얘기하기가 좀 부끄러웠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핸드폰 번호를 이야기 하자 컴퓨터로 뭔가 입력했다. 아마 건강보험을 검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회사가 4대보험이 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쪽에 가서 잠깐 앉아계세요.” 제일 예쁜 간호사 누나가 상냥한 말투로 병원 로비쪽 의자를 가르키며 얘기했다. 얼굴을 붉히며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여기 저기 상장이나 학위 같은 액자들과 함께 정면 벽에 유화나 아크릴 물감으로 두껍게 그려진 그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 내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확실히 이쪽으론 증상이 많이 없는지 병원을 찾은 환자는 나 혼자였고 5분도 채 안돼 간호사 누나가 원장실로 날 안내했다. 포마드 기름인지 스프레이를 뿌린 건지 구별하긴 어려웠지만 뒤통수부터 정수리까지 멋지게 쓸어 올린 베컴 머리의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 앉아계셨다.
“며칠 전부터 똥꼬 안쪽 끝부분 쯤에 통증 같은 게 있어서 진료를 좀 받으려구요... 이틀 정도 밤을 새고 그저껜가 심하게 설사를 하긴 했는데요...”
“그런 증상은 처음 들어보는 건데, 또 다른 증상 같은 건 없구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처음 듣는 증상이라니? 뭔가 잘못된 건가?'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어디 한 번 봅시다.”
의사 선생님이 내가 앉은 왼쪽 편 커튼 쪽으로 몸을 일으키며 말씀하셨다. 간호사가 따라 일어나 커튼을 걷자 제일 위에 모니터가 올라가 있고 그 밑으로 원래는 하얀색이었지만 햇빛에 바래 아이보리색으로 보이는 기계들로 채워진 책장 같은 게 나타났다. 그 앞으론 검은색 레자로 감싼 매트리스 침대와 베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지를 벗고 옆으로 누워보세요.”
바지를 허벅지 중간까지 내리고 옆으로 돌아 누웠다. 간호사 누나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내 옆에 등을 보이고 앉았다. 의사 선생님이 라텍스 장갑을 끼고 귀엽게 앙다문 내 엉덩이 사이를 벌려 똥꼬를 살펴보았다.
“흠... 별 이상은 없어보이는 데요. 조금 더 엎드려 보세요.”
옆으로 누워 있던 난 45도 각도로 몸을 더 엎드렸다. 간호사 누나는 내 허벅지를 잡고 몸을 고정시켜 주었다. 무언가 틱틱 하는 스위치 켜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차가운 게 똥꼬 끝에 느껴지는가 싶더니 어느 한 순간, 평생 무언가 밀어내도록 진화한 괄약근을 거슬러 무언가 쑤욱~ 하고 들어왔다.
처음 느껴보는 아니, 그 어릴 적 어머니가 밀어 넣어주신 좌약의 기억을 어렴풋이 생각나게 하는 아픔에 눈을 질끈 감았다.
“자, 여기 모니터 한 번 보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 모니터를 바라보려 했지만 45도 정도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들려 모니터를 본다는 게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오른쪽 눈 끝으로 살짝 모니터가 보이긴 했지만 이내 다시 느껴지는 아픔에 눈을 감았다. 의사 선생님은 모니터를 바라보시고 말씀하시는 듯 내가 모니터를 보고 있지 못하다는 걸 모르시고,
“특별히 이상은 없는데 조금 염증이 있는 것 같네요.”
원래 밀어내는 일을 담당하던 괄약근이라 그런지 내시경이 나올 땐 별로 아프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기계를 끄고 자리로 돌아가셨다. 기억날듯 말듯한 트로트를 흥얼거리셨다. 간호사 누나는 환자의 심정을 아시는지 바지를 입을 수 있게 커튼을 치고 돌아가셨다. 사랑 없이 욕정에만 이끌린 남자와의 잠자리가 끝난 여자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잠깐 생각하고 바지를 입었다.
특별히 이상이 없다는 얘기에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치료를 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 약을 처방해 주신다고 하셨다. 주사도 한 방 맞고 가라는 말씀에 주사실로 안내되어 갔다. 병원 접수대와 원장실 사이에 조그맣게 주사실이 있었다. 문을 닫고 꽂혀 있는 진로카드나 선반 같은 걸 두리번 거리며 기다리고 있는데 아까 접수대에 있던 제일 예쁜 간호사 누나가 들어왔다. 멀뚱히 서 있었더니,
“바지 내리세요.”
하루에, 그것도 처음 보는 여자 앞에서 그것도 두 번이나 엉덩이를 까게 됐다. 설마 엉덩이 주사를 놓을까 생각하고 팔을 걷으려 했던 내 기대는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하지만 엉덩이에 맞으면 똥꼬까지 약효가 금방 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름 위안이 됐다. 반쯤 내린 귀여운 내 엉덩이 위에 얼굴과는 다르게 따끔한 주사를 놓고 예쁜 간호사 누나는 문을 닫고 사라졌다.
아...
처방전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그래도 별 이상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 때문인지 무척 가벼웠다. 처방해준 약을 받기위해 근처에 있는 약국에 들어갔다. 약사 선생님께 처방전을 드리고 기다리고 있는데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약 이름이 적힌 박스를 들고 들어와 영수증 같은 걸 카운터에 내려놓고 내 뒤에 섰다. 조금 있다가 한 아주머니가 들어오셔서 조제실 너머 약사 선생님과 수다를 나눴다.
약사 선생님이 나오시고 뭐 하루에 세 번 며칠 먹고... 이것 저것 설명하시다가 옆에 있던 상자를 여시더니 좌약 하나를 꺼내시며
“이건 저녁에 자기 전에 밀어 넣으시면 돼요.”, “좌약 넣어 보셨어요?”
“아... 아니요...”
“가족분이 계시면 도와달라고 하시고, 요즘 여름이라 그냥 보관하시면 포장에 약이 녹아서 들러 붙을 수 있으니까 냉장 보관하시고, 혹시 녹으면 냉장고에 넣었다가 사용하면 떨어져요.”
“ㄴ... 네... 알겠습니다.”
그냥 먹는 약만 받아서 계산하고 나오면 될 줄 알았는데 좌약에다가 사용법, 주의사항 같은 얘길 듣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얼굴을 붉히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득드득- 드르륵- 지지징-‘ 하며 카드 승인되는 걸 기다리는 짧은 시간동안 ‘현금을 가져왔으면 부끄러운 시간이 조금은 단축됐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길게만 느껴졌던 병원 나들이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모처럼만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보니 이상이 없다는 검사결과의 플라시보 효과인지, 좀 쉬어서 그런지 몰라도 통증은 거의 멎은 듯 보였고 강도도 많이 약해졌다. 다음날부터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약국에서 받아온 약과 좌약은 사용하지 않고 서랍에 고이고이 모셔놓게 되었다.
평소 너무도 자연스럽게 기능을 하던, 먹으면 싸고, 방구도 뀌고 하던 부위가 아프다는 것. 게다가 아무리 가족,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연인 사이에도 내 똥꼬가 어떤지 봐달라 말할 수 없다는 것은 감기몸살이나 베인 상처, 삐거나 충치 같은 그냥 지내다 보면 괜찮은 것과 달리 사람을 매우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 혼자서, 가족, 애인, 친구가 있어도 어찌할 수 없어 병원을 찾게 된다. 그것도 무언가 잘못한 것만 같고 부끄러워 하는 종류의 병원.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 당연한 일을 신체 중 드러내놓고 다니면 안 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그 일련의 과정들을 부끄러워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병원에 가지 않았으면 어찌됐을지 모르고 악화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에서 병원과 의사 선생님, 간호사 누나들, 약사 선생님을 마치 우스워 보이게 묘사를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맘 편안히 지난 여름의 일을 추억하며 방귀도 빵빵 뀔 수 없었을 텐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덕분에 난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 일일일똥+α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여러분들도 지나친 야근과 기름진 음식, 차가운 음식은 되도록 멀리해서 똥꼬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연예인 김창렬씨와 김혜자씨가 싸웠다는 건 아니고,인터넷 유저 사이에서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두 단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창렬]
명사
의미 - 높은 가격에 비해 물건의 양과 질이 매우 형편없거나, 과대포장 됨 활용 - 창렬이다, 창렬스럽다, 창렬 음식, x미 창렬 등
2009년 모 업체에서는 편의점용 음식 상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연예인 김창렬씨와 계약 후 이름을 빌려 '김창렬의 포장마차 시리즈'를 출시합니다. 곧 이 제품들은 인터넷 유저들을 중심으로 놀라운 인지도를 형성하게 되지요. 긍정적인 측면의 인지도여서 잘 팔렸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정반대의 인지도가 구축되어 자신을 실험용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의 케이스가 아닌 일반 소비의 경우에는 '구매시 조심해야 할' 제품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대륙의 기상을 이어받은 듯 한
'창렬의 포장마차 매운 곱창구이 (가격 5,500원)'
나름 '위험군' 제품으로 인식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포장지의 제품 예시 사진은 매우 먹음직스럽고 풍성하였으나 실제의 내용물은 가성비 똥망(!)을 외치게 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내용은 당연히 빠르게 인터넷 공간들을 흘러다니게 되고, 급기야는 '창렬스럽다'는 단어로 정의되기 시작합니다.
이 상품이 출시되는 시점 이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유저들 사이에서는 김창렬씨의 이름인 '창렬'의 경우, 어감이 비슷한 단어인 '娼女(창녀)' 대신 간접적 욕설로 사용될 뿐이었으나(물론 이렇게 사용되는 것도 슬프겠지만)이 제품들이 나름대로 인기(!)를 끌게 된 이후로 과대포장, 과대홍보 혹은 가성비 최악인(주로 음식인)제품들을 정의하는 단어로 굳어지게 되지요. 최근에 와서는 현 시대의 네임드라 불릴만한 '질소 과자'도 창렬 시대의 하위 영역으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바 그 발전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대 창렬시대'가 열리기 전과 후에도 '김수미의 꽃게적신 간장액'이나 '양가놈의 전복갈비찜'으로 대표될 수 있는 '어이없는 퀄리티+연예인 이름' 류의 상품은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유형의 제품들에 '창렬'이라는 접두어가 대표적으로 사용되게 된 데는 별 이유는 없고 '창렬'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어감때문에 비속어로 사용하기에 찰지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실 이마저도 초기에는 잘 쓰이지 않고 해당 사건에 한해서 잠깐 웃고 말거나, 아니면 예전처럼 단순한 비속어로 사용되었으나 최근 2~3년 동안 질소과자와 같은 본격 소비자 호구만들기 상품들이 눈에 걸리기 시작하자 이러한 유형들의 제품을 규정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창렬'의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심지어 검색사이트에서 '창렬'을 검색할 경우 김창렬씨에 관한 정보보다 창렬스러운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잡힐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마 김창렬씨 본인도 자신의 이름이 연예 활동혹은 파이터 활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오랜기간 사람들의 입과 손을 타고 퍼져나갈 거란 걸 모르고 있었겠지요.
실제 저 편의점용 음식들의 생산, 공급에 김창렬씨가 얼마나 관여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옆에 끼고 홈쇼핑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많은 수의 상품들이 그러하듯이 이름만을 빌려주고 홍보에 일부 참여하는 정도였을 것이라 여겨지고 있지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단지 이름만을 빌려줬을 뿐인데 제품의 실제 퀄리티까지 연예인이 책임져야 하는가'하는 주장도 있는데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게 아니라 이름만 빌려주는 정도라면 책임을 연예인에게 묻는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은 합니다. 물론 욕을 먹는건 이름을 빌려준 연예인이 감수해야 할 몫이겠지요.
어쨌거나 이러한 일들로 인해서 '창렬'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의미를 담고 많은 곳에 쓰이게 됩니다. 창렬 푸드, 창렬 순대, 창렬 떡볶이와 같이 초기의 의미와 유사한 용례에서부터 창렬 모터스, 창조창렬 경제, 창렬 국회, 창렬 노믹스, 창렬 시대, 창렬 단통법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탄생시키며 소비자 혹은 국민을 호갱, 호구로 만드는 많은 상황에까지 적용되게 되었지요.
연예인과 정치인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자신의 부고를 빼고는 그 이름이 노출되는 것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안쓰럽긴 합니다.그러게 평소에 소주병 좀 덜 깨시지...
[혜자]
명사
의미 - 가격대비 퀄리티가 나쁘지 않음, '창렬'의 대비용어 활용 - 혜자, 갓혜자, 혜자스럽다, 마더 혜레사, 엄마 혜자(좋은 의미로) 등
2010년 모 편의점에 연예인 김혜자씨의 이름이 붙은 김혜자 도시락이 등장합니다.
6찬 도시락 (가격 3,000원)
뭔가 크게 특이할 것은 없어 보이는 이 도시락 시리즈는 편의점 음식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금세 유명해지게 됩니다. 김창렬 씨의 경우와는 달리 좋은 인지도를 쌓게 되는 상황이었고 판매 또한 크게 신장됩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상품이었기 때문이지요. 기존의 편의점 음식들이 겉보기엔 그럴싸 해보이지만 포장을 뜯고난 실제 내용물은 보잘것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혜자씨의 이름을 빌린 이 제품군은 겉으로 본 이미지가 실제의 내용물과 별 다를게 없었으며 제품의 질도 가격대비 아주 뛰어나다고까지는 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모자라지는 않는다는 만족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품 자체의 질도 괜찮은 상태에 연예인 김혜자씨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 어린 아해들은 알지 모를지 갸웃하지만 전원일기의 어머니 라는 - 는 상승효과를 갖게 되고 창렬스러운 다른 제품군과 비교되어 더욱 좋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실제 김혜자씨는 요리를 잘 못하신다고 하시지만 :)
'창렬 푸드'에 둘러싸여 소비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뭔가를 구매할때 속았다는 느낌을 자주 받곤하는 소비자들에게 있어 합리적인 상품으로써 '혜자 푸드'가 좋아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창렬'과 반대되는 개념 - 푸짐하고, 가성비 훌륭한, 속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 의 단어로 '혜자'를 선택, 밀어주는 상황이 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창렬'의 경우에도 그러하였지만 김혜자 도시락 자체를 넘어서 합리적인 상품에 대한 전반에 사용되기 시작하는 중입니다. 이를테면 '딴지마켓의 커피아르케 더치커피는 혜자스럽다'처럼 말이지요 :)그러니까 많이 사잡수시라.
김창렬씨도 그렇지만 김혜자씨도 자신의 이름이 연예 활동과 상관없이 널리 쓰이게 되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하셨겠지요. 뭐 이쪽은 좋은 상황이지만 말입니다.
연예인의 이름을 빌린 많은 제품들이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왜 김혜자 도시락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이 제품을 만든 업체의 오너가 김혜자씨의 아드님이기 때문이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업을 위해 어머니에게 이름을 사용하게 해달라 하자 자신의 이름이 욕되지 않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주면 그러마하여 이런 제품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니까 '혹시 그런게 아닐까?' 정도로 초단편 소설만 쓰시고 넘어갑시다.
창렬vs혜자. 소비자의 피드백이 기업으로 들어가지 못하니 이런식으로 발현되는가 싶어 아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제 한국의 소비자들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무리가 아니라는 표현을 하는 것 같기도 하여 좋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우리네 기업이 말하는 '합리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하곤 합니다. '적절한 재료를 이용한 적정한 가격, 그것에서 오는 적당한 수익'일지 '최대한 적은 재료를 이용한 최대한 높은 가격, 그것에서 오는 가능한 최대의 수익'일지. 분명 둘다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있을것 같은데 참 뭐라 하기 그런 기분이 드는군요.
포장과 질소로 무장한 말도 안되는과자를 만드는 업체들 중 하나가 앞장서서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준다면 업계의 선두로 치고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텐데 왜 아무도 하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담합이거나, 그래도 되니까. 둘중 하나일거라 생각은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스스로를 과자회사가 아니라 포장회사로 생각하는 분들이니 그렇게 살다가 망해도 애국심 운운하며 소비자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말해줄 뿐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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